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읽은『신의 위대한 질문』을 통해 언어학, 철학, 예술을 넘나들며 펼치는 통찰의 향연에 빠져들었다. 저자의 박학다식함에 감탄하고 짚어주는 의미에 집중하면서 조금씩 꼼꼼하게 읽어나간 책이다.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짚어주기에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학문적으로 접근해보며, 소설, 그림 등의 매체를 통해 다양한 시선으로 주제에 접해보는 시간이 의미 있었다. 그래서 동일 저자의 신간인 이 책『심연』을 당연스레 관심을 갖고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배철현.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셈족어와 인도-이란어 고전문헌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3년부터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와 그 종교들을 탄생시킨 고대 오리엔트 문명과 헬레니즘을 가르치고 있다. 다양한 고대언어를 연구한 국내 유일무이한 고전문헌학자이다. 저서로는『신의 위대한 질문』『인간의 위대한 질문』등이 있다.

 

한 신문사로부터 '자기수련'에 관한 글을 연재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배철현의 심연'이라는 제목으로 1년 동안 연재했다. 저자의 영적 탐구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고독, 혼자만의 시간 갖기'에서는 순간, 생각, 현관, 인내, 침묵, 실패, 동굴에 대해, 2부 '관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하기'에서는 묵상, 단절, 숭고, 사유, 관찰, 오만, 심연에 대해, 3부 '자각, 비로소 찾아오는 깨달음의 순간'에서는 괴물, 임시 치아, 가면, 갈림길, 멘토, 진부, 자립에 대해, 4부 '용기, 자기다운 삶을 향한 첫걸음'에서는 몫, 열정, 믿음, 아우라, 착함, 옳음, 빛의 축제 에 대해 이야기한다.

 

먼저 이 책은 명언과 함께 해당 단어의 의미를 풀이하며 시작한다. '순간'은 봄의 약동으로 싹이 트는 찰나의 시간, '생각'은 인생이라는 집을 짓도록 도와주는 설계도, '침묵'은 자신에게 몰입할 때 들리는 내면의 소리, '묵상'은 나를 돌아보게 하는 제3의 눈, '사유'는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거룩한 선물 등의 설명이 이어진다. 본격적인 글이 시작되기 전에 먼저 이 단어 앞에서 생각에 잠긴다. 그 다음에 본문을 읽으면 그 의미가 더욱 확실히 다가온다. 해당 글을 다 읽고 나서 앞부분으로 돌아와 단어의 뜻을 다시 발견하는 방식으로 이 책을 읽으면, 사색의 도구로 정신적인 탐험을 함께 하게 된다.

 

저자의 영적 탐구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만큼, 독자에게도 자기수련을 향한 여행에 초대하는 책이다. 인간의 삶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영역에서 깊은 사색과 함께 자신만의 깨달음을 도출해낼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주는 책이다. 심연이란 원래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연못'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위대한 나를 만나기 위해 들어가야 할 심오한 '마음의 연못'이기도 하다. 즉 진실한 자아를 발견하는 장소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만의 심연으로 들어가보는 시간을 가진다. 누구에게나 잠깐씩이라도 그런 시간과 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심연으로 들어가는 현관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내가 감행해야 하는 인생의 여정은 어디로 향해있는지, 내가 추구해야 하는 나의 심연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이 책을 읽으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도 많아지고 그에 따른 답변도 끊임없이 펼쳐진다.

 

이 책이 자신만의 열정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신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거룩한 여행을 떠나는 모든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작은 별빛이 되어주기를 희망한다. (프롤로그 中)

정신없이 흘러가버리는 세월에서 나 자신을 잃은 현대인이라면 이 책을 통해 순간의 시간을 붙잡으며 자신만의 심연으로 들어가는 용기를 얻으면 좋을 것이다. 인문학적인 사색에 잠기고 싶은 사람, 길고 두꺼운 책이 아니라 적당한 길이의 아포리즘을 통해 정신적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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