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의 수수께끼 - 성서 속의 금기와 인간의 지혜 호모사피엔스
최창모 지음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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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네 권으로 읽는 인류학 '호모사피엔스' 시리즈 중 한 권인《금기의 수수께끼》이다. '금기'라는 단어는 호기심을 준다. 안중에도 없던 것을 금지시키면 괜한 흥미가 유발되기도 하고, 시대에 따라 말도 안되는 금기 사항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이 책은 '금기의 수수께끼'를 들려준다. '금기'와 '수수께끼'라는 단어가 주는 호기심에 이 책이 궁금해졌다. 이 책《금기의 수수께끼》를 읽으며, '성서 속의 금기와 인간의 지혜'를 따라 인간의 삶 속에 금기를 바라보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최창모. 연세대학교와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신학을 전공한 후,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에서 신구약 중간사(제2차 성전시대사), 유대 묵시문학, 유대-기독교 비교 연구를 했다. 동양에서 유일한 건국대학교 문화대학 히브리 중동학과를 거쳐 현재 융합인재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스라엘의 역사와 히브리 문학을 아우르는 약60여 편의 논문도 썼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제1부 '금기란 무엇인가'에서는 금기란 무엇이며, 어떤 성격과 기능을 가지고 있는가 살펴본다. 제2부 '유대인의 음식 금기들'에서는 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가, 왜 우유와 고기를 함께 먹지 않는가, 왜 피를 먹지 않는가를, 제3부 '성(性)과 금기들'에서는 왜 월경 피는 불순하게 취급되는가, 왜 근친상간을 금하는가 및 간통, 간강, 동성애, 수간, 창녀에 대해 다룬다. 제4부 '개인 금기들'에서는 남녀 의복 교환착용 금기, 왜 오른손잡이는 왼손잡이보다 우월하게 평가되는가, 문신금기에 대해 다루고, 제5부 '인류학과 성서연구'에서는 인류학이 성서연구에 기여한 연구사를 살펴본다.

 

이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지은이의 말 '금기로부터의 자유'를 읽어보면, 궁금증이 가득해져 본문을 읽고 싶어질 것이다.

 

예루살렘에 문을 연 맥도날드 가게에서는 치즈버거를 사 먹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유대인은 고기와 치즈를 섞어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또, 피를 먹지 못하기 때문에 붉은 선지가 들어 있는 해장국은 먹을 생각조차 못한다. 왜 유대인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을까? 유대인들은 우리가 흔히 먹는 오징어나 새우튀김, 미역이나 김도 먹을 수 없다. 왜 그럴까? (17쪽)

치즈버거에 대한 것부터 오징어, 새우튀김, 미역, 김까지 못먹는다니, 그들의 문화권에는 어떤 금기가 있어서 그렇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 더 자세히 알고 싶어져 책장을 넘기게 된다.

 

1부의 내용을 보며 금기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짚어본다. 세계각국의 금기 사항을 알기 전에 먼저 금기에 대한 규정과 금기의 성격, 기능을 살펴보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금기에 대한 저자의 고뇌를 전달받아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보낸다. 인간으로서 금지된 것을 알고자 하는 욕망이 어떤 의미를 지닐지 생각에 잠긴다.

금지된 지식에 대해 '알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허가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안다는 것 사이의 관계는 무엇인가? 비밀을 알고자 하는 것과 이미 알아버린 비밀 사이의 관계인가? 알고자 하는 욕망이 죄인가 아니면 금지된 것에 관해 아는 것이 문제인가? 인간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설명인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와 "호기심 많은 고양이는 결국 죽는다"는 속담 사이의 양면성은 인간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함정인가? "아는 것은 힘이다"와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명제 사이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런 의미에서 터부는 일종의 수수께끼이며, '절반은 악마이며 절반은 신'적인 것이다. (40쪽)

 

우리나라에서도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은 있었지만, 왼손차별에 대해서는 세계 공통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각종 문화권에서 빈번하게 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그 예를 들어주는데, 일본에서는 결혼 후 여자가 왼손잡이인 것이 드러나면 남자가 쫓아낼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거나, 중국에서는 왼손으로 명함을 내밀면 그 협상은 결렬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든지, 남아프리카의 카피르족은 자식이 왼손잡이면 그를 뜨거운 사막으로 데리고 나가 구덩이를 파고 아이의 왼손을 모래 속에 파묻음으로써 왼손잡이를 고칠 수 있다고 믿었다든지, 서아프리카 야산티족은 선물을 왼손으로 주면 받지 않는다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발현된 왼손과 오른손의 상징적인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금기 현상에 대한 문화적인 특성을 볼 수 있을뿐만 아니라, 거기에 따른 연구 근거를 밑바탕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신뢰도가 커진다. 이 책은 제목자체에서도 호기심을 발동시켰지만, 내용에서도 끌리는 무언가가 있어서 끝까지 보게 만드는 책이다. 마치 금서를 몰래 혼자 들춰보는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그 다음에 알게 되는 금기 사항은 무엇일지 궁금해서 계속 다음 장으로 손이 뻗어나갔다. 미처 알지 못했던 터부를 알게 되어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금기는 '욕망'이 끓어 넘쳐흐르는 곳에서 발생하는데, 음식이나 성(性)과 관련하여 금기가 특히 많이 발생하는 까닭이 바로 이것이다. 욕망이 수위를 넘게 되면 위험하기 때문에 적절한 제어 장치가 필요하며, 결국 터부는 사회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곳에서 사회 통제 시스템의 한 형태로 발생하게 된다. 터부는 욕망을 우회시킨다. (190쪽)

터부는 인간의 욕망을 통제하기 위해 사회 통제 시스템의 한 형태로 발생하게 된다는 지적이 인상적이다. 특히 이 책에서 음식이나 성(性)과 관련된 다양한 금기를 살펴보며 그 나라의 문화를 보다 큰 틀에서 바라보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터부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힘들다. 어떤 문화권이든 사회적, 개인적, 종교적인 터부가 있게 마련이다. 인간에 대해 알고 싶고, 터부를 짚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다 읽게 되었다.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보고자 한다면 인류학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다: 호모사피엔스' 시리즈의 책이 인류학에 한 걸음 다가가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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