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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 선재 스님의 삶에서 배우는 사찰음식 이야기 ㅣ 선재 스님 사찰음식 시리즈 2
선재 지음 / 불광출판사 / 2016년 12월
평점 :
예전에《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을 읽으며 선재 스님의 글을 처음 접해보았다. 사찰음식 레시피뿐만 아니라 이야기가 함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한동안 제철 식재료로 정갈하게 음식을 준비하며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을 몸소 체험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 소중함은 희미해지고 되는 대로 음식을 마련해서 먹던 차에, 이번에 선재 스님의 새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다시 그때의 마음을 되살리고자 이 책《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을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선재 스님. 사찰음식 명장이다. 1994년 중앙승가대학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며 발표한「사찰음식문화연구」는 사찰음식에 대한 최초의 논문으로, 불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뒤 큰 병을 앓고 사찰음식으로 치유한 뒤,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지 않도록 위법망구(바른 길을 전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음) 정신으로 사찰음식을 전하는 한편, 불교 경전을 바탕으로 사찰음식의 철학과 정신을 체계적으로 다듬었다. 그것은 불교의 우주론적 관점에서 자연과 음식, 생명과 인간을 연관 지어 모든 생명이 행복하게 존재할 수 있는 평화와 공존으로서의 사찰음식이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된다. 1장 '산다는 것과 먹는다는 것', 2장 '사찰음식, 삶을 깨우고 돌보다', 3장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에 걸쳐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선재 스님의 어린 시절과 출가 한 사연, 투병 중의 생각, 사찰음식 강의를 하며 있었던 일화 등 과거와 현재에 대한 글을 볼 수 있고, 음식을 접하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수 있다. 그 뒤에는 '한국인이 꼭 먹어야 하는 사계절 사찰음식'을 엄선해서 소개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걸쳐 제철 음식으로 정갈한 밥상을 차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선재 스님의 글에는 은은한 향이 배어있다. 조곤조곤 펼쳐나가는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면 잊고 있던 소중한 무언가를 떠올린다. 평소에 눈길도 주지 않았던 것에 마음의 눈을 뜨도록 도와준다. 음식뿐만 아니라 삶 전반에 있어서 마음가짐을 달리하게 된다. 대충 보려고 하다가도 천천히 음미하며 읽게 되는 책이다. 바쁘게 달려가려고 하다가도 멈춰서서 나의 존재를 온몸으로 느껴보는 시간이다.
꽃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다. 다만 우리가 보지 못했을 뿐이다. 꽃을 보고 살기를 바라는 내 마음. 그러거나 말거나 꽃은 아랑곳하지 않고 피고 질 뿐이다. 사는 동안 우리가 보고도 보지 못하는 것, 헛것에 가려 욕심에 가려 보지 못하는 것은 얼마나 많은가. 이런 것들을 보지 못하고 놓치고 살아간다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좋은 삶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충분히 보고 느끼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열심히 보고 느끼고 사랑하고 공부하는 삶. 결국, 수행이란 마음의 눈을 뜨는 것이리라. (77쪽)
이 책을 읽으며 내내 현재 나의 밥상을 돌아보게 된다. 예전에 선재 스님의 책을 읽으며 다짐했던 생각이 어느새 희미해지고, 복잡하고 화려해진 밥상을 떠올리며, 현재를 점검해본다. 이런 저런 정보로 인해 상식처럼 자리잡은 식문화, 그에 따라 골고루 챙겨먹지 못하는 영양 불균형의 식단이라는 자책에 자꾸 무언가 더 챙겨먹어야 한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었다. 이 책은 복잡한 생각의 가지치기를 하고 진정 소중한 것만 남길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사찰음식은 한마디로 정의하면, 생명의 음식이다. 채식과 자연식, 소식을 지향하는 사찰음식의 밑바탕에는 이러한 생명 존중이 담겨 있다. 삶은 곧 수행이다. 스님들만이 수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도 일상의 수행자다.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되 다른 생명에 해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는 것. 오늘 마주한 밥 한 그릇에서 느끼는 고마움을 넘어 생각해보자. 이 밥을 먹고 '나'라는 생명이 다른 생명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164쪽)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점, 자연 속에서 자연스런 음식을 먹었을 때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도록 이 책이 이끌어준다. 그런 점에서 제철 음식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한다. "고요하면 맑아지고 맑아지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보인다(237쪽)" 성철 스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제철 음식을 먹어야 하는 이유를 마음에 새긴다. 마음을 고요하게 하려면 몸을 다스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맑고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한다는 것은 기억해야할 것이다.
양념에 대한 인식도 달리한 계기가 되었다. 양념의 어원은 '약 藥'자에 '생각 념念'자, 약념을 소리 나는 대로 쓴 말, 즉 약으로 생각하고 먹으라는 뜻이라고. 음식을 깨달음을 돕는 약으로 여기는 불가에서는 양념 역시 약이며, 부처님 시대 때부터 오랜 세월 계율로써 전해져 왔다고 한다. 약이 되는 양념보다 몸에 해로운 조미료도 많은데, 그 중 일반적인 가정에 있는 시판되는 간장, 소금이 유익하지 않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방도를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잘 모르던 이야기를 알게 되어서 그 맛이 더해지고, 의미가 깊어진다. 오늘 내가 먹은 음식을 살펴보고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라고 이 책은 질문한다. 오늘 내가 먹는 음식은 미래의 나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할 것이다.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근원적인 시작이 어떤 음식을 먹을지 선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철음식으로 조물조물 무쳐내어 정갈한 밥상을 차려내어 스스로를 존중하는 일상을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