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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의 배신
라파엘 M. 보넬리 지음, 남기철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이왕 해야하는 일이라면 완벽하게 잘 해내고 싶다. 하지만 완벽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내 능력이 부족하기에 벅차다는 것을 잘 안다. 나 자신을 피폐하게 하면서까지 완벽을 향해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는 것은 지치게 하는 일이다. 이 책《완벽의 배신》에서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완벽주의자의 딜레마를 다루고 있다. 완벽이라는 신화를 깨고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마법의 행복 처방전'을 통해 행복에 한 걸음 다가가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라파엘 M. 보넬리. 현재 오스트리아 빈 소재 지그문트프로이트 대학교 신경과 교수이자, 정신과 의사 및 정신치료 전문의다. 정신의학, 정신치료, 치매가 주요 관심 분야다. 저서로는《우리의 관계를 지치게 하는 것들》,《정신치료와 종교의 단란한 공존에 관한 변론》,《정신치료와 영성》등이 있다.
이 책의 서문에 보면 오스트리아에서의 조기 교육도 만만치 않다. 한 살짜리 아이에게 영어로 얘기하는 오스트리아인들을 흔히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요즘 우리 사회에서 '성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성과 지상주의는 비정상적이고 강박적인 사고방식, 즉 완벽주의를 낳았다. (5쪽)'는 사실에 공감하면서 '완벽주의'에 대해 짚어본다. 사실 완벽주의에 대해 두루뭉술하게만 알고 있었기에 이 책을 통해 세부적으로 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뉜다. 서문에 이어 1부 '가면을 쓴 사람들'에서는 완벽주의자들의 행태, 완벽주의의 이면, 완벽주의의 뿌리 등을 살펴본다. 2부 '가면의 힘'에서는 성과주의 사회의 산물, 환상 속의 나, 외모에 대한 집착, 가족 관계에서의 완벽주의를 살펴보고, 3부 '가면을 벗어던져라'에서는 자기 인식에서 직감의 변화까지,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기, 완벽주의자의 정신치료를 다룬다. 옮긴이의 말과 참고 문헌으로 마무리된다.
이 책은 생각보다 쑥 빠져들어 읽기에 좋다.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정신과 의사가 저자라는 점에서 학술적이고 지루한 나열이 있을 거라 짐작했던 나의 편견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일반인이 읽기에 부담없고 쏙쏙 들어오는 예시와 글솜씨로 이론 상의 완벽주의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이 책에는 실제 환자들과의 상담 사례 77가지가 소개되는데, 어떤 사례에서는 '이런 사람도 있군.'하는 생각이 들지만 유난히 눈길을 사로잡는 사례가 있을 것이다. 주변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거나 자기 자신에게도 찾을 수 있는 부분이어서 그럴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특히 솔깃한 느낌으로 설명을 읽어나가게 된다.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을 보는 듯한 느낌에 더욱 와닿는 책이다.
또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내 마음속을 냉철하게 들여다보면서 조금은 가볍고 행복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사회 유행병을 짚어보는 시간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특히 그 부분에 집중하며 나 자신의 방향을 잡아보는 것도 책을 잘 이용하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저자가 본문에서 지적하고 옮긴이의 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완벽주의 사고방식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며 반드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적절한 완벽주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장한다. 하지만 모든 것은 지나쳤을 때 문제가 된다. 완벽주의가 스스로를 힘겹게 만들고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거나 신체이형장애로 자신감을 잃게 한다면 문제를 직시하고 보다 나은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우리는 생각보다 완벽하지 않다"고 말하며, 강박적 완벽주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