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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스페인을 걷고 싶다 - 먹고 마시고 걷는 36일간의 자유
오노 미유키 지음, 이혜령 옮김 / 오브제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한 때,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곳에 다녀온 사람들의 책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언젠가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줄기차게 읽어댔다. 이 책《나는 혼자 스페인을 걷고 싶다》를 읽으면서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린다. 언젠가는 한 번 가보겠다고 생각했던 곳 중에 그 '언젠가'가 쉽게 오지 않는 곳도 많구나,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카미노 데 산티아고에 대한 환상을 다시 일깨운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스페인 북서부를 향해 뻗어 있는 기독교 순례길이다. 기독교 3대 성지 중 하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향해 프랑스 남부의 시작 지점부터 최장 800km에 이르는 길이다. 길을 걷는 여행을 꿈꾸는 시간은 복잡미묘하면서도 활력을 불어넣는다. 나른한 여독마저 느끼며 이 책에 빠져든다.

이 책의 저자는 오노 미유키. 학생 시절 세계 일주를 떠나 22개국을 다녀온 뒤 여행의 매력에 푹 빠졌다. 졸업 후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을 거듭하다 여행 중 만난 한국인 교수님의 말을 떠올리고는 훌쩍 스페인 순례 여행을 떠났다. 그를 시작으로 세 번에 걸쳐 모두 800km를 걸었다. 현재 집필 활동에 매진하고 있으며, 에세이스트로서 다양한 매체에 기고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저자는 여행 중에 만난 한국인 인류학자 김양주 선생님에게 가장 감명을 받은 장소는 어디였냐고 물었을 때, 되돌아온 답이 바로 스페인의 순례지 '카미노 데 산티아고'였다고 한다.
"인생과 여행에서 짐을 꾸리는 방법은 똑같아요. 쓸모없는 물건을 점점 버리고 나서, 마지막의 마지막에 남은 것만이 그 사람 자신이지요. 걷는 것, 여행하는 것은 그 '쓸모없는 것'과 '아무리 해도 버릴 수 없는 것'을 골라내기 위한 작업입니다. 성지라는 건, 모두 그를 위한 장치죠. 내 인생은 아직 20년 가까이 길게 남아 있는데 그사이에 얼마나 필요 없는 걸 버릴 수 있는가로 '나는 무엇이었을까'를 정하는 것입니다." (25쪽)
여행 중에 만난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는 호기심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나 또한 여행 중에 만난 사람에게 어느 곳이 인상적이었냐는 질문도 많이 했고, 실제로 그곳에 가보기도 했다. 그렇기에 저자의 마음에 충분히 남았을 여행지에 대해 공감한다. 그렇게 그의 여행은 어느 날 훌쩍 시작되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당시가 아니라 더 이상 무언가를 할 수 없을 만큼 혼란속에 던져졌을 때, 여행할 결심을 하게 된다.
이 책은 2장으로 나뉜다. 1장에서는 저자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행한 여정을 시간 순으로 들려주고 있다. 2장에서는 스페인 순례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의 7가지 매력, 스페인 순례 기초 지식, 순례 비용과 준비물, 나에게 꼭 맞는 길 찾기, 맛있는 나라 스페인 만끽하기 등의 정보를 제공해준다. 개인적인 여행기와 함께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유용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지만 막연한 사람, 혼자 그곳에 가도 될지 걱정만 한가득인 사람 등등 이 책을 읽으며 도움을 받고 자신감을 가지고 여행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시간 순으로 들려주는 여정을 보며 그 길을 걸으며 어떤 느낌이었는지, 어떤 사람들을 만났는지 알 수 있다. 직접 그곳을 여행하는 듯한 생생한 느낌이 든다. 여행의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힘들고 고된 여정의 반복과 어쩔 수 없이 끝까지 가야하는 길이라는 점, 짐의 무게감 등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래도 가고 싶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으로 여행하고 싶다면, 2장부터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된다. 기초 지식부터 차근차근 들려주니 기본적인 정보를 모으는 데에 도움이 된다. 순례 비용과 준비물까지 있으니 여행 비용 준비와 짐을 꾸리는 데에 꼭 필요한 정보가 될 것이다.
카미노는 우리에게 '영혼을 세탁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 경험을 함께하고픈 사람들과 국경을 넘어 서로 통하게 하고, 평생의 동료가 되게 한다. 내가 길 위에서 만난 많은 한국인 순례자들에게 마음 깊이 간직할 메시지를 얻은 것처럼, 여러분도 이 책을 읽고 순례길을 떠나 새롭고도 소중한 만남을 즐겨보기 바란다. 언제나 카미노 데 산티아고의 길 위에서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그럼, 좋은 여행이 되길! (243쪽)
영혼을 세탁할 기회를 준다는 표현에서 마음이 움직인다. 자신의 이야기만 들려주는 것으로 멈추지 않고, 함께 그 길에 동행할 수 있도록 독려해준다는 점에서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이왕이면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하며,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을 꿈꿔본다. 이 책은 잊었던 꿈을 다시 기억하게 해주는 소중한 매개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