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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비움 - 차근차근 하나씩, 데일리 미니멀 라이프
신미경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어딘가 잘 두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한 시간 여를 뒤적인 적이 있다. 분명히 거기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장소에는 없었고, 그 부근을 찾아보며 '이런 것도 있었구나!' 생각했다. 늘 신경 쓰는 곳이 아닌 장소에 있는 물건들은 대부분 정리를 할 때에나 발견하게 되고, 발견하면 언젠가 쓸 것이라 생각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잊곤 한다. 많이 비웠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존재조차 잊고 있던 물건들이 주변에 가득하다. 이런 때에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을 갖고 비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한꺼번'에 하는 것이 아니라 '차근 차근 하나씩' 비우는 것에 대하여, 그리고 어떤 것들을 내 주변에 남길지 생각해본다. '물건은 치우고 취향은 채운다' 이 책《오늘도 비움》을 읽으며 데일리 미니멀 라이프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신미경. 패션에서 시작해 생활에 관한 여러 주제로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이다. 라이프스타일 잡지 <리빙센스> 에디터로 활동했다. 패션에 심취했던 20대에는 쇼퍼홀릭이자 워커홀릭으로 살았지만, 현재는 쇼퍼홀릭 라이프를 청산하고 미니멀 라이프에 입문한지 4년차가 되었다. 삶을 우아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시도와 생각을 담은 글을 개인 블로그인 '우아한 탐구생활' 및 슬로우뉴스 '가볍게 살기' 칼럼을 통해 소개하며 많은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단순히 집만 깨끗해진 것이 아니라 비움은 내가 싫어하는 것을 거절하는 법을 배우게 했고, 남기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었으며, 마음속으로부터 하고 싶은 일들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리고 지금은 무엇을 선택하든지 간에 하나의 기준점이 되어 준다. (7쪽_프롤로그 中)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절제된 차림', '심플 미용법', '작은 식생활', '집에서, 슬로 라이프', '생활철학을 소유하다'로 나뉜다. 데일리 백, 만능 에코백, 원목 옷걸이 50개, 화장품 대신 피부과, 홍차의 시간, 기념 수건 받지 않기, 지구를 지키는 미니멀리스트, 추억의 유효기간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여성으로서 미용에 대한 생각 및 '노 브라'로 살기는 인상적이다. 또한 식생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것을 짚어보며 생활철학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떤 물건을 곁에 두고 싶은지, 어떤 것들은 필요 없는지 생각해본다. 무조건적인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꼭 가지고 있고 싶은 취향을 남기기 위한 과정으로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과정이기에 더 와닿는다. 저자는 한때 100켤레가 넘던 구두 중 20켤레도 채 남지 않았다고 하며, 사실 문어발이 아닌 이상 많은 구두를 갖고 있다 한들 흡족한 만큼 신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사실 신발은 신는 것만 신게 되기 때문에 20켤레도 많다고 생각되지만, 저자가 쇼퍼홀릭 라이프를 거친 여성임을 감안할 때 그 정도면 엄청난 변화이긴 할 것이다.

또한 '자연 그대로의, 신선한 식재료에는 분명 건강한 기운이 있다. 먹을 기회가 얼마든지 널려 있는 세상이니 조금만 먹어도 좋다. 대신 만족할 만한 것을 먹고 싶다.(89쪽)'라며 음식에 대한 생각을 바꾼 것도 일상에서 충분히 변화 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이다. 누군가 대단한 결심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것도 한때 쇼퍼홀릭이던 친구가 심경변화를 일으켜 삶을 바로 세우고 있는 모습이 보여 절로 응원하게 된다. 함께 하고 싶고 격려하게 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기념품에 대한 생각이었다.

브랜드가 커다랗게 새겨진 컵과 캘린더, 다이어리는 전혀 탐나지 않고, 특히 기념 수건은 걸레로도 쓰고 싶지 않다. 누군가의 경사스러운 날은 일상에서 계속 떠올려야 할 만큼 내게 큰 의미가 없다. 대신 아무런 무늬가 없는 품질 좋은 수건을 직접 구매해서 사용한다. 남과 자신으로부터 거절하지 못한 물건들을 끌어안고 지내는 것은 거절하는 일보다 훨씬 쉽다. 다이어트를 실패하는 이유도 음식을 거부하지 못해서고, 내가 떠맡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이유도 안 된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어서다. 그러면서 언제나 인생은 힘들고 나만 피해자인 것 같다고 하소연한다. 다 거절하지 못해서 생긴 일일 뿐. 그러니까 제발 사소한 물건부터라도 "아니오, 괜찮습니다. 고맙지만 저는 필요 없어서요"라고 해보는 건 어떨까? (157쪽)
이 책은 극단적인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책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 정도는 나도 하고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물건의 가짓수가 많냐 적냐가 아니다. 거기에 대한 마음가짐이 중요하고, 어떤 것에 가치를 두느냐를 짚어본다는 점이다. 물건은 모두 치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진짜 소중한 것을 살려낼 수 있을만큼 필요없는 것을 솎아내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한 마음가짐을 상기시켜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