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삶
샤를 와그너 지음, 문신원 옮김 / 판미동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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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고 정갈하게 살고 싶다. 아직은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다. 이미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이 주변에 가득하고, 돌아다니다보면 시선을 복잡하게 하는 구조물들이 가득하다. 나도 복잡하고 세상도 복잡하다. 현대 사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단순한 삶』은 백 년도 더 전에 출간된 '심플라이프'를 최초로 전파한 백 년의 고전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단순한 삶은 현실이라기보다는 지향점이었나보다. 

열에 들뜨고 갈증으로 목이 타는 환자는 자면서 서늘한 개울물에 몸을 담그거나 맑은 샘물을 벌컥 들이켜는 꿈을 꾼다. 마찬가지로 복잡다단한 현대 생활에 지친 우리의 영혼도 단순함을 꿈꾼다. (초판 서문 中)

단순한 삶을 열망하는 것은 말 그대로 가장 고결한 인간의 운명을 완수하고자 열망하는 것이라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저자의 말에 시선을 고정하며 생각에 잠긴다.

 

이 책의 저자는 샤를 와그너. 영감 어린 저술 활동으로 개혁 신앙에 큰 영향을 끼친 진보적인 목사이다. 프랑스 모젤 주에서 태어나 루터교 목사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으며 자랐다. 열네 살 때 파리로 유학을 떠나, 1869년 소르본 대학에 입학해 역사와 심리학을 공부했으며, 스트라스부르와 괴팅겐에서 신학 공부를 이어갔다. 그의 철학은 교리 없는 기독교로, 자연을 사랑하며 소박한 삶을 살자는 것이다. 1895년에 출간된 대표작『단순한 삶La vie simple』은 프랑스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04년에는 그의 책에 감명을 받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초대로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때나 지금에나, 어느 시절에 읽어도 어울릴 법한 이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기 시작한다. 읽다보면 자연스레 저자의 이야기에 동조하게 된다. 인간에게는 내면의 법칙이 필요하다는 것, 본질과 부수적인 것을 구분하자는 것에 귀 기울여본다. 또한 내면이 단순해지면 삶도 단순해진다는 것에 동의하게 된다. 천천히, 곱씹으며 읽게 되는 책이다.

 

단순한 삶이라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마음과 행동 모두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일단 마음 먹는 것이 기본이다. 정리를 할 때에도 마음 자세를 가다듬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일이며, 삶 자체를 단순화하기 위해서도 마음이 먼저다. 이 책에서는 '단순함은 일종의 정신 상태다'라며 단순한 정신을 강조한다. 생각부터 먼저 정리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는 생각, 말, 의무, 욕구, 기쁨, 아름다움, 사회관계, 교육 등에서 단순함을 이야기한다. 그동안 물질적인 것에만 단순한 것을 생각했다면, 이 책을 통해 정신적인 면에서 단순함을 짚어보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었다.  

나는 지금 거창한 훈계를 하려는 게 아니다. 잠시 인생의 모든 교차로에서 거듭 울려 퍼지는 메아리가 전하는 진실 몇 가지를 지적하며 인생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는 말이다. (100쪽)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나보다. 그 당시의 제안이 지금 제안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잘 들어맞는다. 세상은 여전히 복잡하다. 그때보다 더 복잡해졌으면 복잡해졌지, 세상은 단순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 단순함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기본을 잊지 말도록 상기시켜주는 책이다. 이 책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잊고 지냈을지도 모를 '기본'에 대한 재인식이다. 백 년의 고전을 국내에 첫 번역했다는 점에 이 책의 의미가 더욱 커진다. 이 책을 읽으며 단순한 마음가짐에 대해 고민해본다. 현대인이라면 누구에게나 그런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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