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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절벽 - 성공과 행복에 대한 거짓말
미야 토쿠미츠 지음, 김잔디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흔히 열심히 일하면 성공이 앞당겨질 것 같고, 좀더 부지런해지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열심히 공부하면 훌륭한 사람이 저절로 될 것이라 믿는 어린 시절의 생각은 산타클로스가 있는가 믿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커보면 알게 된다. 세상은 그렇지만은 않고 갓 사회에 나와서는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노동력을 착취 당하기도 한다. 과연 이 과정이 합당한 것인가? 이 책에서는 질문한다. '더 많이' 일하는데 왜 돈과 행복은 여전히 멀리 있는가? 열정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이 책《열정 절벽》을 읽어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미야 토쿠미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미술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인 북유럽의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을 비롯해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글을 쓰고 있으며, 정치, 경제, 문화를 다루는 미국의 사회주의 언론지 '자코뱅'의 객원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서문 '열정, 착취의 또 다른 이름'에 이어, 1장 '인정받는 일의 위험성', 2장 '고용주를 위한 열정', 3장 '청춘, 희망 노동에 갇히다', 4장 '열정을 측정하는 방식', 마지막으로 결론 '일하지 않을 권리'로 나뉜다.
미야 도쿠미츠는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한다는 뻔한 이야기에 휩쓸리지 않고, 오늘날 경제담론에서 논점을 흐리는 진부한 생각과 선전, 그리고 오해를 시원하게 꿰뚫는다. 토쿠미츠는 동시대 학계에서 흔치 않은 관찰자로 역사학과 사회학에 정통하면서도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 오늘날 과도한 노동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코리 로빈_《보수주의자들은 왜?》저자
가장 먼저 서문에 있는 '미켈란젤로에게도 그림 작업은 고된 노동일 뿐이었다'는 제목의 글이 눈길을 끈다. 몸을 뒤틀고 목을 길게 뺀 기괴한 자세로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를 그리고 있었던 미켈란젤로가 친구 조반니 다 피스토이아에게 보낸 글을 언급한다. "이 덫에 갇혀 있는 동안 갑상선종이 악화되었네. 몸 앞쪽 피부는 팽팽하게 늘어나는 느낌인데, 뒤쪽은 구겨지고 접혔어. 나는 지금 시리아 활처럼 휘어 있다네." 숭고하고 신성한 작품에는 갑상선종과 경련, 눈의 피로, 물집 등 수많은 고통이 내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분노와 답답함이라는 정신적 괴로움까지 동반되어 있는데, 이는 당시 사회적 기대와 개인적인 한계를 둘러싼 권력구조의 산물이라는 점이 마음을 뒤흔든다. 사람들에게는 하루 24시간이 주어지고, 하기 싫은 일이 있고 버거운 일도 있게 마련이다. 위대한 예술 작품을 만든 예술가들의 속마음이 어떠했을지 짐작하며,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점에 동의하며 흥미롭게 이 책을 읽어나간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Do Whant You Love, DWYL)는 근본적으로 자아도취의 개념이며, 근로자에게 끊임없이 자기만족을 강요함으로써 타인뿐 아니라 자신의 근무 조건까지 스스로 무시하게 만든다. 또한 DWYL는 일에 대한 동기부여를 제시함으로써 무급이나 저임금 노동을 정당화하면서 근로자들을 착취의 위험에 빠뜨린다. 열정을 동기부여로 내세움으로써 임금이나 합리적인 근로 시간을 주장하면 속물 취급을 한다. (17쪽)
이 책에서는 DWYL의 첫 번째 거짓말 'Do'의 비밀이 숨어있다고 말한다. 누구나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할 수는 있지만 빚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은 부유한 사람들 뿐이라고 역설하며, '학위와 빚은 중산층으로 가는 수단인가?' 질문을 던진다.
특히 요즘같이 인턴 사원도 되기 힘든 사회에서는 '인턴, 감사하라, 불평은 금물이다'라는 글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인턴은 고용이 거의 또는 전혀 보장되지 않는 일시적인 업무 형태이더라도 인턴 사원에게 요구되는 행동 덕목은 "항상 웃음을 띨 것, '감사합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것, 겸손한 태도를 보일 것, 단순한 일에도 열정을 보일 것." 언제나 활기차고 고마워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111쪽) 인턴의 임금은 낮거나 전혀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낮은 보수 또는 무보수로 일하면서도 감사와 행복을 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저자는 이렇게 착취적인 일자리를 위해 경쟁하고 이를 기꺼이 수행하는 이유는 '희망' 때문이라고 말한다. 희망은 대단히 강력한 사상적 도구이며, 특정한 방법으로 육성하면 자신의 이익을 주장하기보다 착취 세력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라고.
이 책에서는 결론으로 '일하지 않을 권리'를 이야기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 '자신의 행복을 따라가라' 따위의 주문은 생산과 소비를 끝없이 강요하는 무자비한 신념을 자기관리와 안이한 행복으로 은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재미없는 두 가지 훈계의 초점을 일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돌려보면, 우리의 삶이 자유로워지고, 급진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 즉, 우리의 삶에서 일이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181쪽)
모두다 한 방향을 바라보며 정신없이 달려가는 듯한 모습이 사회의 분위기인데, 그 안에서 갑작스레 다른 시각을 인정해줄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한 번쯤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덜 일하고 더 많이 보상받는 것을 몽상으로 치부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발언을 함께 생각해보아야 할 때이다.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현실의 문제를 날카롭게 짚어내고 분석해서 시선을 끄는 책이다. 특히 '열정'이라는 것은 기업이 근로자에게 임금을 가능한 적게 지불하고, 근로수당과 보호제도를 없애려고 끌어들인 정신적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조목조목 짚어내기에 불편한 마음으로도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열정'에 대해 '성공'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마음가짐이 아닌, 다른 면에서 바라보도록 길을 안내해주는 책이다. '열정'에 대해서 '희망'을 말하며 현실을 저당잡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의 안내에 따라 현실 사회를 짚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