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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 감정여행 - 자기소통상담가 윤정의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16년 4월
평점 :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을 종종 읽게 된다. 나를 알고 주변인들을 이해하며 인간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함이고,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나 자신을 들여다보며 다독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며 떠나는 감정 여행을 위해 이 책『4박 5일 감정 여행』을 선택했다. 이 책을 읽으며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보고 감정의 근원으로 가는 여행을 함께 떠나본다.
이 책의 저자는 윤정. 자기소통 상담전문가이며 시인이다. 다년간의 상담을 통해 가장 근본적이고 거짓 없는 의사표현은 언어가 아니라 "감정"이라는 걸 깨닫고 그에 근거한 해체심리학(집중과 분리의 성찰)과 상실철학(주체적 수용과 버림의 탈구조학)을 만들었다. 그 원리에 의거한 "감정진단표와 네우마(neuma) 명상치유법"을 개발하여 내담자들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상담은 개인을 치료하고 고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세계는 의식과 무의식이 끊임없이 부딪히는 감정의 격동지이다. 그 격동 속에 의식으로 발생하는 마음은 치료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치료한다는 생각은 마음을 모르고 또 다시 억압하는 행위일 수 있다. 마음은 자신이 주체가 되어 문제를 집중하여 바라봄으로써 분리(상실)시키고 수용할 수 있을 뿐이다. 그를 통해 개인의 자유를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내가 하는 상담이다. (6쪽)
이 책에는 11가지의 임상 사례가 담겨있다. 물론 각 내담자의 사례는 개인의 신분이 노출될 것을 우려하여 내용이 크게 변하지 않는 선에서 각색을 하였다고 한다. 각각의 사례는 단편소설을 보는 듯,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이들의 이야기는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네 삶에서 문제가 생기고 풀리기까지 단숨에 해결되는 것은 없다. 일상 속에서 문제가 쌓여 터질 것 같은 상태가 되면, 한꺼번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원인 파악과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일상, 기억, 고백, 사랑, 사랑의 등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며, 주인공의 심정이 되어 감정이입을 해본다. 상담의 과정을 거치며 답답했던 마음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
환상적 자기애성 위로주의자의 '엄마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회피성 환상의 신비주의자의 '나를 사랑하게 해주세요!', 도덕적 강박의 회의주의자 '아내와 이혼을 하고 싶지 않아요.', 이타적 도피성의 자유주의자의 '아버지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요?' 등등 각자의 인생 이야기가 담긴 글을 보며 몰입해본다. 사실 이들의 진단명은 조금 생소하지만 내용을 보다보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변인이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내 안의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사람의 감정이 다양한 듯하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이 책을 펼쳐들면 흥미롭게 술술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사례가 시작되기 전에 보면 '직업, 나이, 성별, 진단, 감정여행테마'가 있는데, 이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도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해당사항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지금껏 임상 사례가 담긴 책을 볼 때에 상담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 대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내담자의 시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고 의미 있었다. 혼자만의 생각에 갇히면 답답하기만 하고 그 상태를 박차고 나올 방법을 알기 힘든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어렴풋이 알 것 같아서 의외의 수확을 얻은 느낌이다.
사람들은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기쁨도 느끼고 상처를 받으면서 살아야 한다. 그런 것이 번거로워 피하면서 살면 자신의 문제를 알 수가 없다. 그런 피드백이 없으면 자아성찰이 되지 않아 미숙아로 남게 된다. 사람들보다는 기계와 대화하길 좋아하고, 그렇지 않으면 애완동물하고 애착관계를 형성하며 사는 요즘 사람들은 물질적인 풍요를 누린다 해도 영원한 이방인인 호모 사케르가 될 수밖에 없다. (277쪽)
우리네 인생은 문제가 생기고, 해결되기도 하고, 시간이 흘러서 잊혀지기도 하며 흘러간다. 한 가지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결론지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달리 먹기도 하고, 상담을 통해서 스스로 풀지 못하는 문제에 어느 정도 극복 방향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다른 이들의 사례를 통해 마음속 여행을 떠나는 것도 자신을 위한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