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낚시 통신
박상현 지음 / 샘터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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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관심사는 그 사람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기에 흥미롭게 다가온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기도 하고, 때로는 나와 전혀 다르다고 생각되어도 말이다. 타인의 세계와 나의 세계는 근본적으로 다르니, 관심사를 가지고 그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낚시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나는 낚시를 좋아하지도 않고, 소질이 있지도 않다. 그저 몇 번 마지못해 따라간 낚시터에서 나도 낚시에 취미가 있었으면 이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 좀더 수월할텐데, 생각한 적은 있었다.

 

이 책《연어낚시통신》을 처음 접했을 때, 그저 '연어낚시광이 되어버린 캐나다의 한국인 정원사 이야기'라는 정보만을 알고 읽기 시작했다. 연어낚시에 대해서도 일체 알고 있는 지식이 없는 독자이지만, 그의 이야깃속에서 나또한 점점 흥미를 느끼며 연어낚시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된다. 전혀 관심 없던 연어와 낚시에 대해서 자신의 성장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기에, 처음에는 평범하게 읽어나가다가 점점 그의 마음에 끌려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열정으로 초대받는 듯하다.

 

이 책의 저자는 박상현. 중년에 접어들면서 가족과 함게 캐나다 빅토리아로 이민, 2008년부터 그곳에 있는 세계적 정원 부차트 가든에서 정원사로 일하고 있으며, 가이아 컬리지에서 친환경 조경 디자인 코스를 이수했다. 저서로는 이국땅에서 꽃과 나무를 기르며 깨달은 삶의 단면들을 엮은《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2012)가 있다.《연어낚시통신》은 그가 캐나다에서 취미로 시작한 연어낚시 이야기를담은 책이다.

연어를 잡으려고 좌충우돌하던 연어낚시꾼은 이제 연어를 조금 알게 되었고, 이 신비로운 생물의 일생을 빌려 사람이 사는 모습을 헤아려보기도 한다. 인공부화장에서 태어나 강으로 내몰리는 어린 연어를 보면 내 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바다에 뛰어드는 용감한 연어의 모습에 겁 없이 서울 생활을 시작했던 내 젊은 시절이 비쳤다. 산란을 마치고 숨을 헐떡이는 애잔한 모습은 말년에 고향을 지키며 홀로 사는 고모님과 겹쳤다. 그러면서 부족한 대로, 내가 알고 느낀 것을 나누고 싶어졌다. (10쪽)

 

연어낚시를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배를 사게 된 일화, 좌충우돌 연어낚시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어나가게 되었다. 낚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특히 연어낚시에 대한 이야기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낚시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된다. 낚시를 하는 사람은 물고기가 낚일 때의 그 손맛을 잊지 못해 계속 하게 된다고 하지 않던가. 입질이 오면 얼마나 짜릿할지 글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이 그저 초보연어낚시꾼이 연어낚시를 알아가는 지식 전달에만 그친다면 아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연어를 보면 사람이 보인다'를 보며 타향에 자리잡고 살아가는 한 인간을 보게 되었다. 연어를 통해 바라볼 수 있는 한 인간의 삶이다. 누군가의 삶, 혹은 나 자신의 삶이 이 책에 녹아들어 있다. 낚시에 흥미가 없더라도 그 안에 담긴 사람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다.

사는 나라가 바뀌었다고 돌아갈 고향마저 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간절하고 향수를 가슴에 묻고 살며 멀어진 귀향에 더 애태운다. 이민자의 숙명이다. 새로운 세상을 찾아 나선 길에서 연어는 내 길동무였다. 연어를 만나 도전과 모험을 다시 겪었고, 팽팽한 긴장감도 되찾을 수 있었다. (10쪽)

 

노을이 붉게 물든 빅토리아 항의 사진과 함께 적힌 글도 인상적이다. '수많은 연어의 영혼들이 하늘을 물들인다면….'이라는 표현에 한참을 시선 고정해본다.

수많은 연어의 영혼들이 하늘을 물들인다면 이곳 빅토리아 내항의 초저녁 하늘처럼 붉은빛일 것이다. 이 고귀한 생명체의 피는 빨갛고, 심지어 홍연어는 산란철에 온몸이 붉게 변한다. 지난 5년여 동안 내가 만난 수많은 연어들이 내 손끝을 빌려 이렇게 얘기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강으로 돌아온 우리가 신비하다고. 그러나 나는 말하고 싶다. 바다에 뛰어든 우리가 얼마나 용감했는지.' (294쪽)

 

쉽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어서, 연어낚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더라도 금세 빠져들어 읽을 수 있다. 캐나다 부차트 가든의 한국인 정원사에게 생긴 바다연어낚시라는 특별한 취미를 지켜보며, 나도 나를 살게 하는, 내 열정을 불태우게 하는 취미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낚시에 조금만 흥미와 재능이 있다면 연어낚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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