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보수를 찾습니다 - 우리가 잃어버린 보수의 가치
로저 스크러튼 지음, 박수철 옮김 / 더퀘스트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은 병들어있다. 요즘 시국은 정치에 무관심하던 사람들에게조차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만든다. 관련된 서적도 속속들이 출간되고 있고, 그 중에 지금껏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짚어주는 책도 있다. 이 책《합리적 보수를 찾습니다》도 그 중 한 권이다. 보수란 무엇인가, 특히 합리적 보수는 무엇일지 궁금하여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지금처럼 병든 보수주의가 아니라, 제대로 된 보수를 희망하며 진정한 보수의 철학을 생각해본다.

 

이 책의 저자는 로저 스크러튼. 영국의 대표적인 보수 지식인이다. 미학, 철학 등 깊은 인문학적 식견을 바탕으로 일상의 보수주의 철학과 가치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옥스퍼드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타임즈》《텔레그래프》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한다. 영국에서 '그 누구보다 보수주의에 대해 가장 훌륭하게 정의내리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보수주의는 모든 성숙한 사람들이 선뜻 공감할 수 있는 생각, 즉 훌륭한 유산은 쉽사리 파괴되지만 쉽사리 창조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기인한다. 이것은 특히 우리에게 공동의 자산으로 주어지는 훌륭한 유산, 즉 평화, 자유, 법, 공손함, 공공심, 재산 및 가정생활의 보장 등에 적용되는 말이다. 이 모든 것을 누리려면 우리는 타인의 협조에 기댈 수밖에 없으며, 혼자 힘으로는 무엇 하나 누릴 수 없다. 훌륭한 유산을 파괴하는 작업은 빠르고 수월하고 신나지만, 창조하는 작업은 느리고 힘들고 지루하다. 이것은 20세기의 교훈 가운데 하나다. (6쪽)

 

이 책은 총 13장으로 구성된다. 1장 '나는 어떻게 합리적 보수가 되었나', 2장 '출발점으로서의 집', 3장 '국가,국민,민족을 만드는 것들', 4장 '왜 사회주의는 실현되기 어려운가', 5장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보수의 시선', 6장 '자유주의에 대한 담론들', 7장 '다문화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8장 '환경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 9장 '국제주의에 담긴 진실', 10장 '보수주의라는 개념에 대하여', 11장 '가치의 영역, 경계, 그리고 기준', 12장 '현실 정치에 필요한 실용적 사안들', 13장 '한탄은 삼가고 상실은 인정하는 고별사'로 나뉜다.

 

먼저 이 책은 '나는 어떻게 합리적 보수가 되었나'라는 제목의 글로 시작된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학자들의 약70퍼센트가 좌파로 자처하는데, 점점 전통적 가치에, 혹은 서양 문명의 빛나는 업적을 정당화하는 주장에 적대적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한다. 그런 분위기에서 지식인 사회에서 보수주의자들은 정체를 감춰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린다고. 저자의 출생, 성장과정, 집안 분위기 등을 들려주며, 어떤 분위기에서 성장했는지 알게 된다. 그의 사상은 성장 배경에서 자연스레 채워진 것이리라.

 

지금껏 보수주의가 들려주는 목소리에 귀기울여본 적이 있었던가.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오고갔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다보니 지금껏 단어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바라보는 데에 큰 역할을 하는 단어 중 하나가 '보수vs 진보'였다는 생각도 해본다. 보수와 진보, 둘 중 하나만 있는 세계는 없다. 이 둘은 공존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들려주는 보수주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다. 한쪽 편에 서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모두를 한 걸음 떨어져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감정적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또한 보수주의에 대해 알게 되고, 생각해보는 데에는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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