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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 인도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이화경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3월
평점 :
이 책은 소설가 이화경의 인도 여행기이다. 상처 받은 일상에서 벗어나 인도로 떠난 이화경의 여행기를 담은《울지 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가 2009년 출간된 이후 절판되었는데, 새로운 제목과 디자인으로 다시 출간된 것이다.《나는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시간이 필요했다》라는 제목과 함께 2016년판으로 새롭게 태어난 이 책을 읽으며 그녀의 인도 기행에 동참해보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지은이는 이화경. 1997년《세계의 문학》에 소설「둥근잎나팔꽃」을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오랜 세월을 몇몇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며 떠돌았으며, 인도로 건너가 캘커타 대학 언어학과에서 인도 대학생들을 가르쳤다. 제6회 현진건문학상, 제12회 제비꽃서민소설상, 2012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우수상 등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어쩌면 인도는 신기루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지닌 상상력의 크기만큼, 갈망하는 만큼, 공감하는 만큼, 개입하는 만큼. 또 때로는 자신이 간직한 상처만큼, 자신 안에 있는 불안과 두려움만큼, 딱 그만큼만 존재를 드러내는 인도. (64쪽)
인도는 다녀오는 사람마다 제각각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론 다른 곳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인도는 특히나 그렇다. 분명 같은 지역을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도, 같은 곳을 다녀온 것이 맞는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천차만별이다. 이 책을 보니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겠다. 어쩌면 그것은 저자의 말처럼 '딱 그 만큼만 존재를 드러내는 인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소설가 이화경의 눈으로 본 인도와 그에 따른 상념들을 엮은 것이다. 단지 여행을 다녀와서는 알 수 없는 이야기까지 잘 담겨 있고, 인도의 상황을 잘 엮어내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또한 질좋은 인도 사진이 함께 담겨 있어서 읽는 이의 감성을 자극한다. 때로는 글을 읽으며 생각에 잠기고, 때로는 사진을 보며 인도의 분위기를 마음껏 느껴본다. 내 기억 속의 인도와 비슷한 점을 볼 때면 한동안 멈춰서서 옛 여행의 장면을 떠올리곤 했다.
이 책에서는 다른 작가의 글도 함께 볼 수 있다. 생각의 흐름에 다른 이의 글이 한 자락씩 들어가 잘 버무려졌다. 타지마할 이야기를 읽다가 '시간이라는 뺨에 내리는 눈물방울'라는 타고르의 표현을 읽으며 시적 감성을 끌어올린다. 달 호수에서 부부자, 즉 떠도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적힌 다산 정약용의 글이 적힌 편지를 함께 보는 듯 생생하고, 콜카타 종합병원에서 수술받고 읽은「소금 시(詩)」(윤성학)를 보며 실컷 우는 상황을 공감한다.

누군가 말했다. 여행이란 익숙한 조건에서 낯선 조건 속으로 존재를 밀어 넣는 일, 그래서 존재 앓기를 하는 일이라고. 익숙하던 일상이 불현듯 뜯겨져 나가는 것, 예측 불가능한 순간과 매번 정면 대결하는 것, 갑작스런 풍경이 솥뚜껑 속 닭이 살아 튀어나오듯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 바로 여행. (252쪽)
이 책을 읽으면 갑자기 인도에 가고 싶어진다. 낯선 곳에 나를 밀어넣어 놓고 존재 앓기를 하고 싶다. 다시 가보면 그곳을 조금은 더 자세히, 깊게, 감성 지수를 끌어올려서 볼 수 있을 듯하다. 여행 에세이는 여행을 가고 싶도록 마음을 들썩이는 힘이 있을 때에 그 가치가 더한다. 이 책이 그런 의미를 던져준 책이다.