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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가 출간되었다. 제목이 주는 힘 때문일까, 에쿠니 가오리의 최신작이어서일까.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보자마자 읽어보겠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날씨마저 눅눅한 장마가 지속되고 있다. 며칠 째 안개 자욱한 시간이 계속되고 맑을 날이 없으니 가만히 있는 것도 버겁다. 그러니 기운 나는 책을 읽고 싶었다. 이 소설은 제목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라는 말을 자꾸 되뇌었다. 표지를 보며 즐거운 생각을 해본다. 게다가 그동안 읽었던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도쿄 타워』등을 보면 섬세한 감정을 잘 표현해놓은 것이 특징이기에 이번 소설도 기대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에쿠니 가오리.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고 있다. 동화부터 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나가면서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반짝반짝 빛나는』으로 무라사키시키부 문학상(1992),『나의 작은 새』로 로보노이시 문학상(1999),『울 준비는 되어 있다』로 나오키상(2004),『잡동사니』로 시마세 연애문학상(2007),『한낮인데 어두운 방』으로 중앙공론문예상(2010)을 받았다. 일본 문학 최고의 감성 작가로서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 작가로 불린다.
이 소설은 약 2년간 일본 여성 월간지 <베리(VERY)>에 연재되었던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에는 이누야마 집안의 세 자매인 아사코, 하루코, 이쿠코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누야마 집안에는 가훈이 있는데,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나 그 때를 모르니 전전긍긍하지 말고 마음껏 즐겁게 살자.'이다. 그 가훈을 자매는 각각의 방식으로 신조 삼았고, 이 책에는 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소설에서는 세상 시선에 전전긍긍하지 않고 '나 자신'으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세 자매의 솔직한 연애, 결혼, 사랑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하며 보게 된다. 등장 인물들도 낯설고 상황도 제각각이다. '일본 사회는 우리와 많이 다르니까 일본 소설이라서 이상한건가?'라는 이질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녀의 소설은 뒤로 갈수록 매력적이다. 등장 인물들의 대화와 행동에 익숙해지면서 이들의 마음에서 무언가를 뽑아내게 된다. 감정이입이 되면 그 다음부터는 물 흐르듯이 읽어나가게 된다. 그러면서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고, 사람은 제각각 색깔을 내면서 살고 있지.'라는 생각을 한다. 인생이란 다 그렇고 그런 것이고, 소설 속에는 사람이 들어있다.
옮긴이의 글에 보면 '세 자매의 삶은 우리가 상식이라 여기는 건전함에 비추어 보면 상당히 모순에 차 있다.'라고 써있다. 처음에는 이 책을 읽으며 일본 소설은 나와 감성이 상당히 다르다는 생각만 했다. 하지만 소설을 읽을 때에는 소설에서 그려지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소설가가 던지는 메시지를 찾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모순을 건드린 것은 아닐까. 이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편견에 가득 차 있던 내 안의 허례허식을 들여다보는 의미였는지도 모른다.
이쿠코는 따뜻한 가정과 현모양처를 원한다면서 여자 친구의 애인과도 스스럼없이 자는 모순, 하루코는 사랑하는 남자와 동거하는 현재 생활에 만족하면서도 멋진 남자의 등장에 허물어지는 모순, 아사코는 결혼이라는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남편의 폭력을 감수하는 모순. 하지만 그녀들은 이 모순을 자신들의 솔직함과 강함으로 견지하는 동시에 깨뜨리고 있다. (358쪽 옮긴이의 말 中)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라는 기대감에 앞으로도 저자의 이름만으로도 선택하여 읽을 것이다. 그녀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