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대신 세계일주 - 대한민국 미친 고3, 702일간 세계를 떠돌다
박웅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궁금했다. 수능대신 세계일주를 한다? 당연히 수능을 봐야하고 대학을 가야한다고 생각하며 다들 같은 길을 가고 있는데, 그 길에서 이탈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지 짐작이 간다.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도 주변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래도 대학은 보내야 하지 않냐는 관심을 빙자한 오지랖에 지치고 힘이 빠졌을지도 모른다. 어지간한 배짱으로는 자신만의 길을 가기 힘든 상황에서 저자는 '그래도 수능대신 세계일주'를 선택했기에 그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이 책《수능대신 세계일주》를 읽어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박웅. 글과 사진을 담았다. 1995년 9월생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안양에서 자랐고, '수능대신 세계일주'라는 여덟 글자로 20대 초반의 미약한 밥벌이를 하는 중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을 보지 않고 한국을 떠나 호주로 향했다. 그곳에서 1년이 조금 덜 되는 시간 동안 돈을 벌어 1년이 조금 더 되는 시간 동안 육대주 24개국을 여행했다. 그렇게 702일간 한국 나이로 스무 살과 스물한 살에 걸쳐 떠돌았다.

 

'무언가를 얻지 못했어도 좋아' 같이 감상적인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무언가를 얻었어야 했다. 대학을 가지 않았고 독기에 가득 차 돈에 목숨을 걸고 살던 내 스무 살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했다. 나는 세계일주로 과연 무엇을 얻었는가. 곰곰이 생각한 끝에 얻어진 내 결론은 '기억'이다...(중략)...누군가가 나에게서 뺏어갈 수도 없고 뺏길 일도 없는 온전한 나의 기억들을 껴안고 나는 살아갈 것이다. (프롤로그 中)

 

이 책은 총 2부로 나뉜다. 1부 '길 위에서 꾸는 꿈, 꿈속에서 걷는 길', 2부 '지나간 시간과 다가올 시간의 사이에서'이다. 앞부분에는 '박웅의 세계일주 경로'를 지도로 표시해놓았다. 그 모든 국가에 대한 글을 싣지는 못했지만, 이 책에 실린 여행기들은 그 나라에서 있었던 시간과 기억의 총합이라고 언급한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의미하는 '화양연화'. 저자는 그 단어가 좋다고 한다. 발음할 때 나는 소리도 좋고 뜻도 좋고 한자어라는 사실도 좋았다고. 처음 이 책을 읽을 때에는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청년의 모습을 생각했는데, 좀더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나는 그 시절에 그리 하지 못했기에 은근히 부러웠나보다. 어떤 길을 가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시간이든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소중한 기억을 남기는 데 필요한 일이리라. 글을 읽으며 저자 또한 쉽게 결정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겹게 한 발 내디뎠던 첫 여행의 감정이 오롯이 느껴진다.

내 나이가 올해로 스물둘인데 벌써 인생의 화양연화가 지나갔다면 그만큼 처량한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큼은 분명하다. 앞으로 살면서 돈을 많이 버는 날이 올 수도 있고, 운명의 상대와 짝을 이뤄 행복하게 사는 날이 올 수도 있고, 어쩌면 다시 여행을 떠나 아프리카와 네팔과 중동을 누비는 날이 올 수도 있지만 마음대로 살아보겠답시고 바들거리며 호주로 떠나 처음 여행을 다니던 그때의 감정과 감성은 두 번 다시 느끼기 힘들 것이다. (19쪽)

 

이 책을 통해 수능대신 세계일주를 선택한 청년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걸은 청춘의 이야기이다. 그의 인생 길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떠오른다. 두 갈래의 길, 즉 수능과 수능대신 여행의 길에서 남들과는 다른 길을 선택했고 모든 것은 달라졌다.

스물한 살의 내가 살아온 인생을 너희는 가질 수 없겠지만, 반대로 지금 너희가 살아온 인생과 너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내가 이제 와 가지기에도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42쪽)

 

솔직담백하고 때로는 날선 욕지거리까지 들려주는, 팔딱팔딱 뛰는 활어같은 책이다. 그 시기를 거치고 그 나잇대이기 때문에 표현할 수 있는 그 만의 화법으로 여행 경험을 들려준다.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뿜어내기 위해 글을 썼을 것이다. 넘치는 열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남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이 부분이 나중에는 저자 자신에게 어떻게 기억될지는 궁금해진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자신의 나이에 따라 깨달음과 감정이 조금씩 달라진다. 중간 점검의 의미로 그동안의 여행을 짚어보며 이렇게 책을 내는 것도 좋은 선택이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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