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행하는 인간 Homo Viator - 정신과의사 문요한이 전하는 여행의 심리학
문요한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평점 :
"내가 살아 있음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던가?" 이 책의 띠지를 보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나는 언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던가? 생각해보니 여행을 하면서 그런 느낌이 들 때 가슴이 뛰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왜 사는가'라는 질문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느낌이다! 라는 띠지의 말에 격하게 공감하며 이 책《여행하는 인간》을 읽어보았다. 정신과의사가 들려주는 여행 이야기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궁금했기에 천천히 음미하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이 책의 저자는 문요한.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1995년부터 정신과의사로 활동해 오고 있다. 어느 날 그는 20여 년 동안 다른 이들의 아픔과 행복을 고민하며 바쁘게 살아왔지만 문득 자신의 자유와 행복은 늘 미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2014년, 스스로 안식년을 선포하고 인생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 길 위에 섰다. 알프스에서 안나푸르나, 그리고 파타고니아까지 걷고 또 걸으며 만끽했던 존재의 시간! 지난 안식년의 여행이 온몸의 세포가 재생되듯 생의 감각을 회복시켜 준 매혹의 시간이었다면, 여행 후 시간은 심리학과 인문학으로 여행을 깊이 파헤쳐본 사색의 여정이었다. 그 안팎의 여정을 통해 그는 인간이 왜 그토록 여행을 갈망하는지, 여행은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왜 '여행자 정신'이 필요한지를 설파하는 여행전도사가 되었다.
이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된다. '새로움, 휴식, 자유, 취향, 치유, 도전, 연결, 행복, 유연함, 각성, 노스탤지어, 전환'으로의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열두 가지의 주제로 여행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여행지와 여행에 대한 사색이 아닌, 보다 근원적으로 여행이 주는 의미에 대해 살펴본다. 이미 여행을 통해 깨달은 부분이어도 책을 통해 다시 선명하게 떠올리고, 여행의 의미를 되살려본다.
우리는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려고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여행의 시간에도 우리는 불편하다. 무언가 빠뜨린 것 같은 불안과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은 휴식의 시간마저 망쳐버린다. 여행 가서 업무 걱정을 하거나 못다 한 업무를 본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제대로 일하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다. 브리짓 슐트는『타임 푸어』에서 지나친 시간 압박으로 인해 어떤 시간도 온전히 보내지 못하는 현대인의 시간을 '오염된 시간'이라 부른다. 현대인들은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 아무리 늘어나도, 그 시간을 온전히 휴식하며 보내기 어렵다. 정작 일할 때에는 친구와 놀러 갈 계획을 짜고, 또 친구와 놀 때는 못 끝낸 일을 신경 쓰는 식이다. (47쪽)
2장 '어른이 되어 천천히 걸어본 적이 없었다'에 나오는 글을 읽으며, 지금껏 진정한 휴식같은 여행을 해 본 적이 있던가 생각에 잠긴다. 바쁘게 일해야할 때에는 여행을 꿈꾸지만, 막상 여행을 떠나면 무언가를 해야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던 지난 시간을 떠올린다. 결국 이번에는 진정한 휴식을 찾아서 무작정 길거리를 어슬렁어슬렁 거닐어보겠다며 또다른 여행을 꿈꿔본다. 이번에는 나만의 속도에 따라 여행을 하며, 오염되지 않은 시간을 보내리라.
천천히 읽게 되는 책이다. 읽다보면 저절로 그렇게 된다. 저자 자신이 스스로에게 안식년을 주고 여행을 다녀와서 쓴 글이기에 몰입도가 뛰어나다. 자신의 경험담과 인문 심리학적인 글이 어우러져 글에 빠져들게 된다. 책상 앞에서 글만 쓴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경험한 것에 비추어 글이 우러나온 것 같은 느낌이다. 글을 읽어나가며 나의 여행을 떠올리고 앞으로의 여행을 꿈꾸게 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여행보다 한 단계 상승하게 될까. 어떤 여행이 나를 한층 성장한 인간으로 만들 것인가. 이 책을 읽으니 생각이 많아진다. 앞으로의 여행이 달라질 것이다. 이 책이 큰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