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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떠돌이 소의 꿈 - 이중섭의 삶과 예술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예술기행
허나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7월
평점 :
올해로 이중섭 탄생 100주년이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행사도 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고 있다. 한 때 화가 이중섭에 대해 알고 싶어서 미술관에도 가고 이 책 저 책 기웃거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흰 소 그림을 비롯하여 이중섭이라는 화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읽다보니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중섭, 떠돌이 소의 꿈》을 통해 이중섭 탄생 100주년에 떠나는 특별한 예술 기행에 동참해본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접근해서 그의 삶을 바라본다.
이 책의 지은이는 허나영.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미술학 박사를 마쳤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서울디지털대학교, 목원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또한 KBS <TV 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 다양한 매체와 공간에서 보다 대중적인 강연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그림이 된 여인》,《키워드로 읽는 현대미술》,《화가 vs 화가》등이 있다.
이 책은 루네쌍스 다방의 화가들로 시작된다. '루네쌍스 다방'은 부산에 있는 다방인데,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추운 겨울을 나고 있는 예술가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 온 예술가들의 아지트이자 갤러리였던 부산 루네쌍스 다방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떠올린다. 전시 관련 에피소드, 기조전 안내장의 글귀, 밀다원 시대의 예술가 등 부산에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중섭이 고향을 떠난 후의 시간은 6년 정도인데, 이 중 가장 긴 시간을 부산에서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부산에서 이중섭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고. 약간의 흔적이나마 남은 곳에 사진도 싣고 이야기도 엮었다.
이 책을 읽으며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이중섭의 삶을 훑어나간다. 이중섭의 어린 시절부터 마사코를 만난 이야기, 유학 이후의 상황, 마사코와의 결혼, 해방 후 이중섭의 활동, 서귀포 생활, 부산과 통영 등 그의 삶에서 일어난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짚어가며 글을 전개한다. 마지막에는 망우리 묘지를 가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이중섭의 흔적을 찾는 여행을 함께 떠나는 듯한 느낌이다. 인생에 맞닥뜨리는 극적인 사건 앞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하고, 현장감 있는 글을 읽으며 직접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키운다. 이중섭의 발자취를 따라 현재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함께 보여주는데, 그림과 사진 등 각종 자료가 첨부되어 읽는 맛을 더한다.
이중섭에 대한 책들 중 이 책은 감성적인 예술 기행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저자는 서울에서 진주, 통영, 부산과 제주, 멀리 도쿄까지 이중섭의 발자취를 따라다니면서 막연히 책으로 그를 이해할 때보다 이중섭이 정말 많은 고민의 시간을 가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번 여행을 통해 인간 이중섭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고. 책으로만 접하는 것보다 직접 그곳에 가보는 것이 훨씬 더 실감나게 다가올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의 마지막에 부록으로 담긴 Art & Travel을 보며 이중섭으로 떠나는 여행에 동참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도쿄, 부산, 서귀포, 통영, 진주, 대구, 서울에서 이중섭의 발자취를 찾을 수 있는 곳을 소개해주고 있으니, 직접 가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