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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도 꽃이다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평점 :
『풀꽃도 꽃이다』1권에 이어 2권을 계속 읽어나갔다. 2권에서도 우리 교육의 불편한 현실을 들여다본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거늘, 우리의 교육 현실은 어떠한가. 1권에서 청소년 자살 문제, 사교육 폐해, 학교 폭력의 실태 등을 살펴보았다면, 2권에서는 영어 사교육, 조기 유학, 가출, 청소년 알바 등의 문제를 짚어본다. 현 교육을 보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대안학교, 혁신학교에 대해서도 살짝 들여다본다.

2권은 '자발적 문화식민지 2'부터 시작된다. 먼저 원어민 강사를 했지만 불미스런 일로 출국하려는 포먼, 그의 뒤를 이어 새로이 한국에 온 스미스의 대화가 주를 이룬다. 스미스는 한국의 영어에 대한 열기가 언젠가 식을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포먼은 인터넷 자료를 뒤져보고, 사교육 현장을 유심히 살펴봐서 내린 결론이 '황금 어장이 영원하다.'였다고 한다. 영어 사교육이 해마다 증가해 지난 10년 동안에 사교육비가 세 배 이상 폭증했다는 점, 현재 4조를 넘는다는 통계, 부모들의 경쟁의식 등 영어에 열광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단연 1등이니, 영어 교육 붐이 갈수록 뜨거워진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들은 '어리석고 서글픈 한국적 코미디'라며 대화를 나누는데, '영어에 환장한' 모습에 씁쓸해진다.

"지금 한국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우리 미국의 문화식민지가 되려 하고 있어. 우린 얼마나 고마운 일이야? 벌써 그 현상들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그 많은 아파트들의 이름이 거의가 다 영어고, 그 많은 상점들의 간판도 날마다 영어가 늘어나고 있고,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들의 브랜드도 거의 다 영어고, 심지어 텔레비전 프로그램 이름이나 한글 신문들의 지면 타이틀까지도 영어투성이야. 이런 식으로 한 20년쯤 가면 한국은 어떻게 되겠어? 자기네 글 천대하고 우리 영어 떠받드는 문화식민지로 변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 너와 나 같은 사람은 위대한 공헌자가 되는 거고." (42쪽)

출세주의, 물신주의, 이기주의에 중독되어 있는 그 속물 집단들은 바른 것도, 그른 것도, 독도, 악도, 구분하지 못하는 집단 망각증과 집단 불감증에 단단히 병들어 있었다. (73쪽)
이성복 시인의 시 <그날>을 보면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는 표현이 나온다. '나만 아니면 돼', '내 자식만 아니면 돼' 하는 이기주의적인 생각이 사회 전체를 병들게 만들지만, 정작 우리는 그 누구도 아프다고 외치지 않고 있다. 그저 경쟁에 뒤처지지 않을까 아등바등하면서 아픈 것 자체를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비틀린 교육의 현상 자체를 부정하며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깊이 들여다보아야할 것이다. 사랑이 아니라 억지고 억압이며 강제로 공부기계를 만들어 자기들 욕심을 채우려고 한다는 아이들의 목소리에도 진심으로 귀기울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 소설에 나오는 이소정, 강교민 선생은 숨막히는 현실에서 찾기 힘든 돌파구 같은 교사상이다. 어쩌면 교사의 초심이 그렇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현실에 물들어 찾을 수 없는 이상향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마음에 꿈을 품는 것조차 거부할 수 있을까. 아이를 낳았을 때 '건강하기만 해다오.'하고 간절히 바라던 부모의 초심을 잊지 않도록 상기시켜준다. 이미 욕심으로 얼룩져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살짝 건드려주며 초심을 일깨워준다.
교육이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의 실천이었다. 지식의 일깨움이나 전달은 그다음이었다. (90쪽)
학생들은 '듣고 싶어하는 말들'을 이렇게 꼽았다고 한다.
오늘도 많이 힘들었지? 수고했어. 잘했어. 열심히 하는구나. 괜찮아, 괜찮아. 사랑해. 푹 쉬어. 그 정도면 충분해. 자,용돈받아. 좀 놀아라. 우리 맛있는 거 먹자. 네 맘대로 해. 그래, 잘했어. 아주 잘했어. 그래, 그렇지. 네가 맞아. 아니, 괜찮아. 얼마든지 그럴 수 있어. 아니야, 걱정 마. 아빠도 네 나이 때 그런 실수 숱하게 했어. 실수는 누구나 다 하는 거야. 그건 좋은 경험이야. (136쪽)

하나씩 읽어나가는데 마음에는 따뜻한 무언가가 치솟아오른다. 내 편이고 가장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 할 가족에게서 비난의 말을 일상적으로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상처가 되겠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비수처럼 꽂히는 말 한 마디가 평생 한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아이들이 듣고 싶어하는 좋은 말들을 가족에게 듣는다면 당연히 힘이 되고 위로가 될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시「풀꽃」(213쪽) )
이 소설의 제목을 보았을 때, 나태주 시인의「풀꽃」이 먼저 떠올랐다. 그것은 이 소설 전체의 주제이기도 하고, 사람 하나 하나가 다 소중하다는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무엇이든 소중하고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존재라는 점, 인간도 각자의 존재 자체가 의미 있다는 점을 이 소설을 읽으며 재인식한다. 화려한 꽃만이 꽃이 아니라, 어떤 꽃이든 자신만의 향기를 뿜어내며 존재하는 것이 경이롭다.

깨알보다 작은 풀꽃에도 꽃잎이 다섯 개고, 그 가운데 꽃술들이 있다는 걸 여기 와서 알았고, 과일만 깎아놓으면 조알보다 작은 까만 하루살이들이 날아드는데, 그 쬐그만 몸에 날개가 달리고 후각까지 그렇게 예민한 것을 여기 와서 알았고, 어른 주먹보다 더 큰 수국 꽃 한 송이가 백 송이가 넘는 작은 꽃들로 이루어진 것을 여기 와서 알았고, 물도 많이 흐르지 않는 개울 웅덩이에 새끼손가락보다 더 작은 물고기들이 사는데 아무리 소리 안 내고 다가가도, 다섯 발자국도 더 남았는데 그것들이 순식간에 도망칠 만큼 청각이 발달해 있다는 것도 여기 와서 알았고, 달걀이 암탉에서 나올 때는 물컹한데, 나오는 그 순간 공기와 접촉하면서 단단한 껍질로 급변한다는 것도 여기 와서 알았고……. 한마디로 자연은 무궁무진한 신비의 덩어리고, 무한한 것을 깨닫게 해주는 스승이야. 난 다시는 도시로 안 돌아갈 거야. 자연과 함께 사는 게 너무나 행복해. (303쪽)
작가는 연간 40조를 넘는 사교육 시장의 병폐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이제 모두가 똑같이 공동 책임을 지고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의 내일은 점점 나락의 길로 치달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 소설에서는 교육 현실의 민낯을 펼쳐보이며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개선을 도모할 수 있도록 문제를 제기한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점점 더 상태는 심각해지고 해결방법조차 모색하기 힘들 것이다. 소설이라는 장치를 통해 우리 사회의 교육 문제를 인식하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을 통감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소설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깨닫는다. 함께 고민하고 변화를 꾀하기 위한 첫 발걸음으로 이 소설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