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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6 - 구부의 꿈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김진명 역사소설《고구려 6》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미천왕 을불(1~3권), 고국원왕 사유(4~5권) 이후 3년 5개월만에 출간된 것이다. 사실 독자로서 기다리기가 버겁다. 만화책도 완간된 이후에 1권부터 읽어나가고, 드라마도 최종회를 방영한 이후에 보기 시작하는 성질 급한 사람으로서는 기다림의 시간이 답답하기만 하다. 하지만 김진명의 고구려는 이미 나에게는 검증된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웬만한 사극보다 흥미로운 전개에 눈을 뗄 수 없기에 완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결국 손을 대고 말았다.
'천년을 기다려 온 소설, 백년 후면 역사가 된다.'

우리 전통 음악보다는 서양음악의 음계를 익히며 커갔고, 우리 역사보다는《삼국지》를 읽으며 세상을 알고 사람의 삶을 배우며 어른이 되어갔다. 정작 우리 나라 역사를 여러 번 읽으며 음미할 만한 책이 없음을 안타깝게 여기던 중 김진명 작가가 많은 준비끝에 책을 발간했다는 것이 반가웠다. 기다리던 소설이고 또 다음 권이 나오기까지 기다리게 될 소설이다. 사실 중간에 다른 책이 출간되었을 때 '고구려에 전념하시지, 왜 다른 책을 쓰셨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역사 소설은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깨준 소설이기에 독자로서도 애착을 갖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 소설을 이제야 만난 것이다.

이 소설은 고구려 6권, 소수림왕 '구부의 꿈'이다. 작가의 3년 5개월의 공백이 독자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흥미롭게 읽었던 지난 소설이 이미 희미한 과거가 되어버렸기에 처음에는 낯선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과연 이번에도 예전처럼 빠져들어 읽을 수 있을까, 살짝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오랜만에 역사 소설을 읽는 맛을 제대로 느끼며 몰입해서 이 책을 읽어나갔다.

"아니, 내가 지우고자 하는 것은 역사가 아니오. 漢의 儒學. 마치 말의 눈가리개 같은 그것을 벗겨내는 것이지"
"눈가리개?"
"말의 눈가리개란 제가 어떻게 부림당하는지, 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세상에는 어떤 다른 것이 있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만드오. 이끄는 대로 달리는 일, 제 본분으로 지워진 일에 가장 충실하게 될 뿐이오. 나는 그 눈가리개를 벗기고 백성이 제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만들 것이오."
"그리하면?"
"유학 따위 저들이 얼마든지 간직하도록 두겠소. 그러나 눈가리개를 벗어낸 백성이 제 눈으로 똑똑히 세상을 보며 제 손으로 자유롭게 빚어낼 앞으로의 산물, 새로이 태어날 문물은 우리의 것이 되겠지. 자연스러운 수순이오. 내가 굳이 새로운 길을 열어줄 필요조차 없소." (140쪽)
이 소설을 읽으며 묘하게 뜨거워지는 무언가를 느낀다. 벅차오르기도 하고, 불끈 다짐을 하다가도, 현실을 돌아보기도 한다. 과거의 역사 속에서 현재의 결핍을 읽어낸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아마 제각각 마음 속에 무언가를 그리며 자신만의 촛불을 켜고 있지 않을까. 소설 고구려에 담긴 당대의 사람들을 보며 그 안에서 우리네 삶을 훑어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일단 손에 잡으면 끝을 보게 되는 소설이다. 역사소설을 읽는 데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도 이 책은 다를 것이다. 한달음에 읽고 나니 왠지 허전하다. 7권은 언제까지 기다려야할까? 너무 길지 않은 시간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