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지음 / 무소의뿔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류시화 시집『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개정판이다. 1997년에 이 책이 처음 발행되었을 무렵, 류시화의 시집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다른 시집보다 이 시집을 기억하는 것은 '외눈박이 물고기'의 이미지가 주는 애틋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느덧 2016년이 되었다. 시간이 훌쩍 흘러버렸다. 지금도 그 책은 책장 한 곳에 꽂혀있는데, 한 때 나에게 시를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 책이기에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가끔 꺼내보면 시간 여행을 하는 듯 하다. 그 책은 여전히 세월의 흐름과 함께 하며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냥 단순한 개정판이었으면 새로 나온 책이 아니라 책장에 꽂아둔 책을 집어들면 그만일 것이다. 하지만 시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시들을 덜어내고 손보아서 개정판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 시집으로 다시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예전의 나는 지금과 다르다. 시간도 흐르고 마음도 예전과 같지는 않다. 시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만큼의 성장과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옛 기억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겨보기도 하고, 시간의 흐름과 변화를 느끼고 싶어 이 시집을 읽어보았다. 

 

이상하다.

과거에 쓴 시를 자꾸만 고치게 된다.

전부 다시 쓰고 싶을 때도 있다...(중략)

마음에 들지 않는 시를 여러 편 덜어 냈지만

버려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나는 아직 인생을 다시 쓰고 있는 중이다.

2016년 봄 류시화

 

이 시집의 맨 처음에 실린 시인의 말이다. 시인도 사람이고 자신의 작품 중에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을 것이다. 시인이나 소설가의 경우, 고치고 또 고치고, 수십 번을 고쳐서 작품을 냈다는 이야기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헤밍웨이도, 소월도, 당장 기억나지 않는 수많은 작가들이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자신의 작품을 고치고 있을 것이다. 살아가는 세월 만큼 변화하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도, 생각도, 이 세상에는 변화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렇기에 고쳐낸 개정판이라는 점에 더 끌려 이 책을 읽어보았다. 시를 읽는 나도 과거의 나와는 많이 달라졌으니 이번에는 어떤 시가 마음에 들어올지 궁금하기도 했다.

 

정갈하고 정제된 느낌이다. 예전의 시집보다 두께도 얇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어 꼭 전달해야할 언어로만 표현했나보다. 정보과잉의 시대, 너무 많은 언어로 혼란스러운 이 때에 시의 언어를 음미하며 천천히 읽을 수 있는 슬로우푸드같은 시들이다. 길고 난해한 시에 지쳐 '나는 시적 감성이 없나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시집은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누구나 이해하는 일상 언어로 감성을 톡 건드려준다. 읽다보면 언어가 전달이 되어 나에게 스며든다. 천천히 생각에 잠기다보면 시를 통해 전달되는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천천히 읽으며 마음에 담기 좋은 시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