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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하는 식물의 뇌 - 식물의 지능과 감각의 비밀을 풀다
스테파노 만쿠소.알레산드라 비올라 지음, 양병찬 옮김 / 행성B(행성비) / 2016년 5월
평점 :
지난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고, 타는 듯한 무더위가 지나간 지도 얼마 되지 않는다. 주변의 식물을 보면 생명력이 대단하다. 얼어죽은 것은 아닌가 생각되었는데 새싹이 나고, 타죽은 것은 아닌가 걱정되었는데도 열매를 맺는다. 하지만 지금껏 내가 식물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 책《매혹하는 식물의 뇌》를 읽으며 톡톡히 깨닫게 된다.
우리는 지금껏 식물은 놀고먹는다고 배워왔다. 즉, 우리가 식물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제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로 광합성을 하고, 종종 새싹을 내밀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그러고 나서는 잎을 떨군다는 정도가 전부였다. (79쪽)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은 알려준다. 그것도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상상 그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식물이 인간처럼 오감을 갖고 있다고? 게다가 그 외에 무려 열다섯 가지 감각을 더 갖고 있다고? 그 내용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스테파노 만쿠소, 알레산드라 비올라 공저이다. 스테파노 만쿠소는 이탈리아 피렌체 대학의 교수이며 대학부설 '국제식물신경생물학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식물신호및행동국제협회'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저서로는《식물을 미치도록 사랑한 남자들》,《생물의 다양성》이 있다. 알레산드라 비올라는 과학저널리스트이자 다큐멘터리 작가로서, 텔레비전 프로그램 극본을 쓰는 방송작가 활동도 하고 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장 '조용히 뒤로 물러나 있던 식물', 2장 '우리에게 낯선 식물의 모습', 3장 '식물이 세상을 감각하는 방법', 4장 '식물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 5장 '지능을 가진 생명체, 식물'로 나뉜다. 특히 나에게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3장과 4장의 내용이었다. 식물들이 어떻게 감각을 느끼고, 세상과 어떻게 소통을 하는지 이 책에서는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식물들은 다른 식물과 동물의 정보망을 이용하여 경험과 인식의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다. 그들은 소소한 도움을 받는 방법을 알며, 필요할 때는 다른 종들을 개입시켜 중재를 받기도 한다. 마치 UN에 다국적 평화유지군 파견을 요청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동물의 도움을 받아 번식하거나 서식지를 옮기거나 멀리 퍼져나갈 수도 있다. (129쪽)
식물은 신경이 없지만 하나의 세포에서 다른 세포로 신호를 전달할 때는 세포벽에 뚫린 원형질연락사라는 구멍을 이용하고, 먼 거리로 신호를 보낼 때는 관다발계를 이용한다. 심장은 없지만 동물의 혈관계와 비슷한 관다발계를 보유하고 있어서 식물은 이 순환기구를 이용하여 바닥에서 꼭대기까지, 그리고 꼭대기에서 바닥까지 액체를 수송한다. 그리고 식물도 친척을 알아본다는데, 일반적으로 남들보다 친척들에게 더 호의적이다. 공격자를 응징하기 위해 화학무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박장대소를 했던 부분은 '정직한 식물과 부정직한 식물' 이야기에서였다. 식물들도 가끔 사기를 친다고.
어떤 식물들은 멍청할 정도로 정직하지만, 어떤 식물들은 위장과 속임수로 곤충의 노동을 착취하며, 심지어 자신을 도와준 곤충을 감금하는 배은망덕한 짓을 저지르기도 한다. 어떤 식물들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167쪽)
가장 악명 높은 식물은 난초인데, 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전체 난초류의 약 3분의 1이 벌에게 사기를 친다고 한다. 난초에게 사기당한 벌들은 아무런 대가도 얻지 못한 채 꽃가루만 운반하게 된다고. 난초는 모든 생물 중에서 가장 뛰어난 흉내쟁이요 사기꾼이라는 적나라한 표현을 보며, 고고한 선비의 모습과는 또다른 반전 이미지에 한바탕 웃는다.
최근 발표된 연구들에 의하면, 식물이 지각능력을 갖고 있으며, 식물 서로 간에 또는 식물과 동물 간에 의사소통을 하고, 잠을 자고, 기억을 하며, 심지어 다른 종을 조종한다고 한다. 이 모든 점을 감안하면 식물은 사실상 지능적이라고 할 수 있다. (229쪽)
식물이 지구에서 최고의 수명을 가진 대단한 능력자라는 것을 인식한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아가며 충격과 설렘으로 재미있게 푹 빠져들어 읽은 책이다. 그저 한 자리에 자리잡고 서있는 아무 생각도 감각도 없는 존재일뿐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무심히 꺾고 밟고 지나갈 것이 아니라 존중해야할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며, 주변의 식물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본다. 재미있게 읽으면서 식물의 지능과 감각에 대해 낱낱이 알 수 있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