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력 - 권력과 힘의 이면을 말한다
김병준 지음 / 지식중심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요즘처럼 많은 사람들이 뉴스에 귀 기울이고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는 시기도 없었던 것 같다. 아는 것이 힘일까, 모르는 게 약일까. 알면 답답하고 모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정치를 외면하다가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겠다. 요즘처럼 정치에 무관심하던 사람들마저 세상에 눈을 뜨게 하는 시기에는 자연스레 정치 관련 서적에 눈이 간다. 이 책《대통령 권력》은 전 장관이자 현 대학교수인 김병준의 신간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들려주는 '대통령 권력'에 시선을 모아본다.

권력은 잿빛이다. 경영권, 행정권, 가부장권 등 크게 보면 세상의 모든 힘이 그렇다. 겉으로 화려해 보일 수 있으나 그 속살은 잿빛이다. 많은 이들이 이를 쫓지만 정작 그 잿빛의 무거움을 보지 못한다. (프롤로그 中)

 

 

 

 

 

이 책은 제1장 '권력, 그 실패와 좌절', 제2장 '권력, 그 속성과 이면', 제3장 '내일의 권력을 위하여' 등 총 3장으로 구성된다. '결벽증과 대통령직, 하나는 버려야', '문제가 문제되지 않는 세상', '살아서 조롱거리, 죽어서 영웅', '권력은 손잡이 없는 양날의 칼', '사람 죽이는 '사람 좋은' 사람', '정보왜곡, 권력의 암', '정부의 짓거리와 수호천사' 등 소제목들을 보며 가볍지 않은 이야기가 펼쳐지리라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노무현 정부 시대의 시간을 떠올려본다.

 

 

우리는 때로 문제를 문제로 보지 못한다. 조짐을 조짐으로 알지 못한다. 일이 터지면 그때서야 "그러고 보니 그때……."하고 아쉬워한다. 문제를 알고도 문제 삼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의제로 삼지 않는다는 말이다. 일을 당하고 난 다음에야 "그때 좀 더 단단히 챙길걸……."한다. 소위 무의사결정, 즉 의제로 등장해야 할 문제가 의제로 등장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쉬운 예로 1990년대 말의 IMF 위기만 해도 그랬다. 단기외채가 급증하고 금융회사의 자기자본 비율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또 30대 재벌의 부채비율도 450%를 넘고 있었다. 누가 봐도 '거품'이었지만 우리는 이를 심각히 여기지 않았다. 문제를 문제로 보지도, 의제로 삼지도 않을 것이다. 그건 그래도 약과다. 부국강병의 문제를 등한시하다 왜란과 호란을 겪었고, 개방과 개혁의 시기를 놓쳐 식민지로 전락하기도 했다. 모두 문제를 문제로 보지 못한 데서 온 결과였다. 지금의 우리는 어떤가? (31쪽)

'문제가 문제되지 않는 세상'이라는 글의 시작 부분이다. '지금의 우리는 어떤가?'라는 질문 뒤에는 물론 현실에 산적한 문제들이 나열된다. 답답하고 아찔하다.

 

사람 죽이는 '사람 좋은' 사람이라는 글에서 '너무 인간적이라 문제'라는 글도 인상적이었다.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 시절, 위원회 사무처장 할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청와대 비서관 신분으로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를 처리해야 하는 중요한 자리였다고. 선배 한 분이 "알다시피 좋은 사람이다. 공부도 많이 했고 성격도 좋다. 위아래로 다 잘한다. 누구하나 욕하는 사람 없다."며 잘 아는 공무원 한 사람을 추천했다고 한다. 저자는 바로 거절했다. "죄송하다. 이 자리에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사람이 너무 좋은 게 마음에 걸린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다 잘 해주려다 제대로 결정도 못하고, 그래서 결국 이 사람 저 사람 다 죽이는 수가 있다. 이 자리는 좀 더 맺고 끊을 수 있는, 욕먹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데 공직이란 게 재미있다. 욕먹지 않고 살겠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 우선 논란거리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일을 피하면 된다. 꼭 해야 하는 경우는 책임을 전가하거나 분산시키면 된다. 회의를 통해 결정하자 한 뒤 입을 닫고 있으면 되고, 입을 열더라도 강하고 분명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된다. 용역을 줘서 6개월이든 1년이든 밖으로 돌리다 임기를 마치거나 다른 자리로 가는 수도 있다. 그러면서 가까이 있는 사람이나 목소리 큰 사람들만 신경 쓰면 된다. 민원을 챙기더라도 이들 것은 들어주고, 자신과 떨어져 있거나 목소리 약한 사람 것에는 원칙을 강조하면 된다. 당장에 '사람 좋다'는 이야기에 원칙주의자란 이야기까지 함께 듣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조직은 어떻게 되고, 조직의 목표는 어떻게 되나? 결정은 느려지거나 왜곡되고, 목소리 작은 사람이나 멀리 있는 사람들의 신념과 이해관계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163쪽)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저자가 느낀 점을 솔직하게 이 책에 담아냈다. 이 책의 제목 '대통령 권력'과 부제 '권력과 힘의 이면을 말한다'를 보며 예상하게 되는 것과 직접 본문을 읽어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이 책에는 주로 시절의 경험과 저자의 생각을 담았고, '그런 상황이 있었고 그렇게 생각했구나.' 이해할 수 있었다.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누구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 때, 적절한 때에 맞춰 출간된 책이라 생각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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