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위에 핀 호야꽃
한옥수 지음 / 책만소(출판기획)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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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건반 위에 핀 호야꽃》을 보며 '호야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궁금증은 책 표지를 열자마자 풀렸다.

호야꽃: 호야는 인도, 중국, 동남아시아의 열대 지방을 원산지로 하는 덩굴성 식물로 호야꽃말은 '고독한 사랑', '존엄'이다. 줄기는 갈색이고 잎은 다육질이며 식물 분류상으론 박주가리과 호야속으로 200여 종이 이에 속한다. 호야꽃 하나하나는 오각형의 작은 별 모양인데 여러 개가 모여 반구 형태의 꽃덩어리를 이룬다. 2~3년이 되어야 개화를 하므로 집에서 꽃을 기다리는 데는 인내가 필요하다.

호야꽃은 인내의 시간을 견뎌내며 오직 음악에 대한 고독하고 존엄한 사랑을 실천한 피아니스트 한옥수 교수의 삶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꽃이기에 제목으로 삼았다. (책 속에서)

 

이 책은 피아니스트 한옥수 에세이다. 한옥수는 1964년 카네기 독주 홀에서의 성공적인 데뷔를 시작으로 유럽, 미국, 캐나다 순회 연주를 거치며 '천부적인 음악적 표현을 갖춘 연주가'로 인정받았다. 줄리어드의 스토이어만, 고로니츠키, 카보쉬 교수 등 당대의 명교수에게 사사하면서 연주자 겸 피아노 교육자로서 탁월한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1972년 귀국하여 2003년 정년을 맞을 때가지 오직 음악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특히 그의 독창적인 피아노 교수법은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으며 한국 음악 영재들이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바탕이 되었다. 한국 최초로 세계 유수의 피아노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경험을 바탕으로 1994년 '가원문화회'를 '(사단법인)가원국제음악문화회'로 발전시켜 1995년 한국 최초 국제 피아노 콩쿠르인 '한,로만손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이는 한국 음악사에 길이 남을 기록이 되었고, 이후 가원상으로 이어져 지금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배출하는 국제 피아노 콩쿠르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어떤 일에 삶 전체를 건다는 것은 고독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음악이었기에 내 삶의 여정은 행복으로 충만할 수 있었다.

비록 고독하였으나 음악을 채워 준 자연과 음악을 키워준 스승님께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 책을 바친다. (프롤로그)

 

이 책은 총 7부로 구성된다. 제1부 '한국 음악계에 던지는 고언', 제2부 '나를 있게 한 경험들', 제3부 '연주가의 길', 제4부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는 이에게', 제5부 '내 삶에 영원히 남을 사람들', 제6부 '가원의 꿈, 한국 음악의 세계화', 제7부 '음악인에게 전하는 당부'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음악의 한 길만을 걸어온 한 피아니스트가 자신의 지나온 이야기를 굵직하게 담아놓았다. 또한 같은 길을 걸어가는 후배들 혹은 그 길을 걷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인 길을 먼저 걸어갔기에 후학들이 좀더 그 길을 가는 데에 외롭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운 좋게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서 사업가이셨던 아버지 덕분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고 음악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좋은 선생님을 사사할 수 있었고, 명문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으며 대부분 사람들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끼니를 걱정해야 할 때 미국으로 건너가 비교적 풍요로운 환경에서 오직 피아노에만 열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으리라는 점을 인정한다고. 하지만 카네기 홀 데뷔 무대를 앞두고 교통사고로 죽음의 문턱까지 가게 된다.

나는 지금도 당시에 겪었던 고통과 극복의 시간을 제2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이었다고 믿는다. 병원에서 보낸 시간 그리고 의사의 권유에 따라 요양 차 머물렀던 펜실베니아 포코노 산맥의 작은 여름 별장에서의 기억은 삶에 지쳐 힘겨울 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워준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73쪽)

 

특히 이 책에서는 피아노 연주를 하는 학생들에게 궁금한 점을 들려주며 어떤 점을 염두에 두며 연습해야할지 팁을 알려준다. 저자는 이 이야기가 후배 음악인들이 세계 무대의 주역으로 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피아니스트로서 한 길을 걸어가는 저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나은 연주를 할지 방법론을 제시해주는 부분도 있어서 특히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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