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크리피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3월
평점 :
어렸을 때 들은 무서운 이야기 중 섬뜩함이 오래 갔던 이야기가 있다. 하교하는 아이가 마중 나온 엄마와 함께 안심하며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내가 아직도 네 엄마로 보이니?" 라고 물어보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이야기이다. 평범하고 익숙하기만 했던 주변 사람들이 죄다 낯설게 보이고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이 귀신이 직접 등장하는 이야기보다 훨씬 더 무섭다고 생각된다. 귀신이 직접 나오는 장면보다 귀신이 나올 듯한 분위기가 더 섬뜩한 느낌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을 읽어보고 싶은 이유도 표지의 글에서 풍기는 궁금한 느낌때문이었다. 읽어보지 않을 수 없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그 사람은 우리 아빠가 아니에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에요."
평범한 사람이 괴물로 바뀌는 공포! 네 이웃을 의심하라. (표지 中)
이 책의 저자는 마에카와 유타카. 2003년『원한살인』으로 제7회 일본 미스터리문학대상 신인상 최종후보에 오른 데 이어, 2011년『크리피』로 제15회 일본 미스터리문학대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크리피』는 '2013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신인상 베스트 10'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책은 한국 독자에게 소개되는 작가의 첫 작품이다.『크리피』는 한국 독자에게 소개되는 작가의 첫 작품이다.
이 책이 시작되기 전에 먼저 제목의 뜻을 밝힌다. 제목의 뜻을 알고나니, 제목만으로도 이미 압도되어 책장을 넘기기 두려워진다.
creepy (공포로 인해) 온몸의 털이 곤두설 만큼 오싹한, 섬뜩할 정도로 기이한
하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책 속의 이야기에 빠져보기로 했다.
첫 시작은 적당했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산을 오르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나가게 된다. 가볍게 몇 걸음 띄었다가 의문의 사건들을 계속 접하며 산을 오른다. 꼭 정상까지 가야 의미가 있는 책이다. 산을 오르다가 중단하면 오르지 않은 것만 못하다. 이 소설은 읽다가 말면 예상했던 범인이나 사건 진행이 아닐 것이다. 꼭 끝까지 읽어야 한다. 사건이 다 해결되었다고 생각되는 때 대반전이 일어난다. 한숨 돌리고 적당한 마무리를 보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부터 다시 시작이었다. 마지막 장을 넘길 때에야 비로소 참았던 숨을 내쉰다. 독자를 끝까지 끌고가는 힘이 있는 책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다카쿠라. 46세의 도라쿠 대학 문학부 교수로 전공은 범죄심리학이다. 소설의 시작은 평범한 일상 속의 사람들 처럼 보인다. 어느 날, 고교 동창회에서 만났던 노가미가 도움을 청한다. 8년 전 히노 시 다마가와 주택가에서 일어난 일가족 행방불명 사건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8월 초의 일요일, 혼다 부부와 고등학생 아들이 홀연히 종적을 감춘 일이 있었는데, 우연히 동아리 합숙에 참가했던 중학생 딸인 혼다 사키만이 이 난을 피한 사건이다. 다카쿠라는 이메일을 작성해서 노가미에게 전송했다.
그 다음부터는 의문투성이의 일들이 벌어진다. 어찌보면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 모두 의심스러워지는 상황이다. 경시청의 다니모토라며 전화를 해서 다짜고짜 노가미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을 시작으로, 아내가 옆집 남자가 이상하다고 말하는 장면이며, 오와다의 의심스러운 행동 등의 의문투성이 일들에 이어 노가미의 행방불명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말이 안 되는 듯한 일들이 조각조각 펼쳐지는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모자이크처럼 복잡한 퍼즐을 맞추는 심정으로 읽어나간다. 도대체 눈 앞에 펼쳐지는 일을 어떻게 생각해야하는 것일까? 이 사람은 같은 사람인가 다른 사람인가? 제각각 사람들이 어느 순간 퍼즐처럼 들어맞으면서 모든 것이 다 의심스러운 상황이 온다. 또한 그나마 결론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저 하나의 과정일 뿐이고, 예상하지 못했던 마무리로 결론짓는다.
2016년 6월 일본에서 영화로 개봉하는 작품이다. 이웃집 사람들에 대해 대략적으로만 알고 얼굴은 제대로 기억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살벌한 현대사회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상상이다. 나에게 공포스러웠던 것은 살인사건 자체가 아니라, 의심되는 모든 정황이었다. 그 사람이라고 해도 확신할 수 없는 모호한 상황이 충격으로 몰아넣는다. 일단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게 되고, 글자 하나 놓치지 않게 되는 매력적인 추리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