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의 화학자 - 화학과 요리가 만나는 기발하고 맛있는 과학책
라파엘 오몽.티에리 막스 지음, 김성희 옮김 / 더숲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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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생각해보면 화학과 요리는 잘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먼저 이 책의 제목에 눈길이 갔다. '부엌의 화학자'라니? 요리하는 화학자일까, 화학하는 요리사일까? 사소한 궁금증을 시작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해져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부엌의 화학자》혁신적인 물리화학자 라파엘 오몽과 분자요리의 대가 티에리 막스가 펼쳐내는 새로운 과학의 향연이다. 프랑스 과학분야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책이라는 점에서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이 책의 지은이는 요리하는 화학자, 라파엘 오몽이다. 현재 프랑스 파리 제11대학교의 연구 교수로, '미래의 요리' 강좌를 이끌고 있다. 2005년 스타 셰프 티에리 막스와 함께 분자 요리 연구를 시작하여 2012년 공동으로 프랑스 요리혁신센터를 설립하였다. 이후 과학 및 요리 분야에서 보여준 혁신적인 활동을 인정받아 2014년 프랑스 국립고등공예학교 졸업생협회가 주는 펠릭스 이노바퇴르(혁신가) 상을 수상하였다. 연구 파트너로 과학하는 요리사, 티에리 막스가 있다. 분자요리의 대가이자 프랑스 최고의 인기 셰프이다. 현재 라파엘 오몽과 함께 요리혁신센터를 이끌어가고 있다.

화학자인 나와 요리사인 티에리 막스의 만남이 빚어내는 시너지 덕분에 우리는 더 멀리까지 갈 수 있게 되었다. 혼자서는 자연스럽게 도달할 수 없는 세계로 말이다. (209쪽)

이 책은 총 5장으로 나뉜다. 1장 '요리는 화학적인 예술이다', 2장 '익힌다가 아니라 응고시킨다?', 3장 '맛과 향, 색과 질감을 살리며 재료 익히기', 4장 '물리화학으로 진가를 발휘하는 요리 레시피', 5장 '무스도 되고 에멀션도 되고 젤도 되고!'의 내용을 담고 있다. 스테이크의 생명인 육즙을 잡아두려면, 과일즙만으로도 씹어 먹는 무스를 만든다, 맘껏 먹어도 되는 저칼로리 초콜릿 무스 등 화학자가 음식을 어떻게 요리할지 궁금해진다.

 

요리할 때 좋은 냄새가 난다는 것은 사실 안타까운 일이다. 그 좋은 냄새를 내는 분자들을 공기 중으로 다 날려 보내고 입에는 넣어보지도 못한다는 뜻이니까! 향을 내는 분자들은 휘발성을 지녔으며, 이때 휘발성의 정도는 분자의 크기와 화학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57쪽 향기가 가득 담긴 요리 中)

 

이런 류의 책은 처음 보았을 것이다. 화학과 요리가 이처럼 호기심을 유발하는 분야였는지 새삼스러울 정도로 몰입해서 보게 된다. 사진도 압권이다. 적정량의 한천과 임계 온도에 근거한 기술을 이용하면 자몽즙이 99% 이상 함유된 자몽 무스를 만들 수 있다거나, 가열하지 않고 만드는 포트플립 스크램블 에그도 인상적이다. 포트와인과 코냑을 섞은 뒤 증류하면 알코올의 농도가 높으면서 향도 좋은 용액을 얻을 수 있는데, 이 용액을 달걀노른자에 붓고 섞어주면 달걀이 응고한다고 한다. 즉 상온에서 '익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밖에 탄산수로 삶은 채소, 민트로 만든 스파게티 면, 진공상태에서 조리한 수플레 오믈렛 등이 담긴 사진을 감탄하면서 보았다. 요리에 관련된 다양한 실험을 했고, 일반인 독자에게도 쉽고 재미나게 전달해준다.

 

이 분야가 이렇게 재미있었던가. 요리도 화학도 싫어하는 내가 지금까지 요리를 대하던 태도와는 다르게 신선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었다. 화학적인 설명이 나와도 거부감이 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몰입한다. 오히려 잘 몰랐던 이야기까지 설명해주니 신기하고 신이 난다. 물론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실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고, 그들의 즐겁고 유쾌한 실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세상을 들여다보는 듯했다.

 

흰살 육류(붉은살 육류에 비해 미오글로빈이 적어서 흰색을 띤다)를 익힐 때는 약한 불에 오래 끓이면서 콜라겐의 가수분해를 돕는 조리법이 많이 사용된다. 가령 닭고기를 채소와 함께 물에 끓여주면 채소의 향이 고기 속까지 배고, 채소는 채소대로 고기 맛이 들어 더 맛있어진다. 냄비에서 오래 끓이는 내내 삼투와 확산이 일어나는 것이다. (88쪽)

요리방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그 원리를 차근차근 짚어주면 이해도 되고 요리를 할 때에 적용하고 싶어진다. 그냥 같이 끓이라고 한다면 시큰둥하게 흘려들을 이야기이지만, 이렇게 설명하면 실행력이 높아질 것이다.

 

이 책은 왜 껌은 늘어나는데 캐러멜은 딱딱하게 굳어서 유리처럼 깨지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하지만 나는 요리에 대해 그 같은 과학적 설명을 제시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을 생각이다. 내가 이 책을 통해 꼭 말하고 싶은 바는 학계와 요리업계처럼 얼핏 생각하기에는 별개의 것처럼 보이는 세계의 사람들이 서로 힘을 함하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발전하면서 혁신에 이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자가 자기 일에서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다양한 독자층이 이 책의 내용을 쉽게 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18쪽_머리말 中)

저자의 노력에 부응해서 다양한 독자층 중 하나인 나에게도 잘 읽히는 책이었다. 개별적으로는 전혀 해보지 않겠지만 이들이 실험을 했기에 결과도 보고 싶어지는 다양한 실험들이 마음에 쏙 들었다. '화학과 요리가 만나는 기발하고 맛있는 과학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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