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안록 - 참 평안을 얻기까지
우치무라 간조 지음, 양현혜 옮김 / 포이에마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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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종교에 얽매여있는 것은 아니지만 신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요즘들어 종교 관련 서적에 눈길이 가는 것은 특정 종교를 선택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으로 진리의 길로 안내해주는 신을 만나보기 위함이다. 어떤 신이든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깨달음을 얻고 마음을 흔들어 놓을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 굳이 세속적인 틀로 한정지어놓은 종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번에는 이 책을 읽으며 모르던 사실을 알아가고 싶었다. 무교회주의 기독교 사상가 우치무라 간조의《구안록》을 통해 절대자 안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에 함께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우치무라 간조(1861-1930). 일본의 대표적인 기독교 사상가이자 사회 사상가이다. 메이지유신 100주년을 맞아 '일본 근대화에 기여한 20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된 바 있다. "기독교 신앙의 유일한 근거는 성서일 뿐이며, 교회와 그 관습은 기독교를 담아내는 껍데기"라고 보았던 그는 무교회주의 기독교 사상가를 많이 길러내어 현대 일본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고 김교신, 함석헌, 송두용, 최태용 등에게도 사상적 영향을 미쳤다.

 

《구안록 求安錄》은《기독교 신도의 위안》《회심기》(홍성사)와 더불어 우치무라 간조의 대표 저작이다. 초판이 간행된 것은 1893년 8월이었고, 집필 시기는 1893년 4월에서 6월 하순경이었을 것이다. 그의 나이 32세 때였다. (200쪽_해제 中)

이 책의 17판이 1920년에 발행되었고, 지금껏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며 우치무라 간조의 경험과 속죄론에 공감할 것이다.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그의 영적 순례에 동참하는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된다. 제1부에서는 비탄, 마음의 분리, 탈죄술, 신학교, 망죄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제2부에서는 죄의 원리, 기쁜 소식, 신앙 이해, 낙원 회복, 속죄 원리, 최종 문제를 논한다. 1부에서는 죄에서 벗어나려는 본인의 경험을 기술하고 있고, 2부에서는 그의 속죄론을 서술한다. 이 책을 읽다보니 그의 처절한 고민과 방황에 함께 할 수 있었다. 우치무라 간조의 영적 순례기에 동참하며, 예전의 시간을 떠올린다. 나는 왜 그런 의문이 들었을 때, 누군가의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실망하며 그 종교마저 외면하고 말았을까. 좀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처절하게 방황하며 집요하게 의심의 끈을 놓지 말고 고뇌할 것을. 지금에라도 우치무라 간조의 글을 읽으며 마음의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일단락 짓는다. 그 시절의 나는 누군가에게 질문하고 그 답변에 실망할 것이 아니라, 탐구하는 마음으로 책을 찾아보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후회가 아니라 나의 무지에 대한 반성이다.

 

인간은 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저자의 이야기에 함께 고뇌하며 여정에 동참한다. 저자는 탈죄술, 즉 죄에서 벗어나는 법을 찾으며 부흥회, 학문, 자연 연구, 자선사업, 신학연구의 과정을 거쳐 신학교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신학교가 '악마의 가장 좋은 표적'이란다. 신성한 신학교의 공기도 죄를 벗어나게 하지는 못했다며, 두 겹 세 겹의 벽도 악마의 침입을 막을 수 없음을 알았다고. 신학교 또한 죄에서 벗어난 장소가 아니다. 밑에 보니 신학교는 애머스트 대학교를 졸업하고 들어갔으나 한 학기만 공부하고 자퇴했다고 쓰여있다. 그곳또한 죄에서 벗어난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한 학기면 충분했던 것이다. 고통을 벗어날 길이 없다면 잊어버리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망죄술로 가정을 이루는 것, 쾌락주의, 낙천주의를 생각해본다. 하지만 모두 그다지 큰 효력은 없었다. 죄의 원리에 대해 생각하고 신앙을 이해하며 끊임없이 사색하는 것으로 평안을 얻는 길까지 이어진다.

 

《구안록》은 우치무라가 저술가로서 애착을 가지는 대표적인 작품일 뿐 아니라 그의 기독교 신앙과 사상의 기초가 되는 속죄 신앙을 논한 대표적인 신학 저술이다.

_양현혜 이화여대 기독교학부 교수

참 평안을 얻기 까지의 과정을 이 책을 읽으며 함께 할 수 있다. 물론 이 책을 읽는 사람이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면 결론은 그와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치열한 과정을 함께 하며 평안을 얻는 길을 찾기 위한 도구로서도 이 책은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무교회주의자 우치무라 간조의 영적 순례기에 동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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