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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소파에 누운 경제 - 자본주의가 앓는 정신병을 진단하다
토마스 세들라체크.올리버 탄처 지음, 배명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고자 생각하게 만드는 데에는 이 한 마디면 충분했다. "정신분석학 관점에서 경제를 보려는 시도는 놀라운 영감을 준다. 가장 중요하고 설득력 있는 새로운 양식의 경제학 책이다." 지금껏 '정신분석'이면 '정신분석', '경제'는 '경제', 따로따로만 생각해보았지, 두 가지를 연관지어서 생각해본 적은 결코 한 번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독특한 시선으로 경제를 바라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이 책에 호기심이 생겼다. 제목 자체도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이 책《프로이트의 소파에 누운 경제》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토마스 세들라체크, 올리버 탄처의 공동 저서이다. 토마스 세들라체크는 바츨라프 하벨이 체코 대통령으로 재임할 당시 스물네 살의 어린 나이에 경제 자문가로 발탁되어 주목을 받았다. 바츨라프 하벨은 그에 대해 "40년 오랜 전체주의 공산 정권에서 벗어나 당대의 산적한 과제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경제학자"라고 평가했다. 현재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이자 체코국립은행의 수석 거시경제 전략가이며 세계경제포럼 윤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올리버 탄처는 오스트리아 주간지『푸르헤』의 편집장이다. 둘 다 정신의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집필을 하면서 전문가와의 대담과 세미나를 구성해 원고를 점검하고 수정했다고 한다.
이 책은 경제학과 정신분석학의 논리로 본 우리의 경제시스템을 다룬다. 우리의 소망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경제시스템과 사회의 연관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것이다. (서문 中)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 '성장의 탄생: 경제의 또 다른 역사'는 릴리스, 추락, 아킬레우스의 분노로 구성된다. 2부 '번영의 비용: 경제가 앓는 정신병'에서는 10장에 걸쳐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아폴론과 마르시아스, 판의 비명, 카산드라의 저주, 아프로디테의 허리띠, 시장의 희생양, 영원히 배고픈 에리시크톤, 황금 당나귀, 폴리크라테스와 헤도마조히즘, 도박사와 만물이론, 매춘 경제 등에 관해 들려준다.
이 책은 경제에 관한 책이지만 '자본주의 정신분석 강의'라는 점에서 시선을 끄는 책이다. 두 가지의 조합이 신선하다.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게 진행되고 잘 어우러져서 놀랍도록 도발적이다. 신화, 정신분석학 등으로 시선을 끌고 주제를 부각시키기에 경제에 관한 책이면서도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자연스레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능력에 감탄하며 읽어나갔다.
이 책에서는 경제를 조종하는 다섯 가지 정신장애를 이야기한다.
현실인식장애: 경제위기상황에서 경제학자들은 경제를 냉철하게 분석하는 대신 시장의 미래를 내다보며 과장된 예언을 내놓는다.
공포증: 부정적 극단에서 현실을 왜곡하게 하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야기한다. 특히 위기 시대에 공포 마케팅이 성행한다.
정서장애/정동장애: 특히 점점 빨라지는 호황과 불황의 경기순환에서 감지되는 양극성장애(조울증)에 대해 다룬다.
충동조절장애: 투자은행의 태도에서 감지할 수 있는 병적인 도박중독과 자본주의 시스템의 도벽
성격장애: 인간성, 이타주의, 건강한 이성보다는 이기주의 잔인한 경쟁, 금전 숭배, 권력 의지, 비양심을 주입받은 경영자들이 자본주의의 도구가 된다. (20쪽)
경제도 인간이 하는 것이기에 인간의 심리가 크게 작용하겠지만, 경제 자체를 큰 틀에 놓고 보며 분석해내는 시도는 참신하다. 완벽한 인간이 없듯이 완벽한 제도도 없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인식해본다. 문제를 알면 해결점도 보인다는 점, 한 곳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때 받아들이게 되는 폭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의 정신장애를 견주어 자본주의 자체를 진단한다는 점이 인상적인 책이다. 그동안은 다른 관점으로 경제를 바라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