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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페스
콜린 후버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은 책 읽기에 적당한 때라는 생각이 든다. 밖에 돌아다니기 싫은 추운 날씨, 이런저런 일들로 시끌벅적한 세상…. 이럴 때에는 따뜻한 방 안에서 뜨끈한 국물과 간식거리를 앞에 두고 책을 읽으면, 속이 다 편안하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든든한 활력소가 된다고 할까. 특히 이런 때에는 로맨스 소설도 제격이다. 이 책《컨페스》는 로맨스 소설이라는 것만 알고 읽기 시작했다. 늘 그렇듯이 소설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읽었다가 김이 빠진 일이 많아서 일부러 아무 것도 모른 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소설, 대단하다. 뻔한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깨고, 책속으로 풍덩~ 빨려들어가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콜린 후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저자다. 특히 남녀 간의 로맨스를 절묘하게 그려내기로 유명해, "사탕처럼 달콤해서 계속 음미하고 싶은 문장" "이해할 수 없는 설정도 이해하게 만드는 필력" "설레게 했다가 가슴 아프게 했다가 마음을 들었다 놨다하는 작가"라는 평을 들으며 로맨스 독자들에게 '마약 작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열일곱의 사랑. 이 소설은 오번과 애덤의 안타까운 이별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그 후로 5년의 시간이 흐르고, 이야기는 이어진다. 컨페스(고백). 그것은 건물에 붙어 있는 간판 이름이었다. 15분 가까이 문 오른편에 붙어 있는 고백들을 다 읽은 다음 두 번째 창문으로 옮겨가려던 참에 갑자기 문이 열리고, '사람 구함'이라는 글자는 '사람 급구!! 제발 이 문을 열고 지원해주세요!!'로 바뀌었다. 오번은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화가 오언 젠트리의 스튜디오에 취직하면서 새로운 만남은 시작된다.
오언은 익명의 사람들이 통 속에 '고백'을 넣고 가면 그걸 그림에 영감을 주는 소재로 이용한다. 오번은 스튜디오와 고백들을 보며 애덤을 떠올린다.
보는 것마다, 또 하는 것마다 언제나 애덤과 연결시키는 내 모습이 싫다. 나의 이런 모습은 없어질 수 있을까. 없어진다면 언제쯤 가능할까. 그 애를 마지막으로 본 지도 벌써 5년이 지났다. 그 애가 죽은 지 5년이다. 이제 5년. 어쩌면 나는 내 앞에 붙어 있는 고백처럼, 그 애가 없는 나의 삶을 그 애와 함께했던 삶과 영원히 비교하는 것 아닐까. (41쪽)
그런데 오언은 오번을 처음 본 것이 아니라는 고백이 이어진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책을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나는 스스로에게 다시 말하려 애썼다. 이건 우연일 뿐이라고. 그녀가 오늘 밤 내 작업실 앞에 나타난 건 우연일 뿐이라고. 그녀가 내 작품에 끌리는 건 우연일 뿐이라고. 그녀가 나와 가운데 이름이 같다는 건 우연일 뿐이라고. 하지만 그게 운명일 수도 있다는 걸 너도 알잖아. (102쪽)
오언과 오번의 시점이 교차되며 소설은 전개된다. 오언과 오번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며 여러가지 감정을 느낀다. 이들의 마음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몰입도가 높고, 마음이 풍부해진다. 달콤하기도 하고, 쓰라리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한 감정의 교차. 소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내 마음 속에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가 친다. 따뜻한 커피의 부드러운 맛과 식은 커피의 씁쓸한 맛을 오가며 소설을 읽는다.
일단 손에 들면 끝까지 읽게 된다. 아니,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다. 궁금한 마음은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오번과 오언에게 감정 이입을 하며, 도대체 이들을 통해 알게 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마지막까지 급하게 달린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왜 오번과 애덤의 이야기로 시작되었는지, 오번이 가지고 있던 그림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의문이 풀린다. 그냥 덮어버리기에 아쉽다. 스토리 자체만큼 매력적인 것이 순간순간 의미를 극대화시키는 작가의 필력이다. 그래서 인지 나또한 좋았던 부분을 다시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읽고 나서 일주일 정도 다른 책을 곧바로 읽을 수 없었다. 여운이 길었고 좋았던 부분을 다시 들여다봐야 했다."
_<가디언> 서평 중
이 소설은 부드럽게 읽히는 문장이 매력적이다. 사랑이라는 소재는 어찌보면 뻔한 전개에 흔한 이야기라고 생각될 수도 있을텐데, 작가가 어떻게 버무리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가온다. 그냥 흔한 소재라고 생각했던 것이 작가의 필력으로 유려하게 부활하는 것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