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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자 요즘 연애
김정훈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여자와 남자는 정말 다르다. 생각이 다르고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다. 여자는 남자를, 남자를 여자를 궁금해하지만 속사정까지 알 수 없다. 여자이기 때문에 알지 못하는 남자들의 심리, 궁금했다. 남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남자들만 모였을 때에는 무슨 수다를 떨까? '이해와 이별 사이에서 지금도 고민하고 있을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요즘 남자 요즘 연애』를 읽으며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김정훈. 지은 책으로『연애 전과』가 있다. '편식男'이란 단어를 만든 장본인으로, 여전히 편식과 미식의 경계를 고민 중이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에 관심이 많으며, 커피는 마시지 않지만 술은 즐긴다고 한다. 책날개에 있는 사진과 살짝 들려주는 취향으로 이 사람을 짐작해본다. 요즘 남자의 일반적인 전형인지, 특이한 정신 세계의 소유자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대략 짐작해본다.
이건 대단히 유용한 연애 지침서도 아니고, 엄청나게 감동적인 로맨스도 아니다. 그저 그런 요즘 남자들 이야기다.
속이 곪는지도 모른 채 제대로 상처를 돌보지 않는 현실 속의 남자들.
또 다른 누군가와 상처를 주고받으며 역치를 늘려가는 남자들.
결국엔 상처를 받을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으려 하는 남자들….
여자를 못 믿으서, 혹은 사랑을 안 믿는다는 걸 구실 삼아
뜨거운 연애를 기피하는 남자들…. (31쪽)
이 책은 약 18개월간 연재했던 '김정훈의 썸'이라는 칼럼을 재구성한 것이다. 남자 버전의「섹스 앤 더 시티」를 써보고 싶단 욕심이었지만 그렇게 발칙하게 쓰진 못했다고 한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나뉜다. '여자를 못 믿는 남자 vs 사랑을 안 믿는 남자', '성 안의 병정들 vs 성 밖의 사람들', '여자가 원하는 남편 vs 남자가 원하는 내 편', '아님 말고 vs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구성된다.
성격도, 취향도 각기 다른 네 명의 남자. 나름대로 철학 있는 바람둥이, 늘 허탕만 치는 낭만파, 연애보단 자기 앞날이 우선인 현실파, 그리고 연애 휴지기 중인 생각 많은 관찰자. 이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환장의 하모니'는 때론 측은하고 한없이 찌질하나, 대체로 귀엽다. (뒷표지 中)
에필로그에 보면 '이게 내 마지막 칼럼 연재다. 이걸 끝으로 연애에 대한 칼럼을 쓰지 않기로 했다. 대신, 연애를 소재로 한 소설이나 드라마를 쓸 생각이다.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지독한 현실을 굳이 들춰내기보단 픽션에 녹여내는 편이 나을 것 같다.'라고 말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수많은 의문이 스쳐갔다. 어른들이 '요즘 애들' 운운하며 이해가 안 간다고 이야기하거나, 아이들과 웃음 포인트가 달라 의아했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이 부분에서 웃어야하는건가?', '왜 저렇게 생각하지?' 결국 남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마무리 짓는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또한 사람의 이야기는 제각각이다. 남자여서가 아니라, 여자여서가 아니라, 그냥 사람이기에 다양할 것이다. 내 주변의 사람들을 이 세상 사람들이 다 그런 것처럼 일반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의 이야기, 특히 요즘 남자의 이야기가 낯설다는 것은 아마도 내가 요즘 여자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이유가 되리라는 생각이 들어 괜히 슬퍼진다. 어쨌든 남자들이 궁금하다면 일단 읽어보고, 이해를 할지 말지는 읽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이 책에서 연애를 항해와 같다고 비유하는 부분이 마음에 남는다. 연애도 인생도, 어떤 배를 타고 가느냐와 우리가 헤쳐나갈 바다와 주변 현실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기록될 것이다.
연애는 일종의 항해와 같다. 우리는 모두 성공적으로 바다를 유랑하고 싶다. 그런데 어떤 배라도 좋으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힘차게 바다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들에게,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눈먼 피에로라는 오명을 씌워버리는 세상이다. 증명되지 않은 가능성과 자신감에 의존하기보다, 더 안전한 배를 제대로 준비하는 게 항해에 보다 도움이 되는 현명한 판단이라 여긴다. 그렇게 조금 더 안전한 배를 준비하는 데 공을 들이느라, 항해를 떠날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항구에서 서성이기만 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는 자기 스스로는 도무지 그러한 배를 준비할 수 없다는 생각에, 안전하고 화려한 배를 준비해놓은 누군가를 찾는 것에만 혈안이 되기도 한다. (333쪽)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뒷표지에 있는 추천사가 눈에 들어온다. 어쩌면 모든 연애는 찌질한 한 편의 드라마인 것인가. 끝나거나 타인이 볼 때면 특히 찌질함이 강하게 느껴지는 한 편의 드라마라고 생각하니, 이들의 이야기에 측은지심이 발동한다.
모든 연애는 드라마다. 이토록 찌질한 이야기일지라도.
_이재문 프로듀서(드라마「미생」「시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