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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기쁨을 길들이다 - 존재의 가장 강력한 경험, 기쁨으로 성장하는 지혜
프레데릭 르누아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조금만 더 노력하면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 생각하고, 현실의 나에게 끊임없이 채찍질을 해대던 시간이 있었다.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현실의 기쁨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나를 지치게 했다. 기쁨에도 사로잡히지 않고, 슬픔에도 푹 빠져들지 않으며, 스스로를 기계처럼 보호하던 때가 있었다. 삶이 황폐해졌다고 생각되던 순간, 작은 것에도 감탄하던 어린 시절의 마음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기쁠 때에는 마음껏 기뻐하고 행복을 느끼던 시간이 오히려 내게는 소중한 자양분이었음을 깨닫는다. 이 책은 '기쁨'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철학, 기쁨을 길들이다》를 통해서 기쁨의 지혜를 배워본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알았으나 어느새 잃어버린 삶의 기쁨은 아직도 우리 안에 있다. 단지 돌무더기에 파묻힌 샘처럼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우리는 어쩌다 가끔 물줄기를 감지할 뿐이지만 사실 기쁨의 샘은 영원하다.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에 있을 때, 혹은 우리가 진일보할 때 그 샘을 뒤덮은 돌멩이 하나가 떨어져 나오고 기쁨의 물줄기가 솟아오른다. 기쁨은 우리 안에 있다. (183쪽)
이 책의 저자는 프레데릭 르누아르.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으로, 세계적 철학자이자 종교사학자다.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연구원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프랑스 퀼튀르 방송국 교양프로그램 <하늘의 뿌리>의 공동연출자, 프랑스 최고의 종교잡지 <종교의 세계> 편집인으로도 활동했다. 지혜와 삶의 기술에 대해 오랫동안 성찰하면서 여러 권의 책을 집필했다.
기쁨에는 우리를 뒤흔들어놓고, 우리 내면에 깊숙이 파고 들고, 바랄 나위 없는 충만을 느끼게 하는 위력이 있다. 기쁨은 생의 긍정이다. 기쁨은 우리 생명력의 발현으로, 존재하고 생을 음미하는 힘에 맞닿는 수단이다. 기쁨을 만끽하는 것보다 우리를 더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경험은 없다. (10쪽)
이 책은 총 7장으로 나뉜다. 1장 '쾌락, 행복, 기쁨', 2장 '기쁨의 철학자들', 3장 '기쁨이 만개하게 하라', 4장 '자기 자신이 되어라', 5장 '세상과 화합하라', 6장 '완전한 기쁨', 7장 '살아가는 기쁨'으로 구성된다. 저자는 동양과 서양의 지혜를 참고하였다. 기쁨은 중국 도교 사상의 핵심이며, 복음서들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심층에 깔려 있는 기본 개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스피노자, 니체, 베르그송 같은 철학자들의 입장에서 쾌락, 행복, 기쁨을 구별하고 기쁨의 경험을 철학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또한 기쁨의 지혜는 생의 모든 고뇌까지 포용하면서도 생을 사랑할 수 있는 완전한 기쁨, 순수한 기쁨에 이르는 길에 대한 철학적 대답이자 실천적 해결책이라는 것을 배운다.
이 책은 저자가 예전에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탄생했다고 한다. 이 책이 술술 잘 읽히는 것도 강연을 바탕으로 하였기 때문에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어서일 것이다. 철학을 이야기하지만 쉽게 풀어가고 있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기를 바란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접하고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은 저자의 이야기와 철학적 설명이 잘 어우러져서 단순히 책 속의 이야기라고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피부에 와닿는 듯한 느낌이 든다. 2장에서는 스피노자, 니체, 베르그송이 말한 '기쁨'에 대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 설명해주고, 3장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을 저자의 경험과 철학적 설명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특징 있게 이야기가 펼쳐져 어느 장을 보아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2장 '기쁨의 철학자들'에서는 스피노자, 니체, 베르그송이 말한 기쁨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스피노자는 기쁨을 "인간이 덜한 완전성에서 더 큰 완전성으로 이행하는" 것이라고 정의했고, 니체는 스피노자와 마찬가지로 기쁨이 인간 행위에 가치를 부여하는 근본적인 윤리 기준이라고 보았다. 저자는 기쁨이 고통까지 포함해 생 전체를 끌어안는 감정이라는 발상이야말로 니체의 독창성이 드러나는 부분이자 스피노자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말한다. 스피노자와 니체라는 선구자들이 닦아놓은 길에 세 번째로 등장한 철학자가 앙리 베르그송 또한 기쁨의 철학자로 볼 수 있는데, 이 세 사람 사이에는 뿌리 깊은 연속성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한다. 베르그송도 스피노자처럼 생의 긍정이 기쁨을 불러온다고 보았고, 니체 철학을 계승하면서 자신이 정립한 생철학이나 창조 과정의 근원적 역할과 연결 지었다. 그렇지만 그는 스피노자가 말하는 수동적 기쁨, 즉 창조적 성취와 무관한 상상력의 결과로 얻는 기쁨을 매우 비판적으로 보았다. 세 명의 유명한 철학자가 바라본 기쁨을 설명하는데, 세세한 차이점을 짚어주기에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이 책을 읽고 기쁨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책을 읽을 때에 누군가의 평생에 걸친 노력을 손쉽게 건네받는 느낌이 든다. 기쁨에 대한 오랜 연구와 사색을 통해 이 책이 탄생했음을 알 수 있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며 이야기를 펼치니 그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쉽고 편안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기쁨 철학 특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