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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가 읽어주는 여자의 물건
이건수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9월
평점 :
우리는 수많은 물건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사람마다 특별히 애착을 갖거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물건은 제각각이다. 그런 물건을 통해 그 사람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예술 작품에도 마찬가지다. 생각해보니 예술 작품을 보면서 여자들의 물건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본 기억은 없는 듯해서 이 책의 소개를 보고 솔깃했다. 이 책《그 남자가 읽어주는 여자의 물건》에서는 여자의 물건들에 대한 주제로 그림이나 사진을 소개해주며 글을 풀어나가고 있다. 주제가 달라지면 그림을 보는 맛도 변화한다. 보았던 그림도 새롭게 느끼며 여자의 물건에 대해 살펴본다. 그동안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기에 이 책에 흥미롭게 빠져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건수. 미술평론가이다. 미술에 대한 글쓰기, 강의, 전시기획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의 교차점에 동시대 예술을 올려놓고 비교미학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 비판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특히 모더니즘의 전개 과정이 윌의 예술과 삶을 어떻게 규정했는지에 관해 관심을 갖고, 모더니즘의 사회사를 통해 현대미술의 리얼리티를 조명해보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은 1년 동안 '여성적 사물의 매혹'이라는 주제로 어느 백화점에서 만드는 월간지의 권두 에세이를 청탁받으면서 시작된 짧은 글들을 이후 3년의 세월을 거쳐 52개의 숫자로 마무리 지어 펼쳐낸 것이다.
욕망의 물건에서부터 일상 속의 사물, 유혹의 도구, 문화적 기호, 취향의 사물들까지
예술가의 섬세한 감성으로, 비평가의 날카로운 시각으로 그려내는 여성의 삶과 속마음
이 책을 통해 귀고리, 반지, 드레스, 하이힐, 목걸이, 핸드백, 샌들, 비키니, 클러치, 스카프, 커피, 트렁크, 제모기, 그릇, 바늘과 칼, 생리대, 침대, 여자화장실, 양산, 손뜨개, 립스틱, 모자, 마스카라, 시스루, 매니큐어, 스타킹, 모피, 팔레트, 브래지어, 바비인형, 보톡스, 핑크, 선글라스, 가죽, 펫, 헤어스타일, 호피, 향수, 타투, 장갑, 거울, 브런치, 인스타그램, 청바지, 백화점, 프렌치 시크, 멜로드라마, 운세, 독서, 꽃무늬, 엄마 사진 등 52가지의 물건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수 있다.
여성의 사물은 여성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그것은 원래 하나였던 그녀에게 닿아 있는 연결고리이다. 그 사물들을 통해서 우리는 그 여성의 심리나 감각을 가늠해볼 수 있다. (7쪽)
이 책은 어느 곳을 펼쳐 읽어도 쑥 빠져든다. 굳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좋다. 52가지의 물건 중에 궁금한 생각이 드는 것을 선택해서 먼저 읽어보아도 좋을 것이다. 어느 부분을 읽든 빨려들어 읽게 되고, 다른 물건에 대해서도 궁금해져 손을 뗄 수 없는 책이다. 이 책에는 그림과 사진이 담겨있는데, 이 또한 책을 읽는 데에 꼭 필요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사진작가 김중만의 작품을 보며 글과 잘 어울린다고 여겨졌다. 글과 그림, 사진이 함께 어우러져 매력을 발산한다.
이 책을 읽어보니, 예전에 이런 류의 책이 출간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음을 떠올리게 된다. 막연했던 생각을 저자가 구체화하여 이 한 권의 책으로 완성시켰다는 늒미이 들었다. 섬세하고 통찰력 있는 누군가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귀를 기울였다. 여자의 물건에 대한 통찰을 엿보며 글을 읽다보면 그의 글은 "심미적이면서도 객관적인 시선, 아름다우면서도 정확한 문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