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독공 - 홀로 닦아 궁극에 이르다
배일동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5월
평점 :
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길을 닦고 발전시킨 사람의 이야기를 보는 것은 흥미롭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자기 영역을 구축해내기 때문이다. 그들의 명성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떤 과정을 통해 지금의 모습이 나오게 되었는지, 그들만의 철학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남들이 의미를 두는 길보다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사람, 존경스럽다. 예술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부럽다.
이 책의 저자는 소리를 해온 지 올해로 26년이 된 명창 배일동. 2015년에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와 트럼펫 연주자 스콧 팅클러와 함께 프로젝트 그룹인 'CHIRI'를 결성해 판소리와 재즈를 접목한 공연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지금까지 미국, 독일, 터키, 이스라엘,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폴란드, 스리랑카, 프랑스, 벨기에 등에서 약 40회 이상의 공연과 강연을 해왔으며, 판소리에 서커스나 전시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시켜왔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판소리를 세계에 알리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반드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이유는 외국 공연을 자주 다니면서 만나는 외국 음악가나 예술 석학들로부터 영어로 번역된 판소리 관련 이론서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라고. 이 책『독공』에는 명창 배일동의 예술 철학이 담겨있다.
먼저 이 책의 제목인 '독공'이 무슨 의미인가 궁금했는데, 이 책의 시작에서 그 의미를 볼 수 있다.
독공이란 소리꾼이 선생으로부터 배운 소리를 더욱 정밀하고 자세하게 닦고, 더 나아가 자기만의 독특한 덧음을 만들기 위해 깊은 산속에서 홀로 공부하는 것을 말한다. 예전 명창들에게 독공은 반드시 거쳐야 할 소리 공부의 기본 과정이었다. 선생도 제자를 굳이 자기 문하에 오래 잡아두지 않았고, 기본만 갖추면 바로 내보내 독공을 통해 본인의 소리를 찾기를 바랐다. (14쪽)
이 책을 읽으며 잘 몰랐던 판소리 세계에 대해 들여다본다. 저자는 '나 자신의 지성과 인격을 위해 학문을 하듯이, 예술도 그 재주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서는 오랜 수련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재주가 있어서 조금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피나는 노력을 해야하는 것이다. 조계산과 지리산에서 7여 년간 독공을 했는데, 원래는 3년 기한으로 생각했지만 3년으로는 가당치 않았다고 한다. 직접 독공을 하던 경험담을 펼쳐내기에 어떤 과정을 거쳤으며 거기에서 어떤 점을 깨달았는지 듣게 된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나 그 길을 선택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방향 제시를 해주는 등대가 될 것이다.
2부에서는 '판소리의 빼어남을 논하다'라는 제목으로 판소리에 대해 알려준다. 판소리의 매력, 역사, 특징 등을 살펴보고, 3부에서는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들려준다. 판소리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는 것도 좋았고, 아이들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요즘 아이들이 판소리를 배우러 오면 가르치기가 겁이 난다고 하는데, 부모들의 극성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그에 대한 의견이 어떤지, 교육철학을 볼 수 있다. 예술은 단순한 기교의 뛰어남만으로는 비범의 경계에 들어설 수 없으니 재주가 뛰어난 아이일수록 더디 가야 좋은 재목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책은 총 9부로 구성되는데 읽을 거리가 풍부하다. 판소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필독서가 될 것이다. 예술분야에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일반인 독자로서 뭉클한 감동이 있다.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진솔하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다양한 서적과 이야기를 잘 접목시켜서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기에 읽으면서 마음에 담게 되는 글도 많다. 예술의 길은 하나로 통할 것이다. 재주만으로는 안 되고 끊임없이 정진할 필요가 있는 법이다. 길을 잃고 헤맬 때 이 책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이 책에서 배일동 명창의 예술철학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