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품격 - 박종인의 땅의 역사
박종인 글.사진 / 상상출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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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땅에 살면서 우리 땅에 대해, 우리 땅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깨닫는다. '나는 알고 있는 것이 극히 적구나!' 멀리 떠나지 않아도 국내 여행으로도 갈 곳이 많고 알 것이 넘쳐난다는 것을 일러주는 책이다. 이 책《여행의 품격》을 보면서 고품격 인문 기행에 초대받아 함께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제대로 된 인문기행의 정수를 맛보는 시간이다.

 

 

이 책의 저자는 박종인. 조선일보 여행문화전문 기자다. 1992년부터 조선일보 기자로 활동하며 여행과 인물에 관한 글과 사진을 쓰고 찍어왔다. '박종인의 인물기행', '박종인의 진경산수', '대한국인' 시리즈를 조선일보에 썼다. 지은 책으로는 여행 에세이《내가 만난 노자》, 인도 기행서《나마스떼》, 한국 여행 가이드북《다섯 가지 지독한 여행 이야기》와 인물 기행《한국의 고집쟁이들》등이 있다.

망국 신라를 떠나 강원도에 신라 부활국을 꿈꾼 마의태자, 모시를 만들다가 훗날 자기 조상이 왕실에 모시를 납품하는 관리였다는 사실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란 서천 여자 박예순, 미궁에 싸여 있던 중원 땅의 비밀을 중원고구려비 발견으로 단숨에 풀어버린 검사 유창종, '조선왕조 500년 양반마을'이라고 서울시가 허무맹랑하게 홍보하고 있는 친일파 거두들의 땅 서울 북촌을 근대한옥마을로 재건설한 독립운동가이자 부동산재벌 정세권…. 그 기행(紀行)의 흔적을 모아보았다.  (서문 中 박종인)

 

 

사람은 땅에서 태어나 땅에서 죽는다. 하늘로 영혼이 올라간다는 말도 들었는데, 믿지는 않는다. 공자님이 그랬다. 사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죽어서 일까지 어이 말하냐고. 우리는 땅에 산다. 그 땅에서 우리는 여행을 한다. 모든 사람이 사학자일 필요는 없지만, 여행길을 떠난 사람이라면 그 땅에 얽힌 이야기를 눈곱만치라도 알고 떠났으면 좋겠다. (서문 中)

먼저 이 책에서 들려주는 여행은 서문에서부터 시작된다. 몇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아, 그렇구나!' 생각하게 된다. 흥미로운 마음으로 읽어나가기 시작하기 위해서는 서문부터 읽는 것이 순서이다.

 

 

이 책에서는 총 35곳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신약방 김영숙과 양구 펀치볼, 태백 매봉산과 농부 이정만, 왕궁리 유적이 있는 익산과 토박이 이상철과 오지나, 서울 북촌과 미스터리 애국자 정세권, 문학의 땅 장흥과 시인 이대흠, 문경새재와 아리랑을 부르는 송옥자, 고인돌이 있는 화순과 소설가 정찬주, 파로호와 화전민 아내 김영순의 모진 삶 등 장소와 사람에 얽힌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내고 있다.

 

이 책, 생각보다 흥미롭게 쑥 빨려들어간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빛을 내는 것일까. 살아있는 이야깃속으로 풍덩 들어가본다. 장소뿐만 아니라 그 안에 스며들어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시선을 떼지 못한다.

 

 

서울 북촌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서울 북촌과 미스터리 애국자 정세권'은 북촌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해준다.

서울시 자료 '북촌 산책'에는 '조선 시대 양반들이 터를 잡으면서 시작된 이곳은 당시부터 이어져 온 오래된 길과 물길들의 흔적, 그리고 한옥들을 만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사람들은 북촌 초입 관광 안내소에서 나눠주는 이 두 자료와 지도를 따라 골목길을 걷는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조선 시대 양반들이 살던 집들"이라고. 거짓말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거짓말이다. 21세기 눈앞에 보이는 북촌은 조선 시대와 관계가 없는 1930년대 개량 한옥 마을이다. 그 한옥 마을 전부를 한 사람이 만들었다. 이름은 정세권이다. (189쪽)

이쯤되면, '정말?'이라는 의문과 함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질 것이다. 이처럼 이 책에는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글과 함께 거기에 얽힌 이야기를 제대로, 인상깊게 풀어내고 있다. 그저 수박 겉핥기식으로 여행지를 휙 돌아보고 끝날 것이 아니라, 미리 그 곳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떠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론 그리 되면 여행의 깊은 맛이 우러나게 마련. 여행지에 대해 제대로 알고 떠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각 이야기의 뒷편에는 '여행수첩'이 담겨있는데, 볼거리를 간단하게 일러준다. 본문을 읽고나면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인데, 간단하게 한 페이지에 정리된 정보를 통해 여행의 의욕을 구체화시킬 수 있다. 언제든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마음을 키워주는 책이다.

 

어떤 부분을 먼저 선택하여 읽더라도 마음을 움직인다. 글만 보아도 손색없이 마음에 쏙 들고, 사진을 보아도 전체적으로 어우러져서 글의 맛을 깊고 풍부하게 해준다. 이 책을 통해 우리 땅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되니 그만큼 더 폭넓게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이는 인문 기행이라는 말이 딱 떨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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