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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겠습니다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17년 1월
평점 :
이 책은 표지 그림이 인상적이어서 관심이 끌린 책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탄 고양이들이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평범한 일상이지만 인간의 삶도 이런 모습일 것이다. 내가 표지의 고양이들을 낯설게 바라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생명체가 우리를 볼 때 이런 느낌이리라 생각된다. 아침에 출근하여 시간과 노력을 쏟아서 월급을 받고, 남들처럼 사는 것 말고 다른 삶은 어떠할까.
이 책의 저자는 이나가키 에미코. 자유인, 미니멀리스트라고 적혀있다. 2016년 1월, 한 번 들어가면 좀체 나오지 않는다는 아사히신문사를 자진 퇴사했다. 남편 없고 의지할 자식도 없고 게다가 무직, 그러나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희망에 차 있다고 한다. '도망치고 싶을 때가 아니라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싶을 때 읽을 것!'이라는 띠지의 말을 귀담아들으며 이 책《퇴사하겠습니다》를 읽어보았다.
이 책의 맨 앞에 있는 글에는 "아프로 헤어와 회사를 그만둔 것이 관계가 있나요?"라는 글이 있다. 아프로 헤어가 무엇일까. 잘 몰라서 검색을 해보았다. 아프로는 '아프리카의, 아프리카인의'란 의미로서, 원래는 흑인 특유의 곱슬곱슬한 모발을 빗어 세워서, 크게 둥근 모양으로 다듬은 헤어스타일을 말한다고 적혀있다. 직장인이 시도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헤어스타일이다.
음. 관계 있……을 리가 없잖아! 라고 스스로에게 핀잔을 주다가, 문득 정신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정말로 관계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찬찬히 생각해보니 관계가 있는 걸 넘어 아프로 헤어를 하지 않았다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5쪽)
어떤 행동을 하는 데에 거창한 이유를 갖다붙일 수는 있어도, 사실은 미미한 데에서부터 시작되기 마련이다. 어쩌면 그런 사소한 데에서 인생은 송두리째 변해버리기도 한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말이다.
어쩌면 행복이란, 노력 끝에 찾아오는 게 아니라 의외로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게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했더니 회사를 그만둔다는 게 어쩌면 그다지 두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10쪽)
회사를 그만두고 난 후 '생각보다 어떻게든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저자. 일하기 싫은 것은 아니었고, '돈'보다는 '시간'과 '자유'를 더 원하게 되어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회사'라는 강력한 자기장을 지닌 조직에서 떨어져나와, 한 인간으로서 그런 것들에 대해 고민하며 이 책을 집필했다.
이 책에는 저자가 회사를 그만두기로 생각한 것부터 퇴사하겠다고 선언하자 주의의 반응이 어땠는지, 그만 두고 나서의 현실적인 문제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담겨있다. 회사를 그만두게 된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생활 속에서 절약하는 모습도 보여주며 진솔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기 사용을 줄이려고 하면서 전기가 아예 없다고 생각하고 생활하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어쩌면 '없으면 못 사는 것' 따위, 아무 것도 없는 게 아닐까.(106쪽)라고 말하며 그걸 깨닫자 자유로워졌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더 자유로워지는 상황을 만들고자하는 저자의 실행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때껏 나는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을 끝없이 손에 넣는 것이 자유라고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정반대였습니다. '없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그런 내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유였습니다. (107쪽)
회사는 나를 만들어가는 곳이지, 내가 의존해가는 곳이 아닙니다. 그걸 알게 되면 회사만큼 멋진 곳도 없습니다. 그리고 수행이 끝났을 때 당신은 언제고 회사를 그만둘 수 있습니다. (193쪽)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고 자유를 찾으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책은 아니다. 무조건 회사에서 버티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보는 이에게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저자는 취직을 하고 싶은 것도, 돈을 벌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일'은 하고 싶다고 하며 일의 근본적인 의미에 대해 사색한다. 이 부분에서 제공하는 메시지가 생각보다 컸다. 이 책을 읽으며 일과 자신의 관계를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