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말 - 언어와 심리의 창으로 들여다본 한 문제적 정치인의 초상
최종희 지음 / 원더박스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의사소통은 서로를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누군가 무슨 말을 했을 때, 잘 이해되지 않는 말을 한참을 곱씹어보아도 무슨 뜻인지 와닿지 않아서 난감할 때가 있다. 그런데 한 나라의 대통령이 그렇다. 탄핵만 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세상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듯 해서 답답한 생각이 든다. 답답하다고 무작정 외면할 수는 없다. 알고는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박근혜의 말》을 읽어보게 되었다.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꼼꼼하게 잘 짚어주는 책이어서, 이 책을 통해 박근혜의 말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최종희. 작가, 저술가, 우리말 연구자이다. '언어는 그 사람이다' 라고 생각하며, 이 나라에서 쓰이는 언어들이 맑고 밝고 바르게 되면 시끄러운 일들도 줄어들리라 믿고 있다.

언어에 대통령의 모든 것이 담긴다. 국정에 관한 대통령의 단순한 코멘트 한마디조차도 각 부처를 관통하고, 전 국민 앞으로 향한다. 대통령의 언어는 통치 수단 중 가장 빈번히 사용되는 직접적이고도 즉효적인 수단이자 도구다. 그래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구사하는 언어의 품질과 내용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2쪽)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1장 '박근혜가 언어로 지은 집', 2장 '불완전한 언어 습득의 배경', 3장 '대통령은 왜 그렇게 말할까', 4장 '콤플렉스와 박근혜 언어', 5장 '칩거의 언어와 시선공포증', 6장 '정치인의 말을 어떻게 볼 것인가'로 나뉜다. 특히 3장에서는 근혜체의 여섯 가지 유형을 알려주며 실전 근혜체 고급 활용법까지 소개한다. 이 책을 통해 얻고 싶은 정보의 핵심적인 내용이 집약되어 있는 장이다.

 

박근혜라는 인물을 그가 이용하는 언어로 분석해보는 것이 독특해서 눈길을 끄는 책이다. 앞부분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가다보면 박근혜의 언어가 형성된 배경사를 짚어보고 본격적인 분석에 들어가게 된다. 3장 '대통령은 왜 그렇게 말할까'에서 본격적으로 '근혜체의 여섯 가지 유형'을 살펴본다.

2015~2016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정치계와 언론계는 물론이고 일반인들까지도 박근혜 대통령의 어법과 말투를 두고 무척 말이 많았다. 뭐라고 말은 많이 하는데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 주어와 목적어가 자주 분실되거나 뒤섞이는 바람에 듣는 이들이 그런 것들을 찾아내어 일일이 끼워 넣어야 가까스로 이해되는 말, '이산화가스'와 같이 사전에도 없는 이상한 단어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어법, 시간을 두고 앞뒤를 맞춰보면 전혀 안 맞는 내용 등이 그것이다. 이를 두고 흔히 '근혜체'라고 뭉뚱그린다. (79쪽)

황당한 박근혜 어법의 밑바닥에 공통으로 깔려있는 것은 심적 불일치에서 비롯된 이중성이라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근혜체를 큰 줄기로 여섯 개로 나누고 저마다의 유래와 사연을 들려준다.

 

근혜체의 여섯 가지 유형

1.오발탄 어법

2.영매 어법

3.불통 군왕 어법

4.피노키오 공주 어법

5.유체이탈 어법

6.전화통 싸움닭 어법

앞부분은 전체적인 배경이 된다면, 3장은 본격적인 핵심 내용이자 이 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정보이기에 더욱 시선이 집중된다. 이 여섯 가지 틀을 기반으로 박근혜의 언어를 분석하는 시도가 흥미롭다. 구체적인 연설문이나 언어 사용을 예로 들어 살펴보기 때문에, 때로는 음성지원이 되는 듯, 생생하게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코미디처럼 웃고 넘겼던 발언이 단순한 실수였는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인지 본인만이 알 것이다. 아마 본인도 이 책을 읽으면 깜짝 놀라지 않을까 생각된다. 

 

박근혜는 청와대에서만 20년 넘게 살았다. 모든 사람들이 아버지 앞에서 굽실거리는 걸 16년 동안 봐 왔고, 지금은 자신 앞에서 모든 이들이 그리한다. 늘 봐 온 게,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국민이었다. 자신을 빼고는 모두 아랫것들. 그게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다. (111쪽)

그렇기에 2012년 대통령 당선 이후 박근혜의 말은 점점 공격적이고 날이 섰으며 국민에게 한 수 가르치려는 듯한 양상을 보였고, 그것은 종종 뒷방 시어미 같은 잔소리로 표출되기도 한다고. '무결핍은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공주를 인형으로 만든다', '오랜 무결핍은 챙겨 주기, 배려하기를 모르는 불감증을 낳는다' 등 박근혜의 언어를 나오게 한 삶의 양상을 공감하며 바라본다.

 

'피노키오 공주 어법'으로 표현되는 '대중을 속인 언어 성형 정치'도 인상적이다. 자신의 말에 분칠을 입히거나 변조하는 언어 성형에서 전문가 대열에 들고, 필요하면 내용을 숨기거나 생략하고 거짓말도 곧잘하는 이중성을 볼 수 있다. '유체이탈 어법'은 책임 전가, 회피용, 논란 희석용, 물귀신 작전에도 동원되는 등 쓸모가 다양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전화통 싸움닭 어법'에서는 근혜체의 민낯을 살펴볼 수 있다.

 

여섯 가지 유형으로 박근혜의 언어를 분석하는데, 구체적인 발언을 근거로 들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몰입도가 뛰어나지만 이것이 대통령의 모습이었다고 생각하니 씁쓸한 기분이다. 썩소를 날리게 되는 부분이 군데군데 있어서 마음 속 한 귀퉁이가 꽉 막힌 듯한 느낌이다. 그렇더라도 언어의 측면에서 사람을 바라보는 계기가 되어서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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