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먹는 개
손솔지 지음 / 새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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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많은 것이 훼손되는 것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지금 상태로 가다보면 지구의 종말이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닐 듯하다. 우리 후손들에게 살만한 세상을 물려주어야 할 텐데, 지금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심각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미래로 달려가고 있다. 물론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의 환경파괴를 기반으로 하긴 하지만,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먼지 먹는 개》는 현대의 환경과 동물윤리를 기반으로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전하는 소설이다. 

 

 

이 책의 작가는 손솔지. 2013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남성 중심적 세계를 살아가는 현대 여성의 내밀한 심리를 드러낸 등단작「한 알의 여자」(단편소설)를 통해 탄탄한 문장력을 지닌 작가, 감정의 절제를 통한 심리적 거리 확보와 상징, 은유와 같은 미학적 장치에 능숙한 작가라는 평을 받았다. 이번에 첫 장편 소설《먼지 먹는 개》를 출간했다. 이 소설은 부도덕한 인간의 이기심이 빚어낸 유전자 조작 약물이 이 사회를 어떻게 파국으로 몰고 가는가를 낱낱이 파헤친 문제작으로, 현대사회에 던지는 날카로운 시선과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 지후가 키우던 개가 실종되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실종 사건이 아침 일기예보처럼 꾸준하게 보도되는 시대 상황에서 개 한 마리 사라진 것은 사건이 되지도 못한다. "우리 후를 한번만 쳐다봐주세요. 이 눈빛 좀 보세요. 우리 애는 거의 사람이에요. 제발 도와주세요!" (8쪽) 아무리 사람들에게 호소해보아도 사람들은 전단지를 밟아 구기며 스쳐지나갈 뿐이다. 지후가 키우던 개 '후'는 길에서 데리고 왔다. 집 주변에서 가장 자주 목격되는 개였는데, 몇 번의 만남 끝에 집에 데려와 깨끗이 씻기고 키운 것이다. 그러던 후가 사라졌다. 지후는 망상에 시달리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병이 온몸을 덮는다. 반 아이들은 전염병과 허언증을 옮길지도 모르는 방사능 인간 옆에는 아무도 앉으려고 하지 않았다.

 

소설에서는 '더스트 빈'이라는 것이 나온다. 물론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것이지만, 어쩌면 현재에 비슷한 물질이 이미 나와있을지도 모르고 미래의 어느 순간에 있을 법한 물질이다. 더스트 빈은 새로운 친환경 청소 용품인데, 동물의 DNA를 특정 화학물질과 합성시켜 얻는 더스트라는 약물을 물고기에 주입한 것이다. 그 물고기가 액체와 공간에 서식하는 온갖 병원균을 빨아들이고 흡착하는 것이다. 이 소재를 통해 인간 존재의 잔혹함은 어디까지 영역을 뻗게 될지 고민해본다.

고무마개가 끼워진 싱크볼 안에는 반쯤 물이 차 있었다. 어항이나 다름없어진 그 안에서 네 마리의 자그마한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헤엄치는 것이 아니라 발버둥 치듯 격정적인 몸놀림으로 보였다. 느리게 헤엄치는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서 열 배 정도 빠르게 되감는 것처럼 기이한 움직임이었다...(중략)...남은 네 마리의 물고기들은 제 몸이 물 안에서 녹아 없어질 때까지 싱크볼의 벽면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계면활성제와 방부제, 합성 향료 등의 알레르기 원인성분을 삼켜낼 것이다. (69쪽)

 

과연 인간의 이기심의 끝은 무엇일까. 지금 현실 속에서도 인간의 탐욕에 의해 발명되었지만 그 해로움과 비도덕성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잔인무도한 상품은 무엇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이 소설은 인상을 찌푸리면서 읽다가도 현실 속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는 데에서 작가의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을 현재의 어두운 단면이다. 또한 인류의 미래가 어떤 파국을 맞이하게 될지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해보며 독자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우리의 환경과 동물윤리에 대해 밑바닥까지 내려가 심각하게 바라보도록 하는 소설이다.

 

이 책은 독특한 판형에 한 손에 쥘 수 있는 그립감이 좋은 책이다. 하지만 내용만은 무겁게 바닥까지 끌고 내려가는 무게감이 있다. 사람마다 이 책에 대한 감상이 다르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일 것이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성복 시인의 시「그날」의 마지막 구절은 몇 년째 내 SNS 프로필 상태 메시지이다...(중략)... 아픈 곳을 모르면 모른 채로 산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병이 심해지고 악성 종양 덩어리가 일상을 뾰족하게 뚫고 나오면 그제야 절망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다치고 감염된 부위가 '도덕적 양심'이라면 어떻게 될까? (270쪽 작가의 말 中)

소설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그래서 우리, 어디가 아픈 걸까요?(272쪽)" 도덕적 양심이나 동물윤리에 대해 훈계하거나 행동을 강요하는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통해 그저 독자에게 메시지를 던져주며 스스로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것이다.

 

 

기발한 서사, 낯선 상상력, 예리하고 섬세한 묘사가 빛나는 작가의 첫 장편소설《먼지 먹는 개

제목에서 복실복실한 개를 상상했지만, 상상과 다른 내용 전개가 이루어진 책이다. 소설가의 상상력은 독자를 뛰어넘어야 하지만, 한두 걸음이 아니라 세 걸음 이상 거리를 두고 있기에 살짝 당황한 소설이다. 결말도 이해는 가지만 그렇게까지 해야하는지 허무해진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도록 하는 소설이기에 불편한 진실에 대해 사색에 잠긴다. 이 시간이 소설의 연장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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