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장군
이붕우 지음 / 샘터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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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생은 책 한 권과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한 권의 책 분량의 인생을 살아내지만, 자신만의 이야기로 알차게 엮어내는 결과물인 실제 책을 쓰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책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이 책을 쓴 사람은 버스 운전사가 꿈이었던 산골 소년이었는데, 스무 살부터 36년간 군인으로 살아왔고, 군을 떠나 다시 민간 나이 스물한 살이 되었다. 이 책《소년과 장군》을 읽으며 그가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본다.

 

이 책의 저자는 이붕우. 강원도 횡성군 안흥의 시골 마을에서, 1959년 겨울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1978년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육군 하사가 되었고, 1980년 육군사관학교의 길로 들어섰다. 28년째 되던 2012년 가을, 장군 계급에 당도했다. 국방부 장관 연설문 담당, 이라크 자이툰부대 정훈공보함모, 국방부 공보과장 겸 부대변인, 합참 공보실장, 육군정훈공보실장 등을 지냈다. 2014년 말 준장으로 군인의 길을 벗어나 지금은 자유와 노래가 있는 길에서 국방을 성원하고 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소년과 버스', 2부 '군인과 생각', 3부 '파병과 조국', 4부 '장군과 소년'으로 나뉜다. 각각의 이야기는 짧은 수필로 적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삶에서 있었던 소소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준다. 글을 보다보면 '장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섬세한 인간의 모습이 연상된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어느 순간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이야기를 보면 아련한 옛이야기를 보는 듯 하고, 군 이야기를 보면 생소하면서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질서란 정해진 시간을 지키고, 정해진 공간을 차지하며, 만물의 이치와 동행하는 것이다. 나는 군대라는 공간에서 군대의 시간을 보내며 군대가 요구하는 이치를 따랐다. 그 대가로 군대가 내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시간과 공간, 보람과 긍지에 머무를 수 있었다. 나는 이제 군대가 아닌 시간과 공간에서, 군대와 떨어진 생각의 질서 속에서 산다. (308쪽)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것이 새로운 시간과 공간, 새로운 생각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군대라는 공간에서 보낸 시간을 반추하며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군대가 아닌 시간과 공간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무언가를 쓴다는 것, 자신이 경험한 세계를 남들에게 들려준다는 것, 글을 써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눈다는 것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리라.

 

짤막한 글이 한 권의 책으로 엮였기에 호흡이 짧아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감성적인 글로 아련한 그리움을 자아내는 옛날 이야기와 함께, 다소 딱딱할 수 있는 군대 이야기가 섞여서 전체적으로 적절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도 잘 엮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세이를 읽을 때에는 글을 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고,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만큼 글에 공감하고 몰입한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이 책의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진다. 또한 자신만의 길을 한결같이 걸어간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다양하게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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