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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ㅣ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평점 :
새해를 맞이하여 읽기 시작한 유난히 시선을 끄는 소설이 있다. 바로 나폴리 4부작이다. 2011년 '페란테 열병'을 일으킨 '나폴리 4부작' 제1권『나의 눈부신 친구』를 출간하고, 이어서『새로운 이름의 이야기』『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잃어버린 아이 이야기』까지 총 네 권을 출간해 세계의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나폴리 4부작'은 이탈리아와 영미권을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총 43개국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다니 궁금증을 더한다.
게다가 신비주의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소설가 '엘레나 페란테'에 대한 호기심도 갈수록 더해진다. 어짜피 소설을 읽을 때에는 소설가가 누구인가는 상관하지 않고 작품에만 몰입하는 편이면서도, 이 소설을 지은 사람이 누구인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하니 괜시리 더욱 궁금해진다. 얼굴 없는 작가, 소설가의 이름마저 필명이고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이라는 것밖에는 딱히 알려진 것이 없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저는 미디어에 적대적입니다. 미디어는 작가의 명성만을 따를 뿐 책 자체나 작품의 가치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저는 이야기를 시작할 때, 겉으로 보기에는 냉정하지만 안으로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마그마가 존재하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저는 페미니스트를 사랑해왔고 지금도 사랑합니다. 제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모두 실제로 존재합니다. 제가 본 여성들의 고통과 투지가 제 상상력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소설 속 여성들은 모두 강하고 교육받았으며 자기 자신과 자신의 권리를 의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충격에 쉽게 부서지기도 합니다. 저는 이러한 울림을 늘 경험했고 그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는 제 글쓰기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글쓰기는 모순적이고 짓눌린 듯한 일상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삶의 재생입니다." (엘레나 페란테_책 뒷날개 中)
엘레나 페란테가 들려주는 자전적 소설, 이번에 읽은 책은 그 중 제2권『새로운 이름의 이야기』이다.

2권 역시 본격적으로 읽기 전 '등장인물'이 구성되어 있다. 다섯 페이지에 걸쳐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관해 간단하게 특징을 잡아놓았다. 이 부분은 본문을 읽어나가다가 틈틈이 펼쳐보게 된다. 2권을 읽기 전에는 먼저 두 명의 특징을 파악하고 읽어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1권을 읽든 읽지 않았든 상관없이 2권에 빠져드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라파엘라 체룰로: '리나'또는 '릴라'라고 불린다. 1944년 8월생이다. 66세에 나폴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학교 다닐 때 뛰어난 우등생이었고 10세 때『푸른 요정』이라는 소설을 쓴다.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아버지의 일을 배운다.
엘레나 그레코: '레누차' 또는 '레누'라고 불린다. 1944년 8월생이다. 우리가 읽고 있는 이 소설의 작가다. 엘레나는 유년 시절의 친구이자 자신만이 '릴라'라는 애칭으로 불러온 리나 체룰로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고 이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엘레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도 공부를 계속하며 뛰어난 성적을 거둔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니노 사라토레에게 반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를 숨기고 남몰래 사랑의 감정을 키워간다. (등장인물 중)
이 소설은 나폴리 4부작의 제2권으로 청년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권에서는 유년기와 사춘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2권에서는 좀더 성장한 청년기의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이 안에서 인간 삶이 녹아들어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표출하느냐에 따라 저속한 느낌을 줄 수도 있고 시대상을 반영하여 의미를 던져줄 수도 있다. 이 소설은 후자에 가깝다. 강간, 폭력, 외도 등 온갖 어두운 요소들이 자극적인 조미료처럼 섞여서 강한 맛을 내는데도 소설에 꼭 필요한 장치라는 생각이 들고, 그 속에서 이탈리아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소설은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충분히 그런 일이 있을 듯하게 느껴지도록 한다. 여성 문제, 계급 문제, 물질만능주의, 이탈리아 사회의 남부 문제 등 수많은 사회적 이슈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독자를 이끌어간다.
모든 것이 아슬아슬하다. 위험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이들은 삶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평생을 구석에 처박혀 인생을 낭비하게 된다. 불현듯 왜 내가 아닌 릴라가 니노를 차지하게 됐는지 이유를 깨달았다. 나는 감정에 몸을 내맡길 줄 모른다. 감정에 이끌려 틀을 깨뜨릴 줄 모른다. 내겐 니노와 단 하루를 즐기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릴라와 같은 강인함이 없었다. 나는 항상 한 발짝 뒤에서 기다리기만 했다. 릴라는 그런 나와는 달리 진심으로 무엇인가를 갈망할 줄 알았다. 원하는 것은 망설임 없이 취할 줄 알았다. 열정을 다할 줄 알았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고 모멸감도 비웃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404쪽)
소설은 인간 내면 묘사가 어떻게 펼쳐지느냐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그래야 '이 사람들 왜 그러지?'하고 겉도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함께 울고 웃으며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그런 적 있어.' 혹은 '나라도 그 상황에서는 그런 느낌이었을거야.' 생각하며 감정이입을 하고 소설 속에 푹 빠져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의 소설가 엘레나 페란테는 독자의 심리를 잘 건드려준다. 소설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 현실 속에 살아 숨쉬는 생생한 느낌이 드는 것도 이들 감정을 잘 표현해서 생명력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페란테처럼 여성이 되어가는 모습을 이토록 잘 표현한 소설가는 없었다. 페란테는 한 여성이 딸로 태어나 소녀가 되고 사랑에 빠지고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격렬히 그려낸다.
- 존 프리먼_비평가
소녀에서 여성으로 성장해나가고 우리 삶은 예전과 같을 수 없을 것이다. 1권에 비해 2권이 좀더 자극적이면서도 시대와 사회상을 반영하고 격렬하게 흘러간다. 청년기라는 시기가 사람들에게 주는 역동적인 분위기가 한몫하는 것이다. 이 소설은 4부작인데 현재 2권까지만 번역이 되어 있다. 한 권의 끝은 마무리되는 느낌이 아니고 무언가 더 펼쳐질 것 같은 상황이어서 뒷 이야기가 궁금해 미칠 지경이 되고 만다. 이러한 지속성이 소설을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이다. 다음 권은 언제 번역이 끝날지,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