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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가지고 싶은 문장들 - 책 숲에서 건져 올린 한 줄의 힘
신정일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4월
평점 :
인생의 매순간이 절정일 수는 없다. 책을 읽는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 권의 책 안에 숨어있는 명문장을 발견하기 위해 시작부터 끝까지의 여정에 함께 한다. 우연히 발견한 문장에 마음이 떨리며 다른 책을 읽어나갈 힘을 얻는다. 이 책에서는 질문한다. 당신에겐 평생 간직하고픈 한 문장이 있습니까?
길 위의 문화사학자, 신정일의 문장 탐독『그토록 가지고 싶은 문장들』을 읽어나가며 그에게는 어떤 문장이 마음 깊이 남아있는지 들여다본다.
이 책의 저자는 신정일. 문화사학자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저술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1989년부터 "산천을 유람하는 것은 좋은 책을 읽는 것과 같다"는 옛 사람들의 여가문화를 구현하기 위해 문화유산 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길 위의 인문학'을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한 사람의 영혼을 뒤흔들기도 하고 운명을 바꾸기도 하는 의미심장한 한 문장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뼈를 깎는 고통과 절망을 견디며 캄캄한 어둠 속을 헤매기도 하고, 일엽편주에 온몸을 맡긴 채 대양을 떠돈 뒤에야 얻을 수 있습니다. 좋은 문장은 프란츠 카프카의 말처럼 '도끼로 두개골을 내려치듯' 강한 충격을 동반하면서 우리의 가슴속으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들어온 명문장은 가슴속에 내재되어 절대 나가지 않습니다. (5쪽)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친 문장을 들여다보는 것은 흥미롭다.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없기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문장들이 수두룩하고, 누군가 이미 읽은 책에서 의미 있었다고 짚어낸 글에서 나또한 감동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서양 고전에서 발견한 명문장들이 나에게도 한 줄기 빛이 되어 다가온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뽑아낸 명문장의 핵심을 들여다본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번민으로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2부 '냉혹한 세상 속 당신에게', 3부 '진정한 행복을 꿈꾸는 당신에게', 4부 '인생의 참된 의미를 찾는 당신에게'로 나뉜다. 명문장은 색깔을 달리 해서 저자의 글 속에 녹아들어있다. 처음부터 차례로 읽어나가도 좋고, 목차를 보며 마음이 끌리는 부분을 찾아 읽어도 좋을 것이다. 짧은 글이지만 무언가 하고 싶게 만든다. 마음에 드는 문장 앞에서는 함께 감상에 젖을 수 있다.
지금은 온 천지가 다 아름다운 계절, 봄입니다. 문을 열고 나가십시오. 이 계절엔 어딜 가거나 온갖 꽃들이 무리 지어 피고, 연둣빛 나뭇잎들이 미세한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가면 마치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우수수 꽃잎이 떨어질 것입니다. 그때 그 순간에 당신 역시 자연 속의 일부가 되어 청춘의 아름다움을 되찾을지도 모릅니다. (19쪽)
이 글을 보다가 바로 뛰쳐나가 수목원에 다녀왔다. 책 속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풍경 속으로 들어가서 자연의 일부가 되어보았다. 노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책에 몰입하여보았다.
동서양의 고전을 오가며 문장을 발견하는 것이 흥미롭다. 나또한 마음에 새겨두고 틈틈이 꺼내보고 싶어진다. 누구든 이 책을 읽으며 명문장과 만나게 되면, 이 봄이 다른 때와는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이 책 속에서 설레게 하고 깨닫게 하는 문장을 건져내며 성장해 나갈 것이다. 오늘, 이 책과의 만남에 두근거리며 힘을 얻었다.
고요히 앉아본 뒤에야
보통 때의 기운이 경박했음을 알았다.
침묵을 지킨 뒤에야
지난날의 언어가 조급했음을 알았다.
일을 되돌아본 뒤에야
전날에 시간을 허비했음을 알았다.
문을 닫아건 뒤에야
앞서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다.
욕심을 줄인 뒤에야
예전에 잘못이 많았음을 알았다.
-명나라 때의 문인 진계유 陳繼愈 『안득장자언 安得長子言』
(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