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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김성한 지음 / 새움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내가 덮어씌운 살인사건의 변호를 내가 맡았다."
이 소설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해진 것은 이 한 문장에서 비롯되었다. 이 문장을 보고 이 소설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목도 작가도, 그 어떤 정보도 안중에 없이, 이 문장 하나로 독자를 끝까지 끌고가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몰입도가 대단하고, 끝날 때까지 멈출 수 없는 소설이었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서스펜스 스릴러!' 라는 이 책의 설명에 완전히 공감한다. 이 소설《달콤한 인생》은 한 번에 눈길을 사로잡아 손에 잡으면 끝을 봐야하는, 마지막 장을 넘겨야 속이 시원한, 그런 소설이다.

억대 연봉과 화려한 인맥, 아름다운 아내와 곧 태어날 아이,
패배를 모르며 연승을 달리는 서른여섯 살의 변호사 박상우.
탄탄대로가 이어질 것 같던 그의 인생은 실수로 저지른 살인으로 인해 위기를 맞는다.
주도면밀하게 사건을 은폐하고 남에게 덮어씌운 변호사는
누명을 쓴 자의 변호를 자신이 직접 맡으며 완전범죄를 꿈꾸는데… (책 뒷표지 中)

이 책은 프롤로그부터 강렬하다. 한 남자가 죽어가고 있다. 아니, 조금만 읽다보면 그 남자는 결국 목숨을 잃었다고 나온다. 하지만 살인을 저지른 자는 자수 후에 자신이 겪게 될 인생을 고민한다. 그는 목격자가 없음을 확인하고 피묻은 흉기에서 지문을 지워냈다.
'취소된 변호사 자격증으로 구할 수 있는 직업은 무엇이 있을까? 살인 전과를 가지고 살 수 있는 인생은? 일 년을 꼬박 일해 지금의 한 달 월급을 벌 수 있겠지. 지금의 반의반도 안 되는 크기의 마당이 없는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겠지. 도로 위를 달리는 벤츠를 우수에 젖은 눈으로 바라보게 되겠지. 한 손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한 손에는 교통카드를 들고 만원 버스에 올라 숨이 턱턱 막히는 삶을 살게 되겠지.' (51쪽)
주인공 박상우는 변호사다. 상우가 몸담은 로펌은 '현답(賢答)'은 사자성어 그대로 우문(愚問)을 가진 이들이 답을 찾아 돈을 싸들고 찾아오는 곳이다. 수백 명의 변호사와 변리사, 법무사, 회계사가 똘똘 뭉쳐 돈을 긁어모으는 업계 2위의 초대형 로펌으로 성장했다. 살인적인 업무량에다가 돈만 주면 악마의 변호인석에도 앉는다는 악평이 자자했지만, 사회적 지위와 함께 금전적인 보상도 따르니 수많은 법조계 인재들이 현답에 입사하고 싶어했다. 이 소설은 가진 것이 많은 주인공, 즉 잃을 것도 많기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자신의 과오를 덮어야 하는 인물을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몰입도를 키운다.
잠시 감상에 젖는 것은 괜찮지만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자신이 타고 다니는 A클래스 벤츠는 눈물이 아니라 휘발유를 먹고 달린다는 사실을. 그리고 휘발유 값은 언제나 돈으로 지불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12쪽)
느닷없는 사건으로 순식간에 살인자가 되어버린 상우. 결국 자신의 사건을 은폐하고 다른 이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운다. 악마의 소리에 결국 두손을 들고 치밀하게 증거를 조작하는 모습을 보며, 독자는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듯 스릴 넘치는 기분에 휩싸인다. 이 소설은 주인공 상우에게 은근히 감정이입을 하여 조마조마하게 읽어나가는 데에 그 매력이 있다. 전체적인 스토리, 마지막 장면, 그 모든 궁금증을 넘어서 인간의 밑바닥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그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상우의 범죄가 덮어지기를 바라게 되는 묘한 끌림, 그것은 결국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연민인 것일까.

"어째서…… 좋은 일들은 꿈속에서만 일어나는 걸까……."
"우리가 교만했기 때문이야. 간절함을 잊고 만족만을 찾아왔던 거야. 겨울에 몸을 움츠리고 봄을 기다리다가도 막상 봄이 오고 나면 여름옷을 꺼내며 어서 다음 계절이 오기를 바랐던 거야. 생각해봐. 사는 게 사막이고 우리가 서로에게 물 한 컵이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됐을까."
재는 시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상우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옳았다. 자신은 소중한 것들에 감사하는 법을 잊고 사랑하는 사람을 기만했다. 날카로웠던 죄책감은 빠르게 무뎌져갔고 거짓말과 위선들로 자기를 합리화시키는 방법을 터득했다. 행복은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지난날 꿈꾸고 바라던 것을 손에 쥐고 난 다음에도 그때의 간절함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306쪽)
범죄뿐만 아니라 불륜을 비롯한 인간으로서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악독한 일들이 양념처럼 스며들어 있는 인스턴트커피같은 소설이다. 달콤하고, 자극적이고, 악마의 유혹과 정신 번쩍 드는 스릴러, 죄책감이 들어도 교과서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어떻게든 자신의 과오를 덮어버리고 싶은 욕망, 상황에 따라 잔인해질 수도 있는 인간의 본성…. 이 모든 것이 한 잔의 커피처럼 이 소설 한 권 속에서 어우러져 독자를 끌어당긴다. 긴장감 넘치는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야 모처럼 긴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