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님의 침묵 - 전2권 (초판본 + 필사책) - 1950년 한성도서 오리지널 초판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한용운 지음 / 더스토리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요즘에는 초판본 출간이 줄을 잇고 있다. 김소월, 윤동주 시인을 시작으로 이번에는 한용운의『님의 침묵』을 읽어본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많은 책들이 쏟아져나오는 출판 시장에서 초판본은 오히려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글자체와 종이질, 교과서에서 익숙하게 보아왔던 싯귀들…. 읽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갖기 위해서 하나씩 소장하게 된다. 책장에서 꺼내어 펼쳐들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듯하다. 이번에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읽으며 언어의 깊은 맛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보낸다.

 

맨 마지막 장에 보면 '단기 4283년 4월 5일 초판 발행'이라고 적혀 있다. 단기 4283년이면 1950년이다. 해방의 기쁨을 담은 해방 후 첫 번째 판본이 2016년 3.1 운동 97주년 기념으로 재발간 된 것이다. 1926년에 첫 시집이 나온 것을 해방 5년 만에 한성도서에서 재간행한 '해방 후 첫 번째 판본'이다. 지금과는 다르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나가는 책이다. 세로로 씌어진 시를 하나씩 음미한다. 항상 같은 방식으로 책을 읽었다면 다른 식으로 읽기에 천천히 마음에 새기며 읽어나갈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시를 읽으니 고등학생 때 외웠던 싯귀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학창 시절에 외운 시는 감성적이었던 때여서인지 몇 귀절 읽어나가니 머릿속에 환하게 떠오른다. 한때는 비슷한 책들 중 하나였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특이하다. 세로로 읽는 맛이 다르고, 맞춤법이 지금과 같지 않아서 새로운 느낌이다. <님의 침묵>을 시작으로 <이별은 미의 창조>, <알 수 없어요>, <나룻배와 행인>, <해당화>, <당신을 보았습니다> 등의 익숙한 시와 낯선 시까지 접해보는 시간이다.

 

영화 <동주>를 보며 원고지에 한 글자씩 꾹꾹 눌러 적어내려가는 것이 시의 맛을 깊이 있게 해주었던 것을 떠올리며, 이 책의 시편들 또한 색다르게 맛보는 시간을 보낸다. 만년필이 있으면 잉크를 채워 손에 힘을 주고 한 글자씩 필사하는 시간을 보내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의 부록으로 필사할 수 있는 원고지 노트를 한 권 준다. 원래 책자와 똑같은 표지로 필사하라고 주는 것이다. 사실 여전히 고민 중이다. 수첩으로 쓸까 노트로 쓸까. 한참 고민만 하다가 백지 상태로 장식되고 있다. 아까워서 한동안은 쓰지 못하겠다.

 

조금씩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나가야 맛이 나는 시, 한용운의『님의 침묵』초판본이 감성을 자극한다. 정신없이 빨리 흘러가는 시간을 잡아 붙들고 싶다면, 초판본 님의 침묵을 펼쳐들고 한용운의 시들을 만나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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