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에 들다
권현숙 지음 / 책나무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은 책의 첫인상이다. 함부로 쉽게 지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바람 속에 들다》를 보며 이 수필집은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과 표지의 색감, 사진이 어우러져 깔끔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꾸미지 않은 소박하고 담백한 느낌이 나를 서서히 사로잡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하고 정갈한 첫 인상이 끝까지 이어지는 수필집이다. 천천히 읽어나가며 내 마음에 바람길을 내본다.

 

 

이 책의 저자는 권현숙. 1994년 매일신문사 주최 여성백일장에서의 수상을 계기로 문학 동네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수상자들의 문학 모임인『길문학』에서 일 년 간의 짧은 활동 후 십여 년도 넘는 긴 시간 동안 이 동네를 떠나 있었다. 2007년에 월간『수필문학』에「머루」로 등단했다. 현재 구미수필문학회, 대구수필가협회, 한국근로문화예술인 문학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느낌, 그녀의 소소한 일상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녀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장면장면 그림이 그려져서 피식 웃기도 하고, 비슷한 면을 발견할 때에는 비슷한 유형의 사람이라는 생각에 동질감을 느낀다. 무엇이든 빠르게 흘러가는 요즘 같은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이 정겹다. 어쩌면 내 주변에서 일어났던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그것을 붙잡아 글로 다듬어서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생각이 든다.

 

바람은 절대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언제 어디로 불어가고 불어올지 알 수도 없다. 그래서일까. 산다는 게 종종 겁이 날 때가 있다. 고개 너머 또 고개로 이어지는 아득함에 현기증이 일기도 한다. 어쩌면 나는 바람에 쓸려 다니는 낙엽이기보다는 작은 연못가의 돌멩이처럼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파도에 시달리거나 급류에 휩쓸릴 염려도 없는 잔잔한 일상이었기에 언제까지고 실바람만 불어 주리라 믿었다. 잔물결에 기분 좋게 몸을 내맡기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햇살을 즐기면 그만이라 싶었다. 그렇게 바람 부는 대로 돛을 다는 사람처럼 살아왔다. (62쪽)

나에게도 그런 기억이 있다. 너무 평탄하고 밋밋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되어 사는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바람은 어느 순간 들이닥쳤다. 감당해야 할 현실이 버겁고 이런저런 걱정만 가득 들어찬 그런 날들이 지속되어 나를 뿌리째 뽑아버릴 듯한 괴로움으로 가득찼던 시간들. 그래서 산다는 게 종종 겁이 날 때가 있다는 말과 그녀의 이야기에 내 마음이 요동친다. 그녀의 글은 일상 속에서 건져낸 보물이다.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이야기조차 마음을 휘감는다.

 

글을 읽다보니 다음 이야기는 무엇이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글을 쓰려면 감성도 풍부하고 관찰력도 남달라야 하나보다. 감수성이 살아있는 그녀의 글을 보자니, 나는 왜 이렇게 감정이 메말라버렸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어의 선택도, 어휘의 표현도, 모처럼 책을 읽는 시간을 은근히 데운다. 폭풍같이 휘감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잔잔한 바람처럼 나를 파고드는 그런 수필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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