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들의 도시 - 한국적 범죄의 탄생에서 집단 진실 은폐까지 가려진 공모자들
표창원.지승호 지음 / 김영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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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당신도 공범 아닙니까?" 이 질문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부정했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아니라고 답변하기 또한 어려웠다. 결국 이 질문은 이 책을 읽어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었다. '한국적 범죄의 탄생에서 집단 진실 은폐까지 가려진 공모자들'을 이야기하는 이 책《공범들의 도시》를 읽으며,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은 한국 최초의 프로파일러 표창원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나눈 대화의 기록이다. 나또한 그동안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침묵한 사람 중 하나였다는 생각에 미치자 마음이 무겁고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속이 꽉 막혀 얹힌 듯한 기분으로, 무언가 해야할 일을 하지 않은 채 방관하고 있는 듯한 죄책감을 어깨에 얹어놓은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보았다.

 

이 책은 총 5부로 나뉘는데, 1부 '한국적 범죄의 탄생', 2부 '연쇄살인을 복제하는 사회의 어두운 고리', 3부 '과학수사를 파괴한 사법 시스템의 죄악', 4부 '거대 국가 범죄에 가담한 경찰들', 5부 '차가운 분노, 그리고 뜨거운 희망'으로 구성된다. 연쇄살인, 불법 도박과 스포츠 승부 조작, 아동 성폭력, 미제 의혹 사건들, 국가 범죄 등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범죄의 민낯을 들여다본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 책이기에 이들 대화를 지켜보는 심정으로 읽어나가게 된다. 사건이 나타난 후에도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잘 알고 있다. 요즘에 보게 되는 사회 모습도 마찬가지로 우리를 답답하게만 만든다. 분노하고, 좌절하고, 외면하며, 시간이 흐르고 있다.

지: CCTV를 설치해도 사후에 '아, 저 사람이구나' 확인만 할 수 있는 거잖아요.(웃음)

표: 터진 다음에는 소용이 없죠. 그것보다 원인에 대한 해결을 해야겠죠. 사회적 분노 자체가 팽배해 있잖아요. 층간 소음 문제를 가지고도 살인이 이루어지고,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분노를 좀 줄여나가야 되거든요. 그렇게 하려면 출발선상 자체가, 가진 자들의 과오와 잘못부터 반성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바람직한 대가를 치르고, 이런 모습부터 보여줘야 되는 거죠. 그래야 사회 전반이 그나마 대리만족, 분노의 해소 효과,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가 있는 거잖아요. 그 후 전반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제도 개선을 해나가는 거죠. 지금 우리 교육이며 사회 모든 시스템이 큰 문제가 있잖아요. (19쪽) 

 

가족 문제, 전관예우, 묻지 마 범죄, 외국인 범죄자에게 너무 약한 사법 시스템, 시위 진압을 위한 경찰 특공대와 전경들, 왜 전두환에게 나랏돈을 찾지 못하는가? 등 읽으면 읽을수록 뒷골이 당기는 이야기 투성이다. 이 책에 미처 쓰이지 못한 범죄들까지 포함하면 내가 이런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인가 속이 문드러질 지경이다. 하지만 더 이상 애써 외면하지 말고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읽어나간 책이다.

 

아프지 않은 다수의 약간의 불편함이 뭐가 중요해요. 자식 잃은 고통보다 심한 것이 어디 있다고. 그러니까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비인간적이에요. 자꾸 제가 제시하는 것이 왜 사느냐 하는 부분들을 우리는 너무 생각하지 않고 산다는 겁니다. 인간은 왜 사는가, 특히 정치인들, 법조인들 이 사람들이 '인간이 왜 사는가?'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당신 자녀들이 끔찍하게 사망했다면 여러 사람을 위해서 더 이상 문제 제기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오겠느냐는 말이죠. (200쪽)

이 책이 출간된 것은 2013년인데 요즘 나온 책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사회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나보다. 사건은 계속 일어나는데다가 더 큰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더 이상 방관하면 안 되겠다는 움직임이 세상을 밝히고 있다. 어쩌면 진실을 피하지 말아야 할 순간, 눈을 감고 외면했기에, 이 세상이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관심을 가지고,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만으로도 조금씩 세상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불편한 진실을 애써 외면하지 말고 두 눈을 똑바로 뜨고자 하는 작은 발걸음으로 이 책을 선택했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독자들이라면 이 책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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