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일간의 엄마
시미즈 켄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제목《112일간의 엄마》를 보았을 때에는 그냥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인가 생각되었다. 표지의 사진을 보면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의 행복한 표정을 읽을 수 있다. 이들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번역가를 펑펑 울린 실화 베스트셀러'라는 점에서 이 책이 궁금했다. 막상 책장을 넘기고 읽기 시작하면 금세 마음에 젖어든다. 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는 시미즈 켄. 일본 요미우리 TV「ten.」의 메인 캐스터로 유명한 방송인이다. '시미켄'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2013년 5월, 나오 씨와 결혼해 아들을 얻었다. 이 책은 임신 직후 유방암이 발병했을 때부터 아들이 태어나고 112일 뒤 세상을 떠날 때까지 행복한 엄마로서 강인하고 용감하게 살았던 나오 씨와의 추억이다. 절망이 내리치는 현실 앞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따뜻함을 잃지 않았던 시미켄과 나오. 또 이 가족 곁에서 힘을 보태준 수많은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습까지, 이 책에는 바꿀 수 없는 운명 앞에서도 우리를 웃게 하는 사랑과 용기, 희망이 모두 담겨 있다. (책날개 中)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제1장 '만남부터 결혼까지', 제2장 '임신 직후에 발견된 유방암', 제3장 '투병, 다케토미 섬으로 마지막 여행', 제4장 '긴급 입원, 마지막 이별', 제5장 '방송으로 복귀'에 관해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행복하기만 해야 할 시기일텐데, 임신 직후에 유방암이 발견되고, 아이를 낳은 후에 마지막 여행을 떠났으며, 긴급 입원을 마지막으로 기나긴 이별을 한다. 엄마로 있을 수 있었던 시간은 112일. 이들이 들려주는 삶에 귀기울여본다.

 

나는 이 행복이 영원할 거라 믿었고 나오도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오의 배 속에는 우리의 '보물'이 있다. 우리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이어주는 보물. (52쪽)

하지만 행복한 순간은 영원히 이어지지 않았다.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왼쪽 가슴 아래 겨드랑이 쪽에 작은 멍울이 잡힌다고 상담한 것이 시작이었다. 아내도 만약을 대비하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을 했다고 한다. 그것이 악성, 즉 유방암이라고 진단되었고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투병 중에 여행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다케토미 섬으로 여행을 가자고 했지만, 사실 반쯤 포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여행은 가당치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고. 하지만 셋이 살아가겠노라 마음먹은 터였고, 셋이서 살아가려면 '희망'이 필요했기에 다케토미 섬 여행은 그들의 희망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행복한 순간이 다가왔다.

 

어쩌면 뻔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흔한 소재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우리 삶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해서 감동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슬픔 속에 슬픔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진심어린 감동을 발견할 수 있기에 이 책을 읽는내내 마음이 울컥하고 울먹이게 되었다.

만약 투병 중인 분이 가까이에 계신다면 나는…….

"함께 울어주세요." 아니, "함께 울어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전하고 싶다.

물론 '부부의 모습', '가족의 모습'은 다양하다. 하지만 그 가운데 '함께 운다'는 선택지가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모습'이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그리고 모쪼록 마음을 공유해주었으면. (178쪽)

 

다소 얇은 책자이지만 이들의 진심만은 무겁게 담겨있는 책이다. 글로 써서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도 아픔을 이겨내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닫는다. 행복의 순간, 아픔의 순간 등 삶의 순간순간이 어떤 선택으로 결정되고, 거기에 따른 결과를 감내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먹먹해지는 책이다. 실화이기에 더욱 마음 깊이 파고들어서 한참을 이 책의 여운에 흔들리게 생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