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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굽은 팔 - 굽은 세상을 펴는 이재명의 삶과 공부
이재명이 말하고 서해성이 쓰다 / 김영사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며 그냥 비유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라는 점에서 본격적으로 읽어나가기 전에 이미 놀랐다. 이재명은 성남에 올라오자마자 공장에 들어가 소년공이 되었고, 공장 생활을 하는 동안 왼손에 고무가 박히고 몸은 숱하게 함석에 찔렸으며, 왼쪽 손목 바깥 관절이 프레스에 눌려 부러지면서 이내 팔이 굽었다고 적혀있다. 성남 시장이라는 점만을 알고 있던 나에게는 여기에서 전해지는 충격이 있다.
나는 대통령이라는 직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고 싶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무엇일지, 책을 통해 자세히 알고 싶어서 이 책《이재명의 굽은 팔》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가 누구인지 살펴보니 '이재명 말하고 서해성 쓰다'라고 적혀있다. 솔직한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을 통해 그의 삶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으리라 기대되었다. 책에 나오는 토론은 최태욱, 이해영, 김상조, 백일, 김연철, 김영훈, 김유선, 조은, 배다리와 순차적으로 했고, 인생담은 서해성과 대화를 통해서 정리했다고 밝힌다. 이 책은 두 해 동안의 말과 논리와 인생을 모아서 편집한 것이라고 한다.
내가 책을 내기로 한 것은 나 이재명을 말하기 위해서다. 우선은 스스로에게 이재명을 설명하고자 함이고,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을 꿈꾸었는지, 때론 어떤 좌절이 나를 굴종하게 하고, 다시 어느 것에 의지해서 일어섰는지 여러 독자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5쪽_머리말 中)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나의 소년시대'는 출생기부터 공장시대, 대학시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2부 '공부모임 '해와 달''에서는 발제와 토론, 인간학을 이야기한다. 승자독식 체제를 넘는 민주주의를 말하다, 방어 말고 공격을!, 평화가 가장 비용이 싸다, 우리에게 노동은 무엇인가, 달콤하고 쓰디쓴 예술 등 아홉 가지의 주제로 토론을 나눈 것을 담았다. 3부 '이 세상에서 꼭 한 가지만 해야 한다면'에서는 인간학으로서 정치, 이 세상에서 꼭 한 가지만 해야한다면, 읽는 연보, 성남에서 해보았고 한국에서 하면 더 좋은 것 등 네 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다.
1부는 이재명이 살아온 삶을 이야기한다. 자서전이라고 하면 합당할 듯하다. 그런데 지나온 삶의 굴곡이 정치인의 삶이라고 하기에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의 인생을 알지 못했으니, 이 책을 계기로 인간 이재명에 대해서 한 발 다가가보는 느낌이다. 아들의 생일을 잊은 어머니가 점바치(점쟁이)에게 물어 10월 23일을 출생일로 정했다는 것이나, 버스도 들어오지 않는 마을이라서 6년 동안 산길 들길을 걸어 삼계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성남으로 올라왔는데 아홉 식구가 살던 안동 집은 산에서 내쫓은 화전민들 거처로 지은 날림 소개집이었다는 점도 그렇고, 소년공이 되어 온갖 고생을 하며 사고로 팔이 굽었다는 점까지, 어린 시절의 고난은 현재의 단단한 밑받침이 되리라 생각된다.
2부에서는 공부모임에 대한 글을 볼 수 있다. 발제자가 있고 토론하는 동료는 대략 예닐곱 명이었다고 한다. 대개 열 명 남짓과 함께했고, 장소는 성남에 있는 밥집이거나 서울 북촌 카페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대략 한 달에 한 번꼴로 했는데 때로 건너뛰기도 했다고. 시장은 바쁜 자리인데 애초에 공부를 함께하자고 조른 건 이재명이었다고 한다. 정치, 경제, 여성과 소수자를 포함해서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으며, 책을 쓰고자 공부를 한 게 아니고 공부를 한 걸 모으니 책이 되었다고 한다. 토론 주제는 무겁지만 현장에서 토론을 지켜보듯 술술 읽어나갈 수 있다. 어떤 대화가 오고갔는지 그 날의 분위기는 어떠한지 짐작해본다.
목차를 보며 3부의 제목 '이 세상에서 꼭 한 가지만 해야 한다면'의 내용이 궁금했다. 글을 보니, 광화문광장에 도서관을 짓고 싶다고 한다. 기둥 스물네 개짜리 도서관을 짓는다?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이재명은 서해성과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누며 도서관에 대한 생각을 벼리어냈다. 어린 이재명을 길러냈던 안동 산골 삼계국민학교 도서관은 이윽고 광화문도서관이라는 의제로 자라나게 되었다. 그에 따라 논의 끝에 서해성이 써놓았던 글을 싣기로 했다. 함께 꾸는 꿈이 더 아름다운 까닭이다. (230쪽)
이 책을 내는 뜻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건 '굽은 팔'을 펴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향한 약속이다. '나의 굽은 팔'만이 아니라 '세상의 굽은 팔'을 펴기 위해서 말이다. 그 '굽은 팔'을 펴기 위하여, 성장기 동안 내내 나의 견딜 수 없는 부끄러움이던 굽은 팔을 이렇게 내보인다. (270쪽)
정치인이 책을 낸다는 것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인간 이재명을 한 걸음 가까이 바라볼 수 있어서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게다가 무엇보다 이 책은 이재명 자신에게 의미 있을 것이다. 지난 시간을 글로 정리해놓고, 이제는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발판을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굽은 팔을 처음 알게 된 독자로서, 그의 삶과 공부를 지켜보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