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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들 - 뇌의 사소한 결함이 몰고 온 기묘하고도 놀라운 이야기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6년 7월
평점 :
뇌과학의 역사가 궁금했다. 그것도 광기, 외상, 천재성으로 보는 뇌과학이라니! 지금껏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전하는 책을 접하면 호기심이 생긴다.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사라진 스푼》의 저자 샘 킨의 후속작이라는 점에서 궁금증을 더했다. 뇌의 사소한 결함이 어떤 기묘한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뇌과학자들》을 읽어보았다.
'나는 똑바로 누워 자지 못한다.'라는 고백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그런 자세로 자면, 정신은 꿈에서 깨어났는데도 몸은 여전히 옴짝달싹 못 하는 상태에 빠질 때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나또한 그런 경험 이후에 똑바로 누워서 자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음을 인식한다. 옆으로 누워서 자면서 가위에 눌린 경험은 없었으니 말이다. 소리를 지르는 데도 목소리가 하나도 나오지 않던 일도 똑바로 누워있을 때였다.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는 책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준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자신의 빈번한 수면마비 경험을 털어놓으며 뇌에 대해 알게 된 것들과 흥미로운 사례들을 풀어나가기에 처음부터 집중해서 읽어나가게 된다.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무엇보다도 수면마비를 처음 경험한 이후 줄곧 내 머릿속에서 맴돌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였다. 그 질문은 뇌가 끝나고 마음이 시작되는 곳은 어디인가 하는 것이다. (21쪽)
사실 뇌과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생각에 처음 이 책을 대했을 때에는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걱정할 것이 전혀 없었다. 저자의 탁월한 글솜씨에 눈이 커지며 저절로 글이 읽힌다. 이런 일도 있었구나, 감탄하며 읽는다. 그저 그가 펼쳐내는 이야기에 흘러가기만 하면 된다. 미처 알지 못했던 놀라운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다양한 사례를 끌어모아 들려주는데 그 방대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를 그저 바라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각 장이 시작할 때마다 수수께끼 그림을 보여준다. 이것도 집중력을 높이는 데에 도움을 준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과 문자와 소리를 결합해 숨겨진 단어나 어구를 찾는 수수께끼이다. 각 장이 시작할 때마다 그 장의 주제와 내용을 강조하려고 수수께끼 그림을 하나씩 배치했다고 하는데, 잘 안 풀린다. 만약 13개의 수수께끼를 모두 푼다면, http://samkean.com/contact-me에 접속해서 메시지를 남기고 우쭐대며 기분을 좀 내도 좋다고 했는데, 다 풀지 못해 아쉽다.
언젠가 뇌전증 환자가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건을 뉴스에서 본 후 뇌전증에 대해 궁금했는데, 그래서 8장 '성스러운 병'을 특히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전기 작가들은 도스토옙스키가 어릴 때 뇌전증을 앓은 적이 있는지 없는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지만, 도스토옙스키 자신은 시베리아에서 처형당할 뻔한 일을 겪은 후부터 뇌전증이 일어났다고 밝혔다고 한다. 저자는 도스토옙스키가 관자엽뇌전증을 앓은 게 거의 확실하다면서 자세하게 이야기한다. 그의 작품을 다시 한 번 눈여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저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면 언급하는 소재에 대해 궁금증이 일어나서 보다 많은 것을 알고 싶어진다.
"지금까지 나온 샘 킨의 작품 중 최고의 책! 뇌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고 색다른 방식으로 서술한 것으로, 미친 과학자들, 정신 이상 범죄자들, 천재들, 끔찍한 불행을 당한 사람들이 무수히 등장한다. 친구들에게 일부 구절을 읽어주면, 친구들이 여러분의 손에서 책을 낚아채 자기들이 읽으려고 할 그런 책이다. 부디 무사히 돌려받을 수 있기를."
_에이미 스튜어트,《술 취한 식물학자》의 저자
사실 이 책에 나온 이야기 중 10장 '정직한 거짓말'에 나왔던 코르사코프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를 지인에게 해주었는데, 이 책을 다 읽으면 빌려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에이미 스튜어트가 추천사에 한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롭게 알게 되는 신기한 이야기가 많은데, 살짝만 건드려주어도 궁금해서 읽다가 다른 이야기까지 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