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소원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유동익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요즘처럼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애니메이션이나 동화가 끌린다. 이 책은 '어른을 위한 동화소설'이라는 점에서 읽어보고 싶었다. 이 책『고슴도치의 소원』은 고슴도치가 주인공이다. 표지의 그림을 보면 고슴도치가 혼자 외로이 앉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예민하고, 겁 많고, 생각은 더 많은 고슴도치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 책의 저자는 톤 텔레헨. 네덜란드 작가이다. 의사로 일하면서 다수의 시집을 발간했고, 1985년 다람쥐가 주인공인『하루도 지나지 않았어』를 발표하면서 동화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997년 테오 티센 상을 수상, 네덜란드 최고의 동화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텔레헨은 이해하기 어렵고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의 내면을 철학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작품들로 폭넓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동화와 시, 우화를 발표해 수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일반적인 동화에서는 볼 수 없는 기묘한 주제를 철학적으로 다루어 성인들에게도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책날개 中)

 

이 소설은 "가을이 저물어 가는 어느 날, 고슴도치가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이 고슴도치, 너무도 소심하다. 동물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고 싶어서 초대장을 썼는데, 아무도 안 와도 괜찮다며 스스로 위로하기도 하고, 편지를 꺼내 다시 읽어보기도 하며, 별의별 생각을 다 하고 있는 것이다. 편지에 대해 생각하고는 고개를 저었다가, 곧장 생각을 바꾸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가로젓고, 또다시 끄덕이기를 반복한다. 이런 일은 하루에도 백 번씩 일어났다.

 

 

어쩌면 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예전부터 친구를 사귈 때에도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았다. 그저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하고만 친하게 지낼 뿐. 그것은 어릴 때에도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건 상처를 입을까봐 그랬던 것은 아닌지 이 책을 읽으며 생각에 잠긴다. "나한텐 아무도 안 와. 근데… 나도 안 가, 아무한테도."

 

이 책을 읽다보면 너무도 소심한 고슴도치에게 말을 건네고 싶어진다.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진다. 응원의 마음을 보내기도 하고, 위로를 건네기도 하며 이 책을 읽어나간다. 그러면서 점점 이 책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고슴도치가 갖고 있는 면모가 있지 않을까. 현대인의 고독한 모습을 담아낸 것이리라. 망설이다가 주춤하고 움츠러드는 모습, 가시가 날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개성을 지워버리고 싶어하는 마음, 고슴도치를 지켜보며 인간의 모습을 읽어나간다.

 

 

이 책을 읽으면 고슴도치를, 누군가를, 나를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외로움도 이렇게 포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_히라마쓰 요코, 에세이 작가

'외로움도 이렇게 포근하다는 것'이라는 표현 앞에서 한참을 생각에 잠긴다. 그 말도 맞지만, 답답하고 먹먹하고 쓸쓸하면서도 포근한, 복합적인 감정이 솟아나는 동화다.

 

철학적인 내용을 직접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동화를 통해, 고슴도치의 속마음을 엿보는 방식으로, 내 안의 감정을 이끌어내도록 한다. '이게 뭐야'라는 생각을 하다가 행간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 답답함은 공감으로 이어진다. 고슴도치가 나와 상관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내 마음이 고슴도치의 마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네덜란드 작가, 톤 텔레헨의 동화 작품을 읽어보니 느낌이 좋다. 네덜란드 최고의 동화 작가로 자리매김한 저자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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