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 - 더 이상 누구에게도 휘둘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관계 심리학
롤프 젤린 지음, 박병화 옮김 / 걷는나무 / 201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살면서 인간 관계만큼 나를 힘들게 하는 것도 없다. 관련 서적도 읽고 노력도 해보지만 늘 아쉽고 개운치 않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제목부터 나의 시선을 끌었다. '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는 말은 단호하지 않고 우유부단한 나같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리라는 생각에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추가해놓았다. 이제야 드디어 펼쳐들었는데, 프롤로그의 제목에서 답답했던 내 마음을 뚫어줄 해결책 하나를 발견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인정받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안 된다고 선을 긋는 용기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으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이익과 권리를 모두 내주면서 참고 견디는 것은 그 누구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나만 손해보는 것 같은 기분, 타당하지 않은 비난, 언짢은 행동 등을 거부하지 못하면 억울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점점 커지기만 한다.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지속하는 힘은 무한한 친절과 배려가 아닌 단호한 선 긋기에서 나온다. 선을 긋는다는 것은 상대와 나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을 쌓고 접촉을 끊어 버리는 것이 아니다. 상대의 요구와 개입을 허용할 수 있는 한계를 정하고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혹사당하지 않는 것이다. (7쪽)

 

지금껏 내가 힘들었던 것은 나 자신보다 남의 입장만을 생각하며 고민하고 노력했기 때문에 내 마음이 멍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던가.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나 스스로를 투명인간으로 만들었던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며 공감하고 위로받는 느낌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할지 선을 그어보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롤프 젤린. 독일 최고의 관계심리 전문가이다. 건축 전문 저널리스트로 일하며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이 점점 더 어렵고 힘들어진다는 것을 느꼈지만, 좋은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늘 손해를 감수하며 더 많은 일을 떠안고 자신의 솔직한 감정들을 억누르곤 했다. 이대로 자신을 혹사시키며 일한다면 유명해질 수는 있겠지만, 그 전에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심리 상담뿐만 아니라 심리 치료와 관계 코칭을 접못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사람들에게 인간관계를 망치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지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주고 있다.

 

이 책은 네 챕터로 나뉜다. 차례의 소제목들을 살펴보아도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많다. '나보다 남을 더 신경 쓰느라 손해 보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좋은 담장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 '실망시켜 미안하지만, 당신보다 내가 더 소중합니다', '백설공주든 왕비든 아무에게나 자기 집을 내주는 착한 난쟁이 증후군', '그 어떤 순간에도 남의 짐을 대신 짊어지지 마라', 묵묵히 참고 견디기만 하면 죽을 수도 있다' 등 흥미로운 제목들이 보인다. 일단 흥미로운 제목은 마음에만 담아두고 순서대로 읽는 것을 권한다. 저자가 심리치료사로서 직접 상담을 한 여러 사람들의 사례와 끌어들이는 듯한 글솜씨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될 것이니 말이다.

 

단호해지는 것은 이상주의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없는 일, 내가 바꿀 수 없는 관계에 매달리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에게 부당한 일을 요구하고 불합리한 대우를 해주는 사람들 때문에 분노하는 대신 나에게 집중하라. (177쪽)

이 책에서는 한계 설정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한계 설정을 잘 하도록 도움을 준다. 별로 내키지 않기에 거절했다가도 상대방이 서운할까봐 죄책감이 일어났던 일, 한계를 넘어서는 일에 분노했다가 나의 분노에 상처받았을 상대방에 미안해지던 일 등 일상 속 일화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실망시켜 미안하지만, 당신보다 내가 더 소중합니다.'라는 말을 보며 나의 소중함을 인식한다. 나 스스로를 투명인간으로 만들지 말고 한계 설정을 잘 하며 진정 원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 이 책의 도움을 받으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은 어떤 방식으로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호하지 않은 사람은 특히 더 도움이 되겠지만, 어느 정도 단호하더라도 현실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서 흔들리기에는 충분하니까 이 책에서 필요한 부분을 건져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인간 관계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시원스레 보여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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