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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스캔들
장현도 지음 / 새움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을 읽고 싶어졌던 이유는 뒷표지에서 발견한 문장 하나였다. 'IMF 당시 우리가 모았던 금은 어디로 사라졌던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그 당시 금모으기 운동은 치열했다. 너도나도 애국심을 앞세워 끼고 있던 금반지나 돌반지, 장롱 속의 금두꺼비까지 열심히 모아 IMF를 극복했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그 금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나또한 방치해두었던 금이 어디있나 찾아보던 그 당시의 기억이 있기에 이 질문 앞에서 함께 의문을 던졌다. 금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이 한 마디 질문이 화두처럼 다가와서 이 소설《골드 스캔들》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소설의 작가는 장현도. 그의 이력이 화려하다. 고려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2009년 증권사에 입사해 유가증권시장과 선물, 현물, 외환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치면서 경험을 쌓은 끝에 비합법적 사금융업체인 '부티크'를 설립하여 젊은 나이에 큰 성공과 실패를 경험해보기도 했다. 당시의 삶을 돈과 탐욕의 노예였다고 칭하는 그는 금융계를 떠나 작가의 길로 들어섰고 첫 번째 소설 <트레이더>로 일약 대형 신인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펴낸 소설들이 전부 베스트셀러가 되엇을 뿐만 아니라 영화 계약이 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페이지터너에 팩트와 픽션을 넘나드는 금융팩션의 귀재로 주목받고 있는 그가 이번에는 오롯이 3년을 매달린 끝에 미국 달러와 금에 얽힌 불편한 진실들을 파헤친 소설 <골드 스캔들>을 가지고 돌아온 것이다. (책날개 中)
식량을 통제하면 모든 인간을 통제할 수 있고,
석유를 통제하면 모든 산업을 통제할 수 있고,
화폐를 통제하면 모든 국가를 통제할 수 있다.
_헨리 키신저 前 미 국무장관
이 책을 펼쳐들면 스캔들 1,2,3,4로 분류되는 다소 단순한 차례를 거쳐, 헨리 키신저 전 미국무장관의 발언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이 말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는데, 소설을 다 읽고 보면 거대한 느낌으로 나를 덮친다. 프롤로그에서 포트 녹스의 금괴 보관소가 텅 비어 잇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 제기로 시작되는데, 검색을 해보니 진짜 그런 의혹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의혹으로 시작된 추상적인 느낌이 본문으로 들어가며 구체화된다. 금융팩션의 귀재답게 작가는 팩트와 픽션을 넘나들며 독자를 휘어잡는다.
이 소설에는 네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핏트레이더 한서연, 금과 관련된 임무를 수행하다가 동료를 모두 잃은 용병 메이슨 콜먼, 한때 세계경제질서를 조종하는 인물이었으나 지금은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다이먼 스탠필드, 그리고 모든 일의 배후에서 체스 말을 옮기듯 치밀하게 계획을 실행해나가는 캐서린 올리에. 이들 네 주인공들의 화폐 전쟁을 생동감있게 잘 그려냈다.

그동안 내가 살던 세상 이외의 것을 보게 되었을 때, 소설에 몰입하게 된다. 전혀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 나도 무언가 연관된 적이 있었다면 더욱 궁금해진다. 매일 사용하고 있는 화폐, 돌반지나 특별한 의미의 귀금속으로 간직하고 있는 금. 하지만 미처 생각지 못했던 금과 화폐의 세계를 이 소설을 읽으며 접한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위험천만한 검은 거래를 치밀하게 그려내는 작가'라는 평이 허튼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금과 화폐.
이 묘한 공생 관계는 이번 소설 <골드 스캔들>을 집필하는 데 큰 영감을 주었다. 특히 종이돈의 탄생이 한 도박꾼의 '편의'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나에게 어떤 번뜩임마저 들게 했다. 현금이 사라지고 신용 화폐가 확대되는 현대사회의 모습이, 거추장스러운 금화 대신 보관증서를 가지고 다니던 존 로의 모습과 겹쳐진 것은 단지 우연이었을까? 흔히 화폐의 역사는 '금 죽이기'의 역사라고 한다. 금본위제를 부활시키려던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암살되었다는 비화나, 희대의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아시아의 금 시장을 장악할 목적으로 태국 바트화 투기를 조장한 사건, 나아가 1997년 IMF 위기 당시 한국 정부가 부족한 달러를 채워 넣기 위해 국민들로부터 금을 모금한 사실에서 우리는 그 단면을 엿볼 수 있다. (501쪽)
소재 자체에서 주는 흥미로움과 저자의 이력이 더해진 생생함이 이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했다. 한 가지 단점은 작가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였다. 난해한 금융용어 앞에서 속도 조절이 저절로 되었다.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고 감수해야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소재를 이 정도로 소설화시켰다는 점은 독자로서 충분히 만족할 만했다. 지금껏 생각지 못했던 세상의 모습을 엿보는 기회를 마련해주었고,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된다. 이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질 것이다. 작가가 경험한 세상이 알고 싶어지고 좀더 그려내길 원하게 된다. 그가 아는 세상만 그려내도 충분히 독자를 뒤흔들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