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윌버의 신 - 당신이 성장할 때 신도 진화한다
켄 윌버 지음, 조옥경.김철수 옮김 / 김영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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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있는 '당신이 성장할 때 신도 진화한다'라는 문장에 생각이 많아졌다. 그동안 신은 하나의 완전체이며, 더 이상 변화할 필요가 없는 완벽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생각에 일침을 가한다.

신은 당신 머릿속의 상징이 아니다. 세상에 대한 참여, 타인에 대한 배려와 함께 참된 자신으로서 신과 하나 되기를 요청한다. (책 뒷표지 中)

나와 사회의 성장 수준이 신의 정체성을 결정한다니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의 내 생각을 뒤집어 엎을 수 있는 책을 만나게 되리라는 기대감에 이 책《켄 윌버의 신》을 읽어보게 되었다. 켄 윌버를 극찬한 혜민 스님의 2016년 추천 도서라는 점도 한몫했다.

현대 종교 사상가들 중에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을 손꼽으라면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틱낫한 스님과 더불어 켄 윌버일 것이다. 동양 종교와 서양 철학, 현대 심리학과 사회학, 그리고 과학의 영역까지 넘나드는 켄 윌버의 통합적 비전이 담긴 이 책은 우리의 의식이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고, 영성이 성숙되면서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지침서이다._혜민스님

 

이 책은 1983년 초판이 발행되고 2005년에 단행본으로 재출간된 책이다. 역자에 의하면 원서 제목인 "A Sociable God"을 우리말로 직역하면 '사교적인 신'이겠지만, 여기서 "사교적"이란 "붙임성 있고 싹싹하며 남들과 잘 어울리다"라는 의미라기 보다는, 사회적 교환社會的 交換 social exchange이라는 말에서 머리글자 '사'와 '교'를 따서 줄인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켄 윌버 Ken Wilber. 트랜스퍼스널심리학의 대가이자 통합심리학 분야를 대표하는 학자이고, '의식 연구 분야의 아인슈타인'으로 평가받는 이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중 한 사람이다. 의학과 생화학을 전공했지만 노자의《도덕경》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아 심리학,종교,영성에 대한 동서양 사상에 심취했다.

 

이 책은 종교심리학과 종교사회학에 대한 개론적인 소개서이다. 이 책에서는 특히 사회학 이론이 영원의 철학과의 대화에서, 즉 초월적 또는 초개인적 관점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점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요즘의 사회학 용어로 말하면, 비환원주의 종교(또는 세계관 일반)사회학 개론쯤 될 것이다. 그리고 현대 기능주의, 해석학, 발달론적 구조주의에서 취한 다양한 원리에 기초해 있으며, 이 모든 것들은 조심스럽게 초월적 또는 초개인적 가능성이라는 맥락에 설정되어 있다. (114쪽)

1983년 초판본이 2005년 재출간 된 책이기에 옮긴이 서문, 추천 서문, 2005년판 머리글, 주석에 이어 114쪽에 이르러서야 프롤로그가 시작된다. 이 책은 총 9장으로 나뉜다. 1장 '종교를 바라보는 주요 관점들', 2장 '겹겹이 층을 이룬 구조 체계', 3장 '복합개체로서의 인간', 4장 '변환과 변용', 5장 '종교라는 단어의 용법', 6장 '믿음, 신앙, 경험 그리고 적응', 7장 '오늘날의 종교사회학', 8장 '지식과 인간의 관심', 9장 '결론'으로 구성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관련 전공자는 과연 한두 번의 독서로 이해가 될지 의문이 들었다. 일반 독자로서는 용어 자체의 생소함과 처음 접해보는 지식으로 난해함을 느꼈다. 다방면의 지식을 통합하여 지금껏 생각하던 종교와 신, 사회와 개인에 대한 고정된 관념을 뛰어넘은 것은 사실이었으나, 낯선 느낌에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느려졌고 때로는 소리내어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문장마저 있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주로 읽어왔던 지금까지의 독서와는 다르게, 내가 생각하던 부분을 뛰어넘어 다른 세상을 엿보는 듯한 느낌으로 읽은 책이다. 끊임없이 머릿속에서는 의심의 씨앗이 자라며 혼란스러운 상태를 만든다.

 

이 책을 끝맺는 말을 먼저 여러 번 읽고 익힌 후에 이 책을 읽어나간다면, 길을 잃지 않고 저자가 전달하는 메시지에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초월 영역 자체에 대해 실제로 알고 싶다면, 초개인심리학이 사회학에 기여할 수 있는 마지막 부분을 위해서는 관조적 및 명상 수행을 택한 후(지시) 스스로 발견하라(계발). 그 지점에서 일체를 포함하는 초월계가 당신에게 스스로를 드러낼 것이며, 유사한 기질을 띤 사람들의 열정 속에서 검증받을 것이다(확증). 이 시점에서, 신은 당신의 의식 속에 들어 있는 단지 하나의 상징이기를 멈추고, 당신 자신의 복합적 개체성과 구조적 적응의 최정상 수준이자 또한 즉 있을 수 있는 모든 사회의 통합체가 되며, 당신은 이제 그것을 자신의 진정한 자기로 인식한다. 그리고 신이 있을 수 있는 모든 사회의 통합체로 보일 때, 사회학 연구는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되고, 우리 모두는 이미 형성된 동시에 형성되어가는, 해방된 동시에 해방시키는 사회적인 신sociable God, 즉 타자로서는 참여를 요구하고, 참자기로서는 동일성을 요구하는 신 안에 잠겨 있음을 알게 된다. (293쪽)

 

《켄 윌버의 신》은 1982년 여름 어느 주말 3박 4일 만에 완성된 책이라고 한다. 혼자서 3박 4일 만에 완성한 책을 두 명의 역자가 몇 달에 걸친 씨름 끝에 번역을 마쳤다고 하는데, 독자로서도 절대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었음을 고백한다. 저자 자신도 얘기하고 있지만 이 책은 한 번 읽어서 전체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옮긴이 서문에 밝히고 있다. 두 번 이상 읽을 것을 권장한다는 데에 동의하며,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네다섯 번 이상의 독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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