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으지 않는 연습 - 마음.관계.물건에서 가벼워지는 가르침
나토리 호겐 지음, 이정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여행을 다녀왔다. 버릴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공간을 다시 보니 굳이 그 자리를 지키지 않아도 될 물건들이 눈에 띈다. 일상의 시선이 아니라 오랜만에 바라보는 것이기에 그 느낌이 다른가보다. 때마침 이 책《모으지 않는 연습》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30만 독자가 읽은《신경 쓰지 않는 연습》의 나토리 호겐의 신간이다. 삶이 자유롭고 행복해지는 마음, 생활 대청소의 팁을 알려준다고 하니, 잘 되었다 싶어서 이 책을 읽어보았다. 일단 내 마음의 자세가 홀가분해지고 싶은 상태인데다가, 책을 통해 제대로 기름 붓는 심정으로 가볍게 정리하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나토리 호겐. 현재 못토이후도 미쓰조인 주지로 있으며, 진언종 부잔파 포교연구소 연구원이자 민속 축제 다이시코 찬불가의 장인이기도 하다. 미쓰조인에서 사불 강좌 및 찬불가 지도 등 적극적인 포교활동을 실행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베스트셀러인《신경 쓰지 않는 연습》,《반야심경, 마음의 대청소》외에《실천편 반야심경 얽매이지 않는 삶》,《불교가 가르쳐주는 이별 방법》,《올바른 것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등이 있다.

 

먼저 이 책의 머리말에 눈길이 갔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삶이란, 물건이 늘어나는 것이다."

수십 년에 걸쳐 모으고 쌓아 끊임없이 늘어나는 물건들……, 우리는 그 수많은 물건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6쪽)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물건을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고 배우며 자라온 세대와 그 모습을 보고 커온 그 다음 세대 모두, 자신만의 물건을 쌓아가며 살고 있다. 타인의 공간을 보게 될 때, 왜 그런 물건까지 처리하지 않을까 의구심이 들 때도 많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소중한 기억이 있거나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삶의 시간이 쌓여가고, 기억이 늘어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삶이란, 물건이 늘어나는 것이다"라는 말에 담긴 의미를 내 삶 혹은 주변인들의 삶에 연관지으며,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지금껏 소중하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먼지 쌓인 채로 방치해놓은 물건도 있고, 그 당시에는 평생을 갈 인간 관계라고 자부했던 사람들과 연락이 끊기거나 전화번호부에 있는 번호를 차마 누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껏 정리하지 않고 놓아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집착일까, 미련일까? 하지만 이 책에서 하는 말에 정신이 번쩍 난다.

필요 이상으로 모으려 하면 이미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 (7쪽)

정리를 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어쩌면 삶에서 꼭 필요치 않은 잔가지를 쳐버리고, 진정 나에게 소중한 것을 아끼고 보듬기 위한 방편이 아닐까. 생각에 잠기며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갔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나뉜다. 1장 '모으면 독이 된다', 2장 '인간관계에 필요한 여유', 3장 '생활의 군살을 제거하는 팁', 4장 '일의 비결은 뺄셈에 있다', 5장 '조금씩 만족을 아는 연습' 등 5장에 걸쳐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각각의 이야기는 짧은 에세이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어떤 부분을 먼저 읽든 나중에 읽든 상관은 없다. 목차를 보며 읽고 싶은 부분을 먼저 펼쳐 읽거나, 처음부터 조금씩 읽어가며 하나씩 점검해도 좋을 것이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는 물건의 정리는 주로 3장에 구체적으로 펼쳐지지만, 물건뿐만 아니라 인간 관계, 마음가짐 등 인생을 홀가분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가르침이 담겨있어서 생활 전반에 걸친 정리에 돌입하기에 적합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스님이기에 우리와 다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읽다보니 그 또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몰입도가 뛰어났다. 스스로 깨달은 부분이 있어야 읽는 사람에게도 설득력 있게 다가올 것인데,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면서 이야기를 펼쳐나가서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각자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이 커다랗게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 부분이 우리의 마음 가짐을 다르게 하고, 삶을 보다 홀가분하게 정리해줄 것이다.

 

책을 읽다가 멈추고 생각에 잠기거나, 정리를 하게 된다. 특히 바닥에 대한 이야기는 표현이 마음에 들어 즐거운 마음으로 물건들을 수납장에 넣어두고 계속 읽어나갔다. 작은 행동을 유발하는 책인데, 그런 마음가짐과 행동이 현재의 나를 만들고 미래를 이어갈 것이다.

바닥에는 물건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 바닥에 둔 물건은 다른 허드레 물건을 자석처럼 끌어당겨 계속 몸집을 불리는 강력한 파워를 갖추고 있다. 그 때문에 처음에 놓아둔 작은 물건 하나가 금세 거대한 산더미로 성장한다. 그리고 어느 틈에 방은 창고로 변한다. 창고에서 생활할 정도로 영락할 수는 없지 않은가. 따라서 바닥에는 물건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 수납장에 넣지 못해 바닥에 놓은 물건은 외로움을 잘 타서 즉시 동료를 불러 모은다. (198쪽)

 

쉽고 부담없이 읽어나가면서 몸과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그 누구도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고 살 수는 없지만, 더 이상 욕심을 부리며 몸과 마음을 황폐하게 만드는 데에 동조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마음 가짐을 다잡으며 정리에 돌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며, 물건과 인간관계에 있어서 어떻게 생각해보아야 할지 짚어주는 책이다. 이제 이 책에서 알게 된 것들을 실천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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